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에서 자연마을 단위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완주 밤목마을에 퇴직 후 고향을 지키러 돌아온 이들이 있습니다.
- 눈이 오면 태양광 발전마저 멈추지만 땅속 천연 냉장고와 묵묵한 손노동으로 겨울을 나며 불편함에 순응합니다.
- 70년 지기 죽마고우들과 함께 밥을 나누고 추억을 엮어가는 산골살이는 편리함보다 깊은 위안과 행복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에서 자연마을 단위로는 유일하게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 있습니다. 전라북도 완주군 동상면 깊은 산골에 자리한 밤목마을 이야기입니다. 과거 20여 가구가 모여 살던 이곳은 현재 단 다섯 가구만 남아 고즈넉한 명맥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대 문명의 필수품인 가전제품조차 마음 놓고 쓰기 어려운 첩첩산중이지만, 퇴직 후 나고 자란 고향집으로 발길을 돌린 이들이 있습니다.
편리함을 뒤로하고 무전력 오지마을로 돌아온 이유
국승구 씨는 젊은 시절 농사를 짓다가 생계를 위해 전주로 나가 직장 생활을 마친 뒤, 부모님이 남겨주신 고향집으로 귀향했습니다. 떠나 있던 긴 세월 동안에도 잊은 적 없던 산천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삶은 현대의 상식과는 전혀 다릅니다.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각자 설치한 소형 태양광 패널에 의존하지만, 눈이나 비가 연속으로 내리면 발전량은 0%로 떨어집니다. 냉장고에 보관하던 김치를 마당 서늘한 곳으로 꺼내놓고, 자연이 주는 추위 자체를 냉장 시설로 활용하는 것이 이곳의 일상입니다. 2013년까지 호롱불을 켜고 살았을 정도로 깊은 오지이지만, 자연의 순리에 몸을 맞추며 살아가는 법을 터득한 주민들에게는 더없이 편안한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오지 마을에서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 땅을 파서 식량을 저장하는 지혜를 발휘합니다.
결핍을 채우는 조상의 지혜와 묵묵한 노동
눈이 쌓이면 태양광 모듈을 직접 쓸어내려야 전기를 조금이라도 얻을 수 있고, 겨울철 폭설이 내리면 차량 진입조차 완전히 끊깁니다. 시장에 오갈 수 없는 고립된 환경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승구 씨는 부모님에게 배운 지혜를 그대로 실천합니다.
얼어붙은 땅을 깊게 파서 가을에 수확한 무를 묻어두는 땅속 천연 저장고가 대표적입니다. 땅속에 보관한 채소는 혹한 속에서도 얼지 않고 수분을 머금은 채 싱싱함을 유지하며, 이른 봄이 되면 파릇한 싹을 틔워 귀한 봄나물이 되어줍니다. 조금 더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수고를 들이면 냉장고나 마트가 없어도 밥상을 풍성하게 채울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줍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고향 친구들이 산속에서 모여 앉아 서로의 우정을 나누고 있습니다.
70년 지기 죽마고우들이 나누는 산골의 온기
불편한 오지 생활을 외롭지 않게 만드는 가장 큰 힘은 함께 돌아온 친구들입니다. 승구 씨의 오랜 벗인 김동언 씨와 인근 마을의 동창들은 유년 시절 험준한 산길과 또랑을 열세 개나 건너며 함께 초등학교를 다녔던 막역한 사이입니다. 어린 시절 나이 들면 고향에 돌아와 함께 살자던 약속을 지킨 셈입니다.
산에서 채취한 향긋한 능이버섯을 넣고 끓여낸 산중 별미를 앞에 두고, 친구들은 스스럼없이 한 상에 둘러앉습니다. 어린 시절 지게를 지고 산을 오르내리던 추억을 안주 삼아 나누는 따뜻한 밥 한 끼는 오지의 고단함을 눈 녹듯 사라지게 만듭니다. '친구들이 없었다면 이곳에 살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라는 고백처럼,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도끼질 좀 해봤던 솜씨로 70년 지기 친구와 함께 장작을 패며 웃음꽃을 피웁니다.
사라져가는 고향 마을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
승구 씨와 친구들에게 장작을 패고 가파른 옛 등굣길을 다시 걸어보는 일은 고된 노동이 아니라 소중한 놀이이자 치유입니다. 누구나 배고팠던 시절 허기를 달래주던 으름덩굴 열매의 기억을 더듬으며 걷는 산길은 세월의 무게를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어릴 적 등굣길 허기를 달래주던 으름덩굴을 보며 고향 산천의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기면 영영 잊혔을 오지마을이지만, 고향을 지키겠다는 순수한 애정 덕분에 밤목마을의 굴뚝에서는 여전히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문명의 이기가 주는 안락함보다 자연에 순응하며 얻는 마음의 평안과 이웃 간의 정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깊은 겨울을 나는 오지마을의 하루가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
FAQ
완주 밤목마을은 왜 전기가 들어오지 않나요?
깊은 첩첩산중에 위치한 벽지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자연마을 단위로는 유일하게 일반 전력망이 연결되지 않은 오지 지역입니다. 주민들은 개인 태양광 패널 등을 통해 제한적으로 전기를 자급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이 멈추는 겨울철에는 음식을 어떻게 보관하나요?
기온이 낮을 때는 바깥을 자연 냉장고로 활용하며, 수확한 무와 채소는 땅속 깊이 묻어 얼지 않게 보관하는 전통적인 산골 저장 방식을 사용합니다.
주민들이 불편한 오지마을로 다시 돌아온 주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퇴직 후 자신이 나고 자란 고향을 지키겠다는 보람과 함께, 오랜 세월을 함께한 죽마고우들과 자연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여유를 누리기 위해 귀향을 선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