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심한 건기로 물이 부족해진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코끼리와 치타 등 야생동물이 마을로 내려와 막대한 인명 및 농가 피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 말라위 정부는 보츠와나, 남아공과 협력해 코끼리 대규모 생포 작전에 나섰으나, 1980년대 추진된 주민 이주 정책이 코끼리 이동 통로를 막아선 것이 근본 원인입니다.
- 생포된 코끼리 상당수가 밀렵 덫에 부상을 입은 상태이며, 근처 보호구역으로 이주시켜도 다시 마을로 돌아오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아프리카 말라위에 건기가 찾아오고 땅이 메마르기 시작하면, 생존을 향한 야생동물들의 절박한 질주가 시작됩니다. 갈증과 굶주림에 몰린 동물들이 향하는 곳은 다름 아닌 사람이 사는 마을입니다. 물과 먹을거리를 찾아 마을 안까지 침범하는 치타와 누, 그리고 거대한 코끼리 떼까지 등장하면서 인간과 야생의 충돌은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터로 변하고 맙니다.
이러한 비극을 막기 위해 말라위 정부는 대규모 야생동물 생포 및 이주 작전에 나섰습니다. 헬리콥터가 하늘을 가르고 지상에서는 대형 수송 차량과 수의사 팀이 신속하게 움직입니다. 작전 하루 만에 무려 10마리의 코끼리를 마취시켜 생포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는데요, 대체 이 땅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야생동물의 안전한 이주를 위해 특수 제작된 천막을 활용하여 누 떼를 차분히 유도하고 있습니다.
1.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벌어진 대규모 야생동물 생포 작전
말라위 중부 은코타고타 야생동물 보호구역 인근 마을에서는 해마다 건기 최고조가 되면 대대적인 야생동물 이주 작업이 펼쳐집니다. 마을 덫에 걸려드는 치타만 해도 일 년에 약 60~70마리에 달할 정도로 야생의 침범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사람 먹을 것도 부족한 땅에서 야생동물들은 쫓겨나야 할 불청객이 되어버린 셈이죠.
비교적 다루기 쉬운 중소형 초식동물들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잡거나 천막을 이용한 생포법으로 틀어막습니다. 하지만 거대한 덩치의 코끼리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코끼리 생포에는 막대한 예산과 장비가 요구되기 때문에, 말라위 정부는 국제 야생동물 보호 재단의 지원을 받아 보츠와나의 자금과 장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전문 생포 팀을 파견받아 3개국 합동 작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설치한 덫에 걸린 치타는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2. 한 해 40여 명 사망, 생존을 건 인간과 야생의 비극적 충돌
마을 주민들에게 코끼리와 같은 야생동물은 관광 자원이기 전에 목숨을 위협하는 공포 그 자체입니다. 망고치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코끼리 습격으로 목숨을 잃는 사람이 매년 40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밭일을 나갔던 남편이 코끼리 무리에 밟혀 죽거나, 밭작물과 보금자리가 모조리 파괴되는 비극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쓰러진 코끼리를 보러 나온 주민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생포된 동물의 사정을 들여다보면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마취되어 쓰러진 코끼리의 발목에는 밀렵꾼이 설치한 올가미 덫 때문에 깊은 상처가 패어 있었고, 또 다른 코끼리는 코 일부가 잘려 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였습니다. 인간의 땅으로 들어온 야생이 가장 먼저 만난 것은 바로 밀렵의 공포였던 것입니다.
코끼리의 습격으로 밭을 잃고 이웃까지 떠나보낸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집니다.
3. 물 부족과 인위적 이주 정책이 부른 충돌의 원인
그렇다면 왜 이렇게 야생동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인간 마을로 들어오는 것일까요? 첫 번째 원인은 기후 변화로 인해 건기와 우기의 격차가 심해지면서 물과 먹을거리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물을 쉽게 취할 수 있는 말라위 호수 남쪽 강가로 동물들이 모여들 수밖에 없습니다.
더 치명적인 근본 원인은 1980년대 말라위 정부가 추진한 인위적인 주민 이주 정책에 있습니다. 당시 정부는 비옥한 망고치 지역으로 농민들을 대규모 이주시켰습니다. 그런데 하필 그곳은 먼 옛날부터 코끼리들이 물을 찾아 이동하던 오래된 길목이었습니다. 인간이 동물의 이동 통로를 점령하면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으로 충돌이 구조화되고 만 것입니다.
사람이 설치한 올가미와 덫으로 인해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코끼리의 다친 발 모습입니다.
4. 3개국 연합 생포 작전과 근본적 한계
보츠와나와 남아공, 말라위가 손을 잡은 3국 연합팀은 총 10일간의 작전 기간 동안 100여 마리의 코끼리를 생포해 인근 국립공원이나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옮기는 과업에 착수했습니다. 마취약 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고, 심장 박동 쇼크를 막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고난도 작업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이주 작전에는 뼈아픈 한계가 존재합니다. 말라위 정부 입장에서 야생동물은 주요 관광 자원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구경하기 쉽도록 마을 근처의 국립공원이나 보호구역으로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물리적 장벽이 없는 상태에서 서식지 자체가 무너져 있다 보니, 동물들은 기회만 생기면 다시 인간의 마을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을 반복합니다.
평생 터전을 위협받던 주민들에겐 코끼리의 생포가 절박한 생존의 문제이자 안도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5. 쫓겨나는 야생과 고통스러운 공생, 앞으로의 과제
마취에서 깨어난 코끼리가 다시 야생이란 이름의 땅으로 되돌려 보내지지만, 정작 야생동물 보호구역 안에서는 야생동물을 보기 힘들 정도로 생태계가 무너져 있습니다. 물가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척박한 땅이 대부분인 말라위에서, 동물도 사람도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고단한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단순히 헬기로 동물을 몰고 마취총으로 생포해 옮기는 일회성 작전만으로는 이 비극을 끝낼 수 없습니다. 동물의 이동 통로를 보존하는 생태 회랑 확보, 주민들의 안전과 생계를 보장하는 종합적인 정책, 그리고 국제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모여야 합니다. 평화로운 공존은 멀어지고 고통스러운 공생만 남아있는 말라위의 땅에서, 우리는 자연과 인간의 상생을 위한 진짜 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코끼리 이동 통로에 터를 잡은 주민들은 야생동물과의 갈등 속에서도 생포 작전 현장을 찾아 긴장과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FAQ
말라위 정부는 왜 야생동물을 사살하지 않고 생포하여 이주시키나요?
말라위 정부에게 야생동물은 중요한 관광 자원입니다. 따라서 무분별하게 사살하기보다는 가급적 생포하여 인근 국립공원이나 야생동물 보호구역으로 옮겨 관리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코끼리가 인간 마을로 자주 내려오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요?
건기 심화로 인한 물 부족 현상과 함께, 1980년대 정부가 농사가 잘되는 비옥한 망고치 지역으로 주민들을 이주시켰는데 그곳이 바로 코끼리들의 오래된 이동 통로였기 때문입니다.
코끼리 생포 작전은 어떻게 진행되며 어떤 위험이 있나요?
헬기로 위치를 추적한 뒤 마취총을 발사해 생포합니다. 코끼리가 흥분해 심장 박동수가 올라가면 마취약과 반응해 쇼크사할 위험이 있어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생포 후 인근 보호구역으로 옮겨진 코끼리들은 잘 적응하나요?
관광 자원 활용 등을 위해 먼 곳이 아닌 인근 보호구역으로 이주시키다 보니, 서식지 환경이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아 기회만 생기면 다시 인간 마을로 되돌아오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