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라위 국립공원 인접 마을에서는 건기마다 하마와 사자 등 야생동물이 침범해 농작물 축내기와 가축 습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 정부는 전기 울타리와 생포 이주 작전을 펼치고 있지만, 관광 수익을 위한 근거리 이주와 수자원 부족으로 동물들은 다시 마을로 넘어옵니다.
- 건기와 우기 격차가 심화되는 기후 변화 속에서 국립공원 내부 서식지 환경 개선 없는 임시 대책은 인간과 야생의 공존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동물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진 아프리카 말라위의 농촌 현장에서 밤마다 하마와 사자가 마을을 습격하는 아슬아슬한 사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건기가 심화되면서 국립공원 내 물과 먹이가 고갈되자, 생존에 몰린 야생동물들과 터전을 지키려는 주민 간의 갈등이 위험 수위를 넘어서고 있는 것입니다.
마을 울타리를 무너뜨리는 야생의 불청객들
어둠이 내리면 말라위의 드왕가강 인근 농촌 마을에는 긴장감이 감돏니다. 마을 주민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잘 가꿔놓은 고구마 밭은 순식간에 쑥대밭으로 변하고 맙니다. 범인은 인근 강에서 경계를 넘어온 하마들입니다. 거의 매일 밤 나타나는 불청객 때문에 주민들은 마음 편히 집에 가 잠을 청하지도 못합니다.
주민들은 양철을 마구 흔들어 소리를 내는 간이 퇴치 장치를 고안해 밤새 교대로 순찰을 돕니다. 하지만 이미 인간이 재배한 달콤한 작물 맛을 본 야생동물들을 막아서기엔 역부족입니다. 마을 안까지 깊숙이 침입해 어슬렁거리는 하마의 모습은 이곳에서 이미 일상이 되어버렸답니다.
매일 밤 밭을 습격하는 하마들 때문에 주민들은 잠도 자지 못한 채 불안한 밤을 보내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마에 그치지 않습니다. 초식동물들이 마을 주변 작물밭으로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그 뒤를 쫓아온 사자까지 마을 근처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농작물 손실을 넘어 주민들의 목숨까지 위협받는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죠.
생존과 인명 피해가 직결된 공존의 경계선
야생동물의 마을 침범은 단순한 재산 피해 수준을 넘어섭니다. 코끼리를 제외하면 지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난폭한 동물로 꼽히는 하마는 아프리카에서 사람에게 가장 많은 인명 피해를 입히는 야생동물입니다. 겉보기엔 둔해 보여도 화가 나면 사자보다 사나워지기에 집 앞마당까지 찾아오는 하마는 그 자체로 시한폭탄과 다름없습니다.
평화로워 보이는 강가 풍경과 달리, 밤이 되면 마을로 침범하는 하마들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은 깊어만 갑니다.
또한 밤마다 가축을 노리고 들어오는 사자 역시 주민들에게 커다란 공포입니다. 실제로 마을 근처에서 사자가 염소를 사냥하고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초식동물이 당장 먹을거리를 망쳐놓는다면, 그 뒤에 따라오는 포식자들은 주민들의 목숨과 전 재산인 가축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물과 경계선을 둘러싼 대립은 인간과 야생 모두에게 물러설 수 없는 생존 전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마을 장정들이 밤마다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경계를 서보지만, 자연의 야성을 온전히 막아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원 부족과 관광 중심 이주 정책이 낳은 허점
그렇다면 왜 야생동물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자꾸만 인간의 땅으로 넘어오는 걸까요? 가장 큰 원인은 건기 동안 국립공원 내부의 물과 먹이가 극도로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말라위를 비롯한 아프리카 대륙에서 국립공원은 본래 동물들이 자유롭게 이동하도록 울타리를 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야생동물의 침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울타리지만, 거구의 하마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기 일쑤입니다.
하지만 인간과의 충돌이 심각해지자 말라위 정부는 일부 위험 지역에 한해 전기 울타리를 설치했습니다. 매일 아침 관리원들이 울타리를 점검하지만, 코끼리나 하마 같은 대형 동물의 괴력을 막아내기엔 무리입니다. 울타리는 무너지고 또 다시 넘어지기를 반복합니다.
이에 정부는 야생동물 생포 팀을 파견해 동물들을 국립공원 깊숙한 곳으로 이주시키는 작전을 펼칩니다. 그러나 여기에 결정적인 한계가 존재합니다. 말라위 정부 입장에서 야생동물은 국립공원을 유지하고 관광 수익을 창출하는 핵심 국가 자원입니다. 사살 대신 생포를 택하는 것은 다행이지만, 관광객이 보기 쉽도록 마을과 멀지 않은 근거리 국립공원에 다시 풀어놓다 보니 동물들이 금세 경계선을 넘어 마을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끊이지 않는 것입니다.
위험천만한 생포 작전과 현장의 실태
현장에서 벌어지는 생포 작전은 그야말로 목숨을 건 고된 노동의 연속입니다. 덩치가 큰 야생동물은 보통 마취총을 사용하지만, 하마에게는 이 공식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물가에 주로 머무는 하마에게 마취총을 쐈다가는 의식을 잃고 그대로 익사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기린과 같은 초식동물들이 마을 근처로 모여들면서, 이들을 노리는 맹수들까지 마을을 위협하는 이중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생포 팀은 하마가 좋아하는 건초로 유인 기지를 만들고 수일간 지루한 잠복을 이어갑니다. 예민한 하마들은 조그만 조명 빛이나 인기척에도 금세 강 속으로 후퇴해 버려 작전은 난항을 겪기 일쑤입니다. 한편, 키가 큰 기린이나 빠른 초식동물들을 잡기 위해서는 헬리콥터를 동원해 거대한 천막 덫으로 몰아넣는 대규모 공중 작전까지 펼쳐집니다.
주민들을 위협하는 야생동물을 안전한 곳으로 옮기기 위한 숨 가쁜 생포 작전이 이어집니다.
며칠 밤을 지새운 끝에 하마 어미와 새끼를 덫에 가두고 트럭으로 옮겨 싣는 데 성공하지만, 잡힌 동물들의 울부짖음과 저항은 거셉니다. 매년 건기마다 무려 수백 마리의 동물을 이주시키는 대공사가 반복되고 있지만, 현장 관계자들의 구슬땀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기후 변화와 수자원 고갈 속 공존의 과제
말라위에는 12곳에 달하는 국립공원과 야생동물 보호구역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정작 동물들이 마음 놓고 거주해야 할 국립공원 내부에는 서식 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습니다. 물이 귀해진 국립공원을 버리고 생존을 위해 강을 건너오는 동물들에게 인간의 경계선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관광 수익을 위해 야생동물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과정이 오히려 동물과 인간 사이의 갈등을 유발하는 고리가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기후 변화로 인해 말라위의 건기와 우기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립공원 내부의 수자원 확보와 근본적인 먹이 사슬 보존 조치가 선행되지 않는다면, 포획과 이주라는 임시방편은 한계에 다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살기 위해 인간의 땅을 밟을 수밖에 없는 야생동물과,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밤을 지새우는 인간. 단순한 격리와 관광 자원화를 넘어 이들의 터전을 근본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생태적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멀어진 공존의 길을 찾기란 앞으로도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FAQ
하마를 마취총 대신 먹이 덫으로 생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하마는 주로 물가나 물속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마취총을 쏠 경우 물에 빠져 익사할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이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건초 등 먹이 덫으로 안전하게 유인해 생포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국립공원으로 이주시킨 야생동물이 왜 다시 마을로 돌아오나요?
관광객의 접근성을 고려해 너무 멀지 않은 국립공원 구역으로 이주시키는 데다, 건기 동안 국립공원 내 물과 먹이가 부족해지기 때문입니다. 야생동물들은 생존을 위해 다시 경계선을 넘어 인간의 농작물과 가축을 찾아 이동합니다.
전기 울타리가 야생동물의 침범을 막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코끼리나 하마처럼 덩치가 크고 힘이 세한 야생동물에게는 기본적인 전기 울타리가 큰 장애물이 되지 못하며, 동물들이 힘으로 쉽게 쓰러뜨리고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