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질랜드 여름철을 맞아 축구장 1,570개 규모의 광활한 목장에서 1만 3,500마리 양들의 털을 깎는 열흘간의 대장정이 시작되었습니다.
- 개량된 양들은 제때 털을 깎지 않으면 피부병과 기생충 감염에 노출되므로, 양몰이개 헌터웨이와 헤딩독 및 전문 깎기 팀의 체계적인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 마리당 1분 내외로 피부 상처 없이 털을 벗겨내는 정교한 기술과 고단한 노동 속 휴식 시스템이 맞물려 고품질 양모를 생산해냅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11월부터 2월까지, 뉴질랜드의 광활한 초원에서는 그야말로 눈부신 대장정이 펼쳐집니다. 인구보다 양이 더 많기로 유명한 시골 마을 온가루와 테 쿠이티 인근 목장에서는 무려 축구장 1,570개 크기의 대지에 흩어진 1만 3,500마리의 양들을 모아 털을 깎는 열흘 간의 프로젝트가 막을 올렸습니다.
거대한 대지를 누비는 양몰이 개들의 집중력은 광활한 목장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작전의 핵심입니다.
장대한 초원 곳곳에 흩어져 있는 양떼를 한자리에 모으는 일부터가 만만치 않은 도전인데요. 거친 지형을 뚫고 수천 마리의 양들을 무사히 작업장으로 인도하기 위해 인간과 동물의 환상적인 팀플레이가 가동됩니다.
왜 지금 중요한가
그렇다면 왜 해마다 이맘때면 이토록 고단한 양털 깎기 전쟁을 치러야 하는 걸까요? 순전히 양모를 얻기 위한 인간의 이기심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늘날의 양들은 인간에 의해 털갈이를 하지 않고 계속해서 털이 자라도록 개량된 품종입니다. 따라서 제때 털을 벗겨주지 않으면 오물과 털이 엉켜 피부병이나 기생충 감염이라는 치명적인 위험에 노출되죠.
게다가 무더운 여름철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서라도 털 깎기는 양들에게 반드시 거쳐야 할 생존의 관문입니다. 양의 건강과 직결된 필수의례이기에, 목장주와 작업자들은 매년 이 시기가 되면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만큼 바쁜 일상을 보냅니다.
무엇이 이것을 움직이는가
이 엄청난 스케일의 작업을 가능하게 만드는 첫 번째 동력은 단연 양몰이개들의 눈부신 활약입니다. 8마리가 한 팀을 이루는 양몰이 현장에는 뉴질랜드 특화 품종인 헌터웨이와 헤딩독이 투입됩니다. 우렁찬 울음소리로 흩어진 양들을 앞으로 몰아붙이는 헌터웨이가 강력한 '무관'이라면, 소리 없이 양들의 동선을 차단하며 고즈넉하게 무리를 모으는 헤딩독은 '지략가' 역할을 해냅니다.
거친 지형을 누비며 수천 마리의 양을 안전하게 작업장으로 이동시키는 인간과 양몰이견의 환상적인 호흡이 돋보입니다.
체력과 지구력으로 무장한 이들의 완벽한 공조 덕분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1만 3,500마리의 양들이 작업장 축사로 차곡차곡 들어섭니다. 축사 진입로에서는 양과 어린 양을 분리하는 선별 작업이 이어지는데, 경험이 적은 어린 양들은 쉽게 패닉 상태에 빠져 엉뚱한 길로 달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양털 깎기 작업을 전담하는 숙련된 전문 팀의 모습입니다.
작업장 1층에 도달한 양들은 다시 체중과 크기별로 섬세하게 분류됩니다. 같은 체급끼리 모아두어야 털을 깎는 작업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고, 작업자의 체력 소모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죠.
현장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본격적인 털 깎기가 시작되면 현장은 속도와 정확성이 지배하는 치열한 경기장으로 변모합니다. 시즌마다 목장과 계약을 맺고 순회하는 전문 작업자들에게는 속도가 곧 수입입니다. 양 한 마리를 깎는 데 주어지는 시간은 불과 1분 남짓. 그 짧은 시간 동안 머리부터 꼬리까지 피부에 상처 하나 내지 않고 매끈하게 털을 벗겨내야 합니다.
마리당 60~70kg에 육박하는 거구의 양을 제압하는 비결은 강한 힘이 아니라 양을 편안하게 안심시키는 자세에 있습니다. 거둥거리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하면서도 편안한 상태를 유지해 주어야 사람도 양도 다치지 않고, 중간에 끊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한 장짜리 통판 플리스(Fleece)를 얻을 수 있습니다.
어미 양의 엄청난 힘에 밀려 진땀을 흘릴 정도로, 털 깎기는 온몸의 에너지를 쏟아붓는 고된 노동입니다.
마라톤 풀코스를 뛰는 듯한 전신 노동 속에서 작업자들은 섭씨 수십 도를 넘나드는 열기와 싸우며 땀으로 샤워를 합니다. 하루 8시간 동안 이어지는 강행군을 견디기 위해, 뉴질랜드 현장에서는 하루 두 번 스모코(Smoko)라 불리는 정식 휴식 시간을 가져 주전부리로 에너지를 보충합니다. 깎아낸 양털을 부위별로 1차 선별하고 100kg 단위로 압축 포장하는 보조원들과의 합이 퍼즐처럼 맞아떨어질 때 비로소 완벽한 양모 제품이 탄생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주목해야 하나
모든 작업이 끝나고 홀가분해진 모습으로 초원을 향해 내달리는 양들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냅니다. 좁은 축사에서 잠시 헤어졌던 어미와 새끼가 서로의 소리를 찾아 다시 만나는 상봉의 순간은 고된 노동 끝에 찾아오는 가장 따뜻한 결실입니다.
빠르고 효율적인 것만을 좇는 현대 사회에서, 손수 양의 몸을 보듬고 정성을 다해 한 올의 양모를 얻어내는 이들의 모습은 숭고한 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줍니다. 땀방울과 전문성, 그리고 자연에 대한 깊은 이해가 어우러진 뉴질랜드 양털 깎기 현장은 1년에 한 번 찾아오는 대자연과 인간의 위대한 협주곡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입니다.
FAQ
양털은 왜 매년 깎아주어야 하나요?
개량된 양들은 스스로 털갈이를 하지 않아 털을 깎지 않으면 오물과 뭉쳐 피부병이나 기생충 감염 위험이 극심해집니다. 더운 여름철 생존과 건강을 위한 필수 관리입니다.
양몰이에 서로 다른 품종의 개가 함께 쓰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큰 소리로 짖으며 양들을 앞으로 몰아붙이는 '헌터웨이'와, 짖지 않고 조용히 동선을 제어하는 '헤딩독'이 역할을 분담하여 거친 지형에서도 안전하게 양떼를 지휘하기 때문입니다.
양털을 깎을 때 양이 다치지는 않나요?
숙련된 작업자들은 양을 억지로 힘으로 누르지 않고 편안하게 안심시키는 고정 자세를 취하여, 불과 1분 만에 피부 상처 없이 통판 형태의 털을 벗겨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