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산 미군기지는 2004년 이전 협정 체결 이후 20년이 지났음에도 전체 면적의 31.5%만 반환되었습니다.
- 한국의 정량적 기준치 적용 법안과 미국의 실질적 위험 원칙이 충돌하며 토양 정화 책임을 둘러싼 제도적 공백이 발생했습니다.
- 정부는 우선 땅을 받아 국비로 먼저 정화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전체 개원은 반환 완료 후 7년이 걸리는 장기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243만㎡의 용산 미군기지는 축구장 340개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입니다. 2004년 한미 양국이 기지 이전 협정을 맺은 지 20년이 지났지만, 2024년 기준 돌아온 땅은 76만 5,000㎡(전체의 31.5%)에 불과합니다. 열쇠는 넘겨받았지만 시민들에게 문을 제대로 열어주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한 행정 지연 때문이 아닙니다.
이 땅의 문제는 딱 한 줄로 요약됩니다. 돌려받는 것이 단순한 땅 위가 아니라, 지난 100년간 오염된 땅속의 역사까지 포함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토지 반환과 환경 정화라는 두 가지 서로 다른 개념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용산공원의 딜레마가 시작됩니다.
용산기지 반환의 진짜 의미: 땅이 아닌 '100년의 시간'을 받는 일
용산 부지는 1904년 일제 강점기 일본군이 주둔지로 차지한 이후 해방 뒤 주한미군이 이어받으며 100년 넘게 도심 속 섬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2018년 주한미군사령부가 평택으로 이전을 완료하면서 땅을 돌려받을 물리적 여건은 갖춰졌습니다.
우리가 마주한 것은 단지 평평한 지표면이 아니라, 지난 100년의 시간을 고스란히 품고 있는 땅속 깊은 역사의 무게입니다.
하지만 반환된 땅을 열어본 순간 진짜 문제가 드러났습니다. 1990년부터 2015년까지 문서로 확인된 기지 내 기름 유출 사고만 84건에 달합니다. 조사 결과 부지 내에서는 석유계 총탄화수소(TPH), 벤젠, 수은, 다이옥신이 검출되었으며, 비소의 경우 토양오염 우려기준의 최대 40배까지 측정된 지점이 확인되었습니다.
'토지 반환'과 '토양 정화'의 분리: 오염 책임의 법적 공백
"오염시킨 쪽이 치우고 나가면 되지 않냐고요?" 여기서 이 땅 최대의 함정이 발생합니다. 한국과 미국이 오염을 바라보는 법적 잣대(기준)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기지 반환 이후 땅속을 들여다보니 토양 오염의 흔적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습니다.
한국 법은 정량적 수치를 기준으로 묻습니다. 토양 오염 물질이 정해진 기준치를 초과했는가를 확인하고, 넘었다면 즉시 정화 의무를 부여합니다. 반면 미국 측 원칙은 실질적 위험성을 묻습니다. 인간의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ERS)을 미치지 않는다면 정화할 의무가 없다는 논리입니다. 동일한 토지를 두고 한쪽 자로는 '정화 대상'이지만, 다른 쪽 자로는 '문제없음'으로 해석되는 법적 공백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현장 적용의 딜레마: 어린이정원 15cm 복토와 선(先)정화 방침
책임 공백으로 인해 반환 협상이 장기화하자 정부는 발상을 뒤집는 대안을 선택했습니다. 오염 정화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 협상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국가 예산으로 먼저 정화한 뒤 책임 소명 및 비용 청구를 추후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이미 반환된 미군기지 25곳을 치우는 데에만 2,200억 원 이상의 국비가 투입되었습니다.
오염된 토양을 직접 치우는 대신 그 위에 복토를 하고 시설을 설치해 접근을 차단하는 임시적인 정화 방식입니다.
완벽한 정화 전까지 시민 접근을 차단하는 대신 임시 조치도 병행되었습니다. 2023년 5월 개방된 '용산 어린이정원'이 대표적입니다. 오염이 확인된 일부 구간에 15cm 이상 깨끗한 흙을 덮고(복토) 잔디와 포장을 깔아 동선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위험 접촉을 차단했습니다. 오염 원인을 뿌리 뽑는 완결적 정화와 위험을 물리적으로 격리하여 이용 시간을 버는 임시 조치 사이에서 고육지책의 공학적 타협을 본 셈입니다.
완공 연도 없는 용산공원: 'N+7년'이라는 공학적 판단
용산공원 조성 사업은 기존 기지 외곽의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까지 포함하여 300만㎡ 규모로 확대되었습니다. 사업 예산만 2조 1,400억 원(추정)에 달하는 대형 국책 사업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공원의 완공 시점을 특정 연도로 명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체 부지가 완전 반환되는 해를 'N년'으로 지정하고, 반환 완료 시점으로부터 7년 뒤(N+7년)를 완공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앞서 반환된 기지들의 사례를 볼 때 토양 정밀 조사와 정화 작업에만 최소 5년 안팎이 소요되며, 정화 후 추가 오염이 발견되어 재정화 조치에 들어가는 변수도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서울 한복판 최후의 대규모 보전 부지인 용산공원은 이처럼 단순한 공사가 아니라 조사, 협상, 정화, 대기라는 복합적인 공학적·제도적 단계를 거치고 있습니다. 100년 치의 오염 숙제를 미루지 않고 안전하게 해소하며 단계적으로 열어가는 과정 자체가 용산공원이 조성되는 진짜 방식입니다.
FAQ
미군기지 토양 오염 정화 비용은 왜 한국 정부가 먼저 부담하나요?
한미 양국의 환경 오염 인정 기준(한국: 정량적 기준치 초과 여부, 미국: 인간 건강에 대한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 여부)이 달라 오염 책임 협상이 타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지 반환과 공원 조성이 무한정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정부가 국비로 선정화 작업을 진행하고 추후 비용 정산 및 협상을 이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용산 어린이정원은 오염 위험으로부터 안전한가요?
정부는 오염 물질이 검출된 부지 위에 15cm 이상의 깨끗한 흙을 덮고 잔디 및 도로 포장을 실시하여 인체 접촉을 차단했습니다. 다만, 이에 대해 안전성에 문제없다는 입장과 근본적인 토양 정화 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우려가 함께 존재합니다.
용산공원은 언제쯤 완전 개원하나요?
정부는 용산 미군기지 전체 부지의 반환이 완료되는 시점을 N년으로 설정하고, 그로부터 정밀 조사 및 토양 정화 기간을 거쳐 7년 뒤(N+7년)에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