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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원도심 골목에서 다시 살아난 노포의 맛과 기억

spark_icon6분 지식
  • 목포 원도심에서는 메뉴판에조차 없던 중화요리 '중깐'과 여고 앞 명물 '쑥꿀레' 같은 독특한 노포 미식이 여행자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습니다.
  • 빠른 이동과 소화가 필요했던 목포역 인근 상권과 바다에 기대어 살아가던 어촌마을의 애환이 음식과 골목길 구조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습니다.
  • 급격한 현대식 재개발 대신 근대 역사와 토박이들의 손맛을 지켜낸 목포의 노포들은 도시 전체를 살아 숨 쉬는 박물관으로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과거 번성했던 개항장의 기억을 고스란히 품은 목포 원도심 골목에 최근 정겨운 발걸음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메뉴판에도 정식으로 적혀 있지 않던 낯선 이름의 음식이나 낡은 간판을 내건 가게들이 다시 주목받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유행을 좇아 빠르게 바뀌는 대도시와 달리, 목포에는 반세기를 훌쩍 넘겨 대를 잇는 손맛과 삶의 이야기가 그대로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여성 출연자가 목포의 옛 건물들이 늘어선 골목길에서 이야기를 전하고 있으며, 화면 하단에는 방송 자막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반세기 넘는 세월이 녹아 있는 목포 원도심 골목길에는 오늘도 정겨운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무엇이 달라졌나: 메뉴판 밖에서 태어난 목포만의 별미

목포를 찾는 이들이 입을 모아 추천하는 독특한 음식이 있습니다. 짜장면도 간짜장도 아닌 중깐이라는 생소한 중식 메뉴입니다. 1947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한 중국집에서 시작된 이 음식은 원래 정식 메뉴판에조차 없던 요리였습니다.

단골손님들이 "중앙식당 간짜장"을 줄여 부르며 입소문을 탄 것이 하나의 고유명사로 굳어졌습니다. 일반 짜장면과 달리 모든 채소와 고기를 아주 곱게 다져 춘장과 함께 센 불에 볶아내고, 얇은 면발을 사용해 양념이 깊게 배어들도록 만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중국집 내부 식탁에 젊은 남성 세 명과 여성 한 명이 둘러앉아 음식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반세기 넘게 자리를 지켜온 노포의 분위기 속에서 정겨운 식사가 시작되기를 기다립니다.

달콤하고 고소한 추억의 간식인 쑥꿀레 역시 목포가 아니면 만나보기 힘든 맛입니다. 1956년 여고 앞에서 시작된 이 간식은 삶은 쑥떡을 흰 팥고물과 둥글게 빚은 뒤 조청에 버무려 먹는 음식으로, 학창 시절 가벼운 주머니로 정을 나누던 여고생들의 향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왜 지금 노포의 가치에 주목하는가

오늘날 목포의 노포들이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울림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독특한 맛 때문만은 아닙니다. 빠른 개발의 물결 속에서 사라져간 수많은 원도심의 풍경과 달리, 목포는 100여 년 전 근대 개항기부터 이어진 골목의 궤적을 잃지 않고 지켜냈기 때문입니다.

목포의 원도심 골목에서 한 여성이 손짓하며 거리의 역사에 관해 설명하고 있고, 화면 하단에는 '일본인 거류민단들이 여기 살면서 가장 먼저 한 게 도로계획부터 했어요'라는 자막이 덧씌워져 있습니다.

반듯하게 뻗은 도로와 근대 건축물이 남아있는 목포 원도심은 시간이 켜켜이 쌓인 도시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구획된 도로망과 근대 상하수도 시설의 흔적, 그리고 1908년의 역사를 품은 옛 학교의 박제 호랑이에 이르기까지 목포 구도심의 길목은 그 자체로 역사의 산증인입니다. 수십 년 전 단골이 백발이 되어 찾아와도 변함없이 같은 자리에서 손님을 맞이하는 가게들은, 현대인들에게 시간이 멈춘 듯한 안정감과 정서적 위로를 건넵니다.

무엇이 이런 문화를 만들었나: 목포역과 항구가 빚어낸 생활상

목포 노포의 독특한 형태는 도시가 지닌 지리적·역사적 환경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중깐의 면이 유독 가늘고 모든 재료가 잘게 다져진 배경에는 목포역을 이용하는 여행객들의 이동 패턴이 자리합니다.

기차 출발 시각을 앞두고 바쁘게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승객들이 급하게 먹어도 체하지 않고 소화가 잘되도록 배려한 데서 출발한 조리법이었습니다. 또한 밥과 떡의 중간 식감으로 쪄내는 목포 특유의 쫀드기 역시 과거 골목 문화를 지탱하던 알뜰한 간식거리였습니다.

두 명의 어르신이 옥외 난간에 서서 아래쪽 항구를 바라보며 손짓으로 설명하고 있는 모습

목포의 어부들이 간만의 차를 따라 배를 부리고 일상을 이어가던 옛 시절의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생활 양식은 유달산 자락 서산동 시화마을의 다닥다닥 붙은 언덕길에서도 발견됩니다. 거친 바다로 나갔던 뱃사람들은 조수간만의 차가 가장 적은 '조금' 물때에만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그렇게 돌아온 날 태어난 아이들을 일컬어 조금새끼라 부르던 눈물겨운 어촌의 애환이 골목 구석구석에 짙게 배어 있습니다.

무엇이 달라지고 있는가: 사라지던 골목에서 살아있는 유산으로

한때 쇠락해 가던 목포의 원도심은 복고(레트로) 열풍과 함께 세대를 잇는 교감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았던 이들이 이제는 자신의 자녀와 손주를 데리고 쑥꿀레와 쫀드기 집을 찾으며 기억을 이어갑니다.

옛 골목길 풍경의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고 골목 한가운데 노란색 택시가 세워져 있습니다.

과거를 추억하며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목포의 골목은 이제 사라져가는 풍경이 아닌 생생한 일상의 유산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불량식품으로 취급받던 옛 간식들이 건강한 식재료로 복원되고, 1980년대 모습을 간직한 슈퍼마켓과 옛 골목길에는 사진기를 든 젊은 세대와 옛 추억을 회상하는 어르신들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겹쳐집니다. 낡음이 단점이 아닌 대체 불가능한 정체성이 된 셈입니다.

앞으로 무엇을 눈여겨보아야 할까

목포의 사례는 무조건적인 철거와 재개발만이 도시의 정답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노포와 역사 골목이 지속 가능하게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원형의 맛과 장소성을 훼손하지 않는 보존적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대를 이어 묵묵히 웍을 잡는 요리사들의 장인정신과 삶의 애환을 품은 달동네 골목길이 상업화에 휘둘리지 않고 본래의 온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입니다. 목포를 방문한다면 화려한 관광지 이면에 자리한 골목의 시간과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시길 권합니다.


FAQ

목포의 대표 중식 '중깐'은 일반 짜장면과 무엇이 다른가요?

중깐은 고기와 채소 등 모든 재료를 아주 잘게 다져 센 불에 볶아내며, 일반 짜장면보다 면발이 얇아 소스가 빠르게 배어들고 소화가 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중깐이라는 독특한 이름은 어디서 유래했나요?

목포 원도심의 '중앙식당'에서 팔던 간짜장을 손님들이 줄여 부르던 것에서 시작되어 목포 고유의 중식 메뉴 이름으로 정착되었습니다.

목포의 전통 간식 '쑥꿀레'는 어떤 음식인가요?

쑥과 찹쌀로 만든 떡을 흰 팥앙금에 둥글게 굴린 뒤 은은한 단맛의 조청을 듬뿍 끼얹어 함께 떠먹는 목포의 대표적인 향토 간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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