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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없는 서해 끝 무인도, 그곳에 출근해 밤바다를 밝히는 등대지기들의 겨울

spark_icon5분 지식
  • 주민들이 모두 떠나 무인도가 된 덕적군도 최서북단 선미도에는 세 명의 등대지기가 교대로 상주하며 바닷길을 지킵니다.
  • 해발 223m 산꼭대기 등대에서 혹한기를 견디기 위해 모노레일로 40톤 이상의 물과 유류를 비축하고 등명기를 점검합니다.
  • 20일간의 고립과 가족을 향한 그리움 속에서도 서해를 오가는 선박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헌신적인 노동의 가치를 조명합니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덕적도로 향한 뒤, 다시 작은 배로 갈아타고 20분을 더 달려가면 덕적군도 최서북단의 고립된 섬 선미도가 나타납니다. 예전에는 주민들이 모여 살았지만 이제는 사람의 발길이 끊기고 야생동물만 남은 완전한 무인도지요. 그런데 인적 없는 이 적막한 섬의 산꼭대기로 매달 어김없이 출근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서해를 오가는 수많은 배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선미도 등대지기(항로표지관리원)들입니다.

모노레일을 타고 가파른 산길을 오르고 있는 작업자의 모습이 보입니다.

선착장에서 등대까지는 이 낡은 모노레일을 타고 45분을 달려야 닿을 수 있습니다.

해발 223m 산꼭대기에서 시작되는 치열한 월동 준비

선미도 등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해발 223m 고지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선착장에서 등대까지 가파른 산길을 오르려면 모노레일을 타고 무려 45분을 이동해야 하지요. 거센 겨울 파도와 칼바람이 몰아치기 시작하면 섬은 외부와의 왕래가 완전히 끊기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겨울을 앞둔 등대지기들의 일과는 유독 분주해집니다.

겨울철 고립을 견디기 위한 핵심은 바로 생존과 발전에 필요한 자원 비축입니다. 등대지기 세 사람이 겨울을 무사히 나기 위해 준비해야 하는 물과 기름의 양만 해도 최소 40톤 이상에 달합니다. 모노레일 이동차에 기름통을 가득 싣고 수없이 산을 오르내리며 기초 자원을 채워 넣어야만 안심하고 등불을 밝힐 수 있습니다.

등대 내부의 거대한 유리 렌즈 장치인 등명기를 가까이서 비추고 있으며, 굴절된 빛이 무지갯빛으로 반사되고 있다.

서해를 오가는 수많은 배들의 길잡이가 되어주는 등대의 불빛은 오늘도 등대지기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환하게 빛납니다.

30km 밤바다를 가르는 거대한 등명기의 불빛

선미도에 처음 등대가 세워진 것은 70여 년 전의 일입니다. 과거 거센 풍랑 때문에 '악험도'라 불리던 이곳은 등대가 설치된 이후에야 '아름답고 착한 등불로 밤을 밝히는 섬'이라는 뜻의 선미도(善尾島)라는 정겨운 이름을 얻게 되었지요. 이곳의 등명기는 서해 5도와 인천, 중국을 오가는 국제 항로 선박들의 핵심 이정표 역할을 합니다.

등명기에 장착된 500W 메탈 램프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려 30km 밖까지 빛을 뿜어냅니다. 등대지기들은 본섬의 등대뿐만 아니라 인근 목덕도 무인 등대와 초치암 등표의 정상 작동 여부까지 꼼꼼히 감시합니다. 낮 동안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모으고, 렌즈를 닦고 축전지를 정비하는 고된 노동이 있기에 밤바다의 빛은 단 하루도 꺼지지 않습니다.

갈색 풀이 우거진 언덕 위를 네 마리의 사슴이 줄을 지어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영상 캡처 화면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섬에는 예전 주민들이 키우다 방생한 야생 사슴들이 자연의 주인이 되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20일의 고립과 10일의 휴가, 그리움이 머무는 일상

선미도 등대 관리소는 3인 1조 체제로 운영됩니다. 두 사람이 섬에 남아 20일간 24시간 맞교대 근무를 서는 동안, 한 사람은 10일간 육지로 휴가를 떠나는 방식이지요. 한 달의 대부분을 문명과 단절된 채 생활하다 보니 동료는 가족보다 더 많은 끼니를 함께 나누는 둘도 없는 벗이 됩니다.

비번이 되면 섬 둘레길을 걸으며 과거 주민들이 방생하고 떠난 사슴과 염소를 마주하기도 하지만, 가족을 향한 그리움까지 완전히 달래기는 어렵습니다. 임신 중인 아내에게 줄 선물을 고민하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연시를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사실 하나에 등대지기는 오랜 고립의 피로를 잊고 다시 배에 오릅니다.

등대 내부의 나선형 계단을 한 사람이 걸어 올라가고 있는 모습이다.

어둠 속에서도 누군가를 위한 불빛을 밝히기 위해 등대지기는 묵묵히 계단을 오릅니다.

사라져가는 유인 등대와 그 자리에 남은 온기

오늘날 전국의 수많은 등대가 원격 제어 시스템의 도입과 함께 무인화되는 추세입니다. 기술의 발전으로 화면 너머 관제가 가능해졌지만, 거친 비바람 속에서 현장을 직접 지키며 장비를 정비하고 뱃길을 굽어살피던 등대지기들의 묵묵한 구슬땀은 바다의 안전을 지탱해 온 가장 단단한 버팀목이었습니다.

거칠고 험한 풍랑을 만났을 때 저 멀리서 비추는 한 줄기 빛은 뱃사람들에게 단순한 항로 안내를 넘어 살아 돌아갈 수 있다는 따뜻한 위안이 되어주었습니다. 비록 시대의 흐름 속에 유인 등대섬의 풍경은 점차 기억 너머로 잦아들고 있지만, 누군가의 안전을 위해 외로움을 기꺼이 견뎌냈던 그들의 헌신은 여전히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FAQ

선미도 등대지기들의 근무 형태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선미도에는 총 3명의 항로표지관리원이 배치되어 있으며, 2명이 섬에 남아 20일 동안 교대로 근무하고 1명은 10일간 육지로 휴가를 떠나는 순환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등대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40톤의 물과 기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겨울철에는 해상 기상 악화로 잦은 고립이 발생하기 때문에, 세 사람이 생활할 식수와 등대 발전기 가동 및 난방에 필요한 유류를 사전에 모노레일로 비축해 두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선미도 등대의 불빛은 얼마나 먼 거리까지 도달하나요?

해발 223m 높은 고지에 위치한 선미도 등대는 500W 메탈 등명기를 사용하여 약 30km 떨어진 바다까지 환하게 빛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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