- 1996년 BOD 11.3mg/L로 등급조차 매길 수 없던 울산 태화강은 오수와 빗물을 완전 분리하는 분류식 하수관거 구축으로 수질 회복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 수질 회복 후 십리대숲이 하천법 규제로 벌목 위기에 처하자,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법 시행령 개정과 아파트 개발 저지를 통해 강 전체를 정원화하는 역발상을 단행했습니다.
- 20년에 걸친 총 6,584억 원 규모의 종합 복원 끝에 태화강은 연어와 수달이 돌아오는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거듭났습니다.

공장에서조차 받아쓰지 못해 물고기가 때죽음당하던 죽음의 강이 어떻게 나라가 지정한 국가정원으로 변신할 수 있었을까요? 오염된 도시 하천을 살리는 핵심은 단순히 쓰레기를 치우는 것이 아니라, 오염물질의 진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분류식 하수관거 공학'과 하천 주변의 공간 가치를 전환하는 '제도적 역발상'에 있습니다. 울산 태화강은 이 두 가지 요소가 결합해 도시 환경을 재창조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하천 복원의 성패를 가르는 기술과 제도의 상호작용
도시 하천 오염은 단순히 물의 질을 높이는 기술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아무리 정화 시설을 확충해도 비가 올 때마다 생활하수와 오수가 강으로 흘러든다면 수질 개선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한 수질을 맑게 가꾸는 데 성공하더라도, 법적 규제나 난개발로 하천 생태계의 터전이 파괴된다면 진정한 환경 복원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태화강의 사례는 기술적 원인 차단과 공간적 생태 보존이 동시에 이루어져야만 지속 가능한 생태도시가 탄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하수 정비라는 물리적 토대 위에, 하천 주변의 자연 자원을 지켜내는 정책적 결단이 결합될 때 도시의 가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증명한 셈이죠.
분류식 하수관거와 하천 수변 재설계의 정의
하천 복원 공학에서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개념은 분류식 하수관거입니다. 기존의 합류식 관거는 빗물(우수)과 생활하수(오수)가 하나의 관에 섞여 흐르는 구조입니다. 이 방식은 평소에는 하수처리장으로 물을 보내지만,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용량을 초과해 오수가 정화되지 않은 채 강으로 넘어가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분류식 하수관거는 빗물관과 오수관을 아예 따로 파서 설치하는 방식입니다. 비가 오더라도 오수는 오직 오수관을 통해서만 하수처리장으로 이동하므로, 강으로 오염물질이 흘러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빗물과 오수를 완전히 분리하여 처리하는 분류식 하수관거 방식은 하천 오염을 방지하는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여기에 더해 하천 수변 재설계 개념이 필요합니다. 물길만 깨끗하게 다듬는 인공 수로 방식이 아니라, 하천변의 모래사장, 습지, 대나무숲 같은 자연적 구조물을 보존하고 치수 기능을 유지하면서 시민의 생태 공간으로 환원하는 도시계획 기법을 의미합니다.
오수만 막으면 강이 살아난다는 착각
많은 이들이 하천 복원 프로젝트를 접할 때 "더러운 물만 안 들어가게 막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단순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실의 난관은 물속이 아닌 강가에서 발생합니다.
물길을 정화한 뒤 맞닥뜨리는 진짜 문제는 하천 관리 법규와 개발 압력입니다. 실제로 태화강 수질이 점차 회복되던 시기, 1987년 하천 정비 기본 계획과 당시 하천법 규정이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하천 구역 내에 1m가 넘는 나무를 두지 못하게 되어 있었거든요. 홍수 때 물 흐름을 방해한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수질 개선뿐만 아니라 자연 자원을 지켜내는 정책적 결단이 태화강의 생태 복원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만약 법대로 대나무를 전부 베어내고 물길만 넓혔다면, 울산에는 깨끗한 수질을 자랑하지만 그저 콘크리트 수로에 불과한 강만 남았을 겁니다. 게다가 강물이 넘칠 때 완충지대 역할을 하던 태화들에 아파트 단지를 짓겠다는 택지 개발 계획까지 겹치면서, 물은 맑아지는데 강가의 생태계는 파괴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똥강에서 국가정원으로: 태화강 20년의 역발상 잔혹사
울산 태화강의 역사는 1962년 울산이 특정공업지구로 지정되면서 급변했습니다. 공장과 인구가 몰려들면서 식수로 쓰던 강물은 검게 변했고, 1996년 태화강의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BOD)은 리터당 11.3mg에 달했습니다. 등급조차 매길 수 없어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하는 수치였고, 주민들은 이 강을 '똥강'이라 불렀습니다.
1996년 당시 태화강은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이 11.3mg에 달해 공업용수로도 사용하기 어려울 만큼 오염된 상태였습니다.
울산시는 근본 원인을 뿌리 뽑기 위해 1995년부터 2008년까지 1,325억 원을 들여 하수관 261km를 깔았습니다. 이어 2008년부터 2010년까지 270억 원으로 40km를 추가 설치했고, 외곽 산골 마을까지 관을 연결하기 위해 민간 자본 1,810억 원을 투입했습니다. 강바닥에 쌓인 시커먼 퇴적 오니까지 긁어내며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분류식 하수관거 비율을 자랑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수질이 회복되자 하천법에 따라 십리대숲을 베어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여기서 울산 시민들과 전문가들은 발상을 뒤집습니다. 강을 비워 물만 흘려보내는 대신, 강 전체를 생태 정원으로 만들기로 한 것입니다.
시민 운동 결과 1997년 10월 하천법 시행령이 개정되어 하천 구역에도 나무를 둘 수 있게 되었고, 태화들 아파트 개발도 막아냈습니다. 2004년 울산시는 '생태도시 원년'을 선포하고 하수관 정비, 오니 준설, 수변 정화를 포함한 27개 사업에 총 6,584억 원을 투입하는 태화강 마스터플랜을 실행에 옮겼습니다.
연어가 돌아올 만큼 생태계가 회복된 태화강은 이제 울산을 대표하는 푸른 정원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2003년부터 연어가 돌아오기 시작했고, 2007년 수질은 1급수로 회복되었습니다. 어류는 32종에서 73종으로, 조류는 86종에서 146종으로 늘어났으며 수달이 서식하는 생태계가 복원되었습니다. 결국 2019년 7월 12일, 84만㎡ 부지와 4km 십리대숲을 품은 태화강은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도시 환경 복원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관점과 시사점
태화강의 20년 복원 과정은 향후 타 지자체나 도시 환경 사업을 평가할 때 명확한 기준을 제시합니다.
첫째, 수질 오염원의 원천 차단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단순 표면 정화나 일시적 준설이 아니라, 분류식 하수관거 구축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인프라에 정량적인 예산과 노력을 투입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둘째, 규제와 자연환경이 충돌할 때 제도를 바꾸는 역발상 접근이 존재하는지 봐야 합니다. 치수와 방재라는 명목으로 자연 생태를 억누르는 기존 법률에 갇히지 않고, 환경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수질 회복과 공간 보존이 결합한 태화강 국가정원은 그렇게 탄생한 것입니다.
FAQ
태화강 수질 정화에 사용된 '분류식 하수관거'란 무엇인가요?
빗물(우수)과 생활하수(오수)가 흐르는 관을 아예 별도로 분리해 설치하는 공학 방식입니다. 비가 와도 오수가 강으로 직접 넘쳐 들어가지 않고 하수처리장으로 바로 이동하므로 오염원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습니다.
태화강 십리대숲이 과거에 베어질 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당시 하천법 규정상 하천 구역 내에 1m가 넘는 나무를 둘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홍수 시 물 흐름을 막는다는 치수상의 이유로 전량 벌목 위기에 처했으나, 시민들과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1997년 하천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대숲을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태화강 수질 개선을 위해 투입된 전체 예산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1995년부터 진행된 하수관거 정비 공사에 수천억 원이 투입되었으며, 2004년 수립된 '태화강 마스터플랜'의 27개 종합 사업에만 총 6,584억 원의 예산이 활용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