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 계획 발표 후 백지화되었던 신한울 3·4호기는 10년 만인 2024년 첫 콘크리트를 타설하며 본공사를 재개했습니다.
- 원자로 핵심 설비는 발전소별 규격에 맞춘 전용 주문 제작품이어서, 사업이 중단되면 다른 곳에 매각하지 못하고 재활용하거나 폐기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있습니다.
- 총사업비 12조 3천억 원 규모의 사업이 멈추었다 돌아온 10년의 왕복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과 세금 부담으로 돌아옵니다.

경북 울진 신한울 3·4호기는 계획 발표부터 첫 콘크리트 타설까지 정확히 10년이 걸렸습니다. 2015년 추진된 이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는 에너지 정책 변화로 한 차례 백지화되었다가 다시 도면 위에 올려졌습니다. 대형 원전 사업은 단순히 공사를 멈췄다 다시 시작하는 수준을 넘어, 수천억 원대의 선발주 부품과 부지 비용이 묶이는 강력한 구조적 불가역성을 지닙니다. 정치적 찬반을 떠나 대형 국가 인프라가 멈췄다가 되돌아오는 과정 자체가 엄청난 비용을 발생시킨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전 공학의 특수성: '주문 제작' 설비가 만든 매몰 비용
원자력발전소 건설은 일반적인 건축 공사와 완전히 다른 공급망 체계를 갖습니다. 1400MW급 원자로의 핵심 설비는 제작에만 수년이 소요되므로, 부지 정지 작업이나 본격적인 터파기를 시작하기 전부터 주문 제작에 들어갑니다.
수조 원대의 예산이 투입되는 1400MW급 대형 원전은 한 번 시작하면 멈추기 어려운 거대한 공학적 구조를 갖습니다.
문제는 2017년 정책 변화로 신한울 3·4호기 사업이 백지화되었을 때, 이미 원자로 대형 부품 제작에 수천억 원의 예산과 부지 정지 비용이 투입된 후였다는 점입니다. 사업 백지화 선언 시점에는 이미 공장에서 대형 부품들이 완성되어 잠자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남는 부품을 다른 발전소에 팔면 되지 않냐고요?"
흔히 사업이 중단되면 제작된 설비를 다른 발전소에 매각해 손실을 메우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원전 설비는 해당 부지의 지질, 설계 기준, 원자로 용량에 맞춰 제작되는 100% 맞춤형 주문복에 가깝습니다.
원자력 발전소 부품은 특정 설계에 맞춰 제작된 주문 제작 설비라 다른 곳에 재활용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규격과 설계 조건이 다른 타 발전소에는 이 부품들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없습니다. 결국 사업을 중단했을 때 남은 선택지는 언젠가 사업을 재개해 부품을 활용하거나, 수천억 원을 들여 만든 대형 설비를 통째로 폐기하는 것뿐이었습니다. 진퇴양난의 딜레마가 발생하는 지점입니다.
수천억 원치 부품의 부활: 12조 3천억 원 규모의 본공사 현황
결국 2022년, 5년 만에 건설 재개가 결정되면서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부품들이 다시 도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앞서 지어지던 신한울 1·2호기가 완공되어 상업 운전을 시작한 사이, 3·4호기 역시 2024년 원자로 건물 기초 위에 첫 콘크리트를 타설하며 본격적인 본공사에 진입했습니다.
멈췄던 대형 프로젝트를 다시 재개하면서 우리가 마주해야 했던 경제적, 정책적 고민의 무게입니다.
현재 신한울 3·4호기의 공정률은 30% 언저리에 도달해 있습니다. 총사업비 12조 3천억 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2032년 3호기, 2033년 4호기 완공을 목표로 1년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전력망에 연결될 예정입니다.
정책 변경의 왕복표: 그 비용은 결국 어디로 가는가
멈춤이 옳았는지 재개가 옳았는지를 떠나, 공학적·경제적 관점에서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대형 국책 사업이 10년의 세월을 돌아 제자리로 돌아오는 왕복 비용 자체가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관 비용, 인력 유지를 위한 기회비용, 공사 지연에 따른 물가 상승분과 사업비 증가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백지화와 재개라는 정책적 왕복의 대가는 결국 전기요금과 세금이라는 인프라 비용으로 치러집니다. 10년을 돌아 다시 올려지는 신한울 3·4호기는 국가 대형 인프라 정책이 지닌 중량감과 매몰비용의 엄중함을 그대로 보여주는 현장입니다.
FAQ
신한울 3·4호기 공사는 왜 중단되었다가 다시 재개되었나요?
2015년 건설 계획이 확정되었으나 2017년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 정책 전환으로 백지화되었습니다. 이후 2022년 에너지 정책 재조정과 함께 이미 투입된 수천억 원대의 부품 및 부지 비용 등을 고려하여 5년 만에 건설 재개가 결정되었습니다.
제작해 둔 원자로 부품을 다른 발전소에 팔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원전의 핵심 설비는 해당 원전의 발전 용량(1400MW급 등), 부지 지질 조건, 정밀 설계에 맞춰 생산되는 전용 주문 제작품이기 때문에 타 발전소나 해외에 그대로 매각하여 설치할 수 없습니다.
신한울 3·4호기의 완공 목표 시점과 총사업비는 얼마인가요?
총사업비는 약 12조 3천억 원이며, 2024년 본공사 첫 콘크리트 타설을 시작으로 2032년 3호기, 2033년 4호기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