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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걸고 건져 올리는 겨울 진미, 독도 복어잡이 배의 24시간

spark_icon5분 지식
  • 연중 추위가 절정에 달하는 1월, 복어잡이 어선은 20시간 넘게 뱃길을 달려 독도 인근 청정수역에서 조업을 펼칩니다.
  • 선원들은 살을 파고드는 2만여 개의 칼바늘과 48km 길이의 주낙 어장을 다루며 하루 21시간에 달하는 고된 노동을 감내합니다.
  • 거센 파도와 어장 유실의 위기를 딛고 건져 올리는 겨울 복어는 어부들의 묵묵한 땀방울이 빚어낸 값진 결실입니다.

연중 추위가 매섭게 몰아치는 1월, 독도 인근 바다에서는 겨울철 최고의 진미로 꼽히는 복어를 낚기 위한 처절한 사투가 벌어집니다. 복어잡이 어선은 한 번 출항하면 열흘 이상 바다에 머물며, 망망대해를 20시간 넘게 달려 어장에 도착하자마자 곧장 조업에 돌입합니다. 선원들이 마주하는 일상은 하루 수면 시간 단 3시간, 그리고 21시간 동안 쉼 없이 반복되는 고된 노동입니다.

왜 어부들은 살을 에는 칼바람과 집채만 한 파도를 뚫고 이토록 가혹한 겨울 바다로 향하는 걸까요? 11월부터 살이 차오르는 복어는 찬 바람이 불수록 차진 식감과 감칠맛이 절정에 달합니다. 하지만 복어는 1년 중 집중적으로 잡히는 시기가 불과 한 달 남짓에 불과해, 날씨가 허락하는 짧은 시간 동안 모든 체력을 쏟아부어야만 합니다.

2만 개의 칼바늘과 48km 어장, 주낙 조업의 메커니즘

복어를 낚는 방식은 긴 원줄에 수많은 가짓줄과 바늘을 매달아 바다에 넓게 드리우는 주낙(연승) 공법을 사용합니다. 복어는 면도날처럼 단단하고 날카로운 이빨을 지니고 있어 일반 낚싯바늘을 단숨에 끊어버리기 때문에, 선원들은 와이어가 달린 강철 칼바늘을 사용해야 합니다.

어선 내부에서 선원들이 조업 준비를 위해 낚싯줄이 담긴 큰 나무 통들을 나르고 정리하는 모습.

어족 자원이 풍부한 독도 인근 바다에 도착하자마자 쉬지 않고 투승 작업이 이어집니다.

출항 후 어장에 닿기까지 선원들은 꽁치 미끼를 손질하고 150통에 달하는 주낙통마다 바늘을 정교하게 꿰어 넣습니다. 바다에 투승하는 바늘의 개수만 무려 19,200여 개, 통과 통을 이어 바다에 뻗어 나가는 낚싯줄의 총길이는 48km에 이릅니다. 원줄의 속도에 맞춰 바늘을 던지지 못하면 낚싯줄이 엉키거나 칼바늘이 선원의 몸을 관통할 수 있어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칼바늘 부상과 맹독의 위험, 갑판 위에서 마주하는 한계

투승이 끝나고 30분 남짓 지나면 곧바로 낚싯줄을 끌어올리는 양망 작업이 이어집니다. 롤러를 통해 쉼 없이 올라오는 바늘에서 복어를 떼어내고 다시 미끼를 끼우는 단순 노동이 밤낮없이 이어집니다.

파란 비닐이 깔린 상자 안에 노란 줄무늬가 있는 밀복이 담겨 있는 모습

몸통 옆면에 선명한 노란 줄이 있는 밀복은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동해의 대표 어종인 자연산 밀복은 선명한 노란 줄이 인상적이지만, 눈과 아가미, 내장과 알에 치명적인 독을 품고 있습니다. 30cm가 넘는 묵직한 녀석들이 줄줄이 올라올 때의 손맛도 잠시, 좁은 갑판에서 파도에 흔들리다 칼바늘에 찔리거나 복어의 이빨에 물려 손가락 마디를 다치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영하 40도의 급랭 창고와 살을 에는 갑판을 오가며 선원들의 손발은 점차 감각을 잃어갑니다.

집채만 한 파도와 어장 유실, 바다가 시험하는 인내

조업이 늘 순탄한 것만은 아닙니다. 바다 날씨가 급변해 풍랑주의보가 내릴 위험에 처하면, 거센 조류에 낚싯줄이 엉키거나 바닷속 암초에 걸려 끊어지는 사고가 발생합니다.

거친 바다 위로 하얀색 부표가 떠 있는 모습

어장 위치를 표시하는 부표는 험난한 조업 과정에서 어부들이 사투를 벌이는 지표가 됩니다.

주낙 수십 통이 통째로 유실되면 수백만 원의 금전적 피해는 물론 조업 자체를 접고 회항해야 하는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됩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떠내려간 부표를 찾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망망대해를 헤매다 허탈하게 빈손으로 돌아서는 날에는 선원들의 가슴도 새카맣게 타들어 갑니다.

고난 끝에 찾아온 만선, 바다가 건네는 값진 결실

하지만 궂은 날씨가 지나고 바다가 잔잔해지면, 어부들의 고단한 새벽을 위로하듯 은빛 복어들이 줄을 지어 올라옵니다.

선상에서 모자를 쓴 어부가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 화면입니다. 화면 중앙에는 '기분이 어때요? 많이 올라오면 기분 좋죠'라는 자막이 노란색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고된 작업 끝에 줄지어 올라오는 복어를 마주하는 선원들의 얼굴에는 그간의 노고를 씻어내는 환한 웃음이 번집니다.

물 반 복어 반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10kg짜리 상자가 가득 쌓여 하루 어획량이 300상자를 훌쩍 넘길 때, 굳어있던 선원들의 얼굴에도 비로소 환한 웃음꽃이 핍니다. 20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얻은 귀한 복어 한 상자에는, 거친 파도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묵묵히 자리를 지킨 어부들의 숭고한 인생과 땀방울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FAQ

복어잡이에 일반 바늘 대신 칼바늘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복어는 이빨이 면도날처럼 날카롭고 단단해 일반 낚싯바늘을 쉽게 끊어버립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와이어가 달린 단단한 강철 칼바늘을 사용합니다.

주낙 어장의 규모와 작업 시간은 어느 정도인가요?

약 150통의 주낙통에 19,200여 개의 바늘을 연결하며 낚싯줄의 총길이는 48km에 달합니다. 투승과 양망, 선별 및 포장까지 하루 약 20~21시간 동안 작업이 진행됩니다.

조업 중 잡히는 밀복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밀복은 몸 가운데 선명한 노란 줄이 있는 동해안 대표 복어 어종입니다. 다른 복어에 비해 독성이 비교적 약한 편이지만 알과 내장 등에는 치명적인 맹독이 있어 전문 자격증을 갖춘 조리사가 손질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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