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nnel_banner
  • 재개발이 확정된 1979년 단독주택을 전세로 임대해 원형을 살리며 똑똑하게 고쳐 사는 가족이 있습니다.
  • 삼배 천장과 FRP 그레이팅 대문, 목재 회전식 창 걸쇠 등 옛 흔적을 존중하면서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세련된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 화장실 하나와 좁은 공간의 불편함을 삶의 규칙으로 풀어내며, 유한한 시간 동안 집과의 소중한 추억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라질 1979년 구옥을 낙원으로 바꾼 특별한 선택

서울 은평구의 오래된 골목길, 낡은 전봇대와 노출된 전선 사이로 1979년에 지어진 붉은 벽돌 양옥 한 채가 눈에 띕니다. 재개발이 확정되어 언젠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이 구옥에, 공간 디자이너 남편 최재영 씨와 아내 김하영 씨 부부가 두 아들과 함께 둥지를 틀었습니다. 내 집이 아닌 전세로 들어온 구옥에 손수 구슬땀을 흘리며 정성껏 리모델링을 감행한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서울 은평구의 오래된 주택가 골목길 앞에 서 있는 두 사람과 그 뒤로 감나무가 있는 1979년식 붉은 벽돌 양옥집의 전경.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채 동네 골목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이 집은 부부가 꿈꿔온 오래된 주택의 매력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모두가 새 아파트와 깔끔한 신축을 찾아 떠날 때, 이들 가족은 왜 굳이 곧 허물어질 낡은 주택을 선택했을까요? 부부는 두 그루의 감나무가 반기는 마당을 보며 두 아들을 떠올렸고, 집 이름을 '감남우집'이라 지었습니다. 40여 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던 붉은 벽돌집은 그렇게 한 가족만의 온기 가득한 낙원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자산 가치 대신 '시간의 가치'를 고수한 현명함

보통 전셋집에 많은 리모델링 비용을 투입하는 것은 경제적 손실로 여겨지곤 합니다. 하지만 공간 디자이너인 남편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언젠가 사라질 유한한 공간이기에, 지금 이 집에서 누릴 수 있는 현재의 삶과 시간이 더없이 애틋하고 소중하게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붉은 벽돌 담장과 큰 나무가 있는 마당에 격자무늬 철제 대문이 설치되어 있고 자전거 몇 대가 세워져 있다.

동네와 완전히 단절되지 않으면서도 우리 가족만의 프라이버시는 지킬 수 있는 똑똑한 대문 디자인이에요.


부부는 집의 원형을 파괴하고 최신 자재로 도배하는 대신, 1979년 당시의 미학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을 잡았습니다. 대문에는 하수구 덮개로 주로 쓰이는 FRP 철제 그레이팅 소재를 활용하여, 골목길 이웃과의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사생활을 보호하는 감각적인 장치를 더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정취를 지키기 위해 디지털 도어락 대신 손때 묻는 열쇠를 선택해, 가족이 서로 문을 열어주고 맞아주는 소소한 기쁨을 일상에 되찾아왔습니다.

남길 것은 남기고 바꾼 디자이너의 실용적 안목

구옥 내부로 들어서면 예스러운 겉모습과는 또 다른 반전이 펼쳐집니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것은 바로 거실 천장을 장식한 삼배 소재입니다. 기존 천장 합판 구조를 굳이 철거하고 석고보드를 다시 대는 비싼 공사 대신, 자연스러운 나무 색감의 삼배를 그대로 발라 공사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면서도 습도 조절과 단열, 따뜻한 웜톤 분위기를 한 번에 잡았습니다.


실내 천장과 조명을 비스듬히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 모습으로 나무 무늬 천장과 흰색 평면 천장이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나무 소재의 따뜻함과 현대적인 흰색 톤을 조화롭게 배치해 낡은 집의 구조를 감각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합판 벽과 흰색 천장이 조화를 이루는 주방 공간에서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좁은 주방을 답답하지 않게 만들고자 천장을 밝은 흰색으로 마감하여 개방감을 살렸습니다.


손잡이 하나, 창문 틀 하나에도 세월의 결이 숨 쉬고 있습니다. 단열을 위해 내창을 더하면서도 일부러 예전 목재 틀과 회전식 창 걸쇠를 직관적으로 복각해 제작했습니다. 구할래야 구할 수 없는 추억의 불투명 패턴 유리창을 그대로 보존하여, 창밖으로 건너편 기와지붕이 비쳐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을 내부로 끌어들였습니다.


복잡하고 반복적인 기하학적 문양이 새겨진 불투명한 유리창 표면을 가까이서 촬영한 모습.

요즘은 구하기 힘든 옛날 유리창의 독특한 무늬를 그대로 살려 구옥만이 가진 시절의 기억을 공간에 담아냈습니다.


불편함을 유쾌하게 풀어내는 가족의 일상 변주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진 현대인에게 단 하나뿐인 화장실과 좁아진 주거 공간은 곤혹스러운 장벽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가족은 공간을 바꿀 수 없다면 생활을 맞추면 된다는 유쾌한 솔루션을 찾아냈습니다.


나무 마감재와 짙은 색 타일로 꾸며진 아늑하고 독특한 구조의 욕실 내부 모습

화장실이 하나뿐이라 생기는 일상의 불편함조차 가족만의 유쾌한 규칙으로 해결해 나갑니다.


아침마다 화장실 사용을 위해 사소하지만 따뜻한 가족 간의 규칙을 만들었고, 공간을 가득 채우던 침대 대신 매일 아침 아이들이 직접 이불을 개는 예쁜 습관을 길렀습니다. 또한 좁은 공간이 어지러워지지 않도록 세탁기나 에어컨 같은 대형 가전은 가벽이나 루버 뒤로 감추고, 커다란 소파를 치워 거실을 다채로운 공간으로 가변 활용하고 있습니다.


실내에서 검은색 상의를 입은 남녀가 서로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배경에는 나뭇결이 드러나는 목재 벽면과 민속 가면 장식이 있다.

이 집의 마지막 거주자로서, 공간이 가진 시간의 층위를 기록하며 매일의 소중함을 채워가고 있습니다.


사라질 집의 마지막 주인이 전하는 삶의 기록

언젠가 철거될 집이라는 사실은 이들 가족에게 불안이 아니라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가게 만드는 다정한 자극제가 됩니다. 오랜 세월 수많은 이들의 삶을 보듬었던 집의 '마지막 주인'으로서, 가족은 이곳에서의 일상과 풍경을 사진과 기록으로 정성껏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빠르고 편한 것만 좇는 시대 속에서, 옛것의 가치를 온전히 끌어안으며 삶의 여유를 가꿔가는 감남우집. 유한한 시간 속에서 써 내려가는 이들의 정겨운 일상은, 진정한 주거의 의미와 행복이 어디에서 오는지 나지막이 되물어보게 합니다.


FAQ

전셋집인데 구옥 리모델링 비용을 들인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순한 자산적 가치보다는 재개발로 언젠가 사라질 공간에서 가족이 누릴 현재의 삶과 소중한 추억의 가치를 더 크게 보았기 때문입니다.

구옥 천장에 사용된 삼배 자재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기존 천장을 철거하고 재시공하지 않고 발라낼 수 있어 공사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습도 조절 기능과 따뜻한 우드톤 연출이 가능합니다.

좁은 구옥 공간과 1개뿐인 화장실 불편은 어떻게 극복했나요?

아침 화장실 양보 규칙 정하기, 매일 아침 이불 개기, 대형 가전을 가벽 뒤로 숨기는 수납법 등 생활 습관과 배치를 바꿔 적응했습니다.


원본 영상 보기

# 감남우집
# 건축탐구집
# 공간디자인
# 구옥리모델링
# 구옥인테리어
# 단독주택
# 삼배천장
# 은평구구옥
# 인테리어
# 전세집리모델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