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의 동굴 채집 가문들은 수십 년간 험준한 석회암 절벽을 오르며 제비집을 수확하고 있습니다.
- 엄격한 법률 규제와 가족 중심의 자율적 규칙을 준수함으로써 제비 개체수를 보존하며 공존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 인간의 전통적 노동과 대자연의 생태계 보호가 선순환을 이루는 공존 모델로서 지속적인 관찰과 관심이 요구됩니다.

가파른 석회암 절벽 끝, 어둡고 아득한 동굴 앞에 터를 잡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보르네오섬의 니아 국립공원 동굴 속에서 40년 넘게 제비집을 채집해 온 아노아 씨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이들이 무려 높이 60m가 넘는 아찔한 절벽을 오르내리며 위험을 무릅쓰면서도 수십 년간 전통을 이어갈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엄격한 환경 규제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지속 가능한 공존의 철학 덕분입니다.
절벽 동굴에 터를 잡은 사람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말레이시아 동말레이시아의 니아 국립공원에는 수십 년 동안 동굴 한켠에 간이 오두막을 짓고 살아가는 채집가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거주하며 채집하는 것은 다름 아닌 고급 식재료로 꼽히는 '제비집'입니다. 수확철이 되면 온 가족이 간장 항아리까지 챙겨 들고 동굴 속 오두막으로 이사를 옵니다. 한 번 채집 작업이 시작되면 짧게는 일주일에서 길게는 열흘 이상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아찔한 절벽 위 동굴에서 제비집을 채집하기 위해 도구를 점검하며 작업 준비를 합니다.
이 험난한 채집 현장은 완벽한 가족 분업 체계로 움직입니다. 누군가는 나무 기둥과 줄 하나에 의지해 스파이더맨처럼 동굴 천장으로 올라가고, 누군가는 거울로 햇빛을 반사해 어두운 동굴 내부를 밝혀줍니다. 또 다른 가족은 지상에서 채집 도구를 올려 보내거나 떨어진 제비집을 챙깁니다. 아노아 씨는 지난 40여 년간 장비 점검만큼은 결코 남의 손에 맡기지 않는 고집으로 가족의 안전을 지켜왔습니다.
4만 년의 역사와 생태계가 공존하는 숲이 지닌 가치
이곳 니아 국립공원은 단순한 채집터가 아닙니다. 여의도 면적의 약 4배에 달하는 울창한 열대 밀림 속에는 4만 년 전 고대 인류의 흔적과 호모 사피엔스의 두개골, 구석기 유물이 발견된 인류사의 보석 같은 공간입니다. 1,0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낸 동굴 벽화는 과거 원주민들의 삶과 죽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이기도 합니다.
4만 년의 세월을 간직한 숲은 자연의 순리대로 공존하며 생태계의 가치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보르네오섬은 아마존에 이어 제2의 지구 허파로 불릴 만큼 풍요로운 생태계를 자랑합니다. 바코 국립공원의 맹그로브 숲은 해양 생태계의 가디언 역할을 하며, 멸종 위기종인 코주부원숭이 150여 마리의 안식처가 되어줍니다. 구눙물루 국립공원 역시 약 150만 년 동안 진행된 석회암 침식 과정으로 만들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동굴군을 품고 있어, 2000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엄격한 규칙과 수십 년의 노하우, 전통을 지탱하는 원동력
자연에서 귀한 산물을 얻는 만큼, 주민들이 지켜야 할 규칙은 매우 철저합니다. 1968년 제정된 새둥지 법령에 따라 국립공원 내에서 제비집을 수확하려면 엄격한 검증 과정을 거쳐 허가권을 얻어야 합니다. 동굴을 새로 발견하더라도 수년간 동굴의 생태와 환경을 조사·연구해야 하며, 허가를 받은 후에도 정기적으로 환경 변화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울창한 맹그로브 숲의 생태계를 지키며 살아가는 야생 동물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현장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지키는 생태 보호 생활 수칙입니다. 흰집칼세(금사연)들이 먹이 활동을 마치고 동굴로 돌아오는 오후 5시 이후에는 절대로 음식을 조리하지 않습니다. 양파나 젓갈(벨라찬)처럼 강한 냄새가 나는 음식을 만들거나 소란을 피우는 행위는 엄격히 금지됩니다. 지친 새들이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둥지를 틀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입니다. 수확 역시 새들의 번식기인 8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에만 제한적으로 진행됩니다.
현장 주민과 생물 종의 삶은 어떻게 바뀌고 있는가
무분별한 난개발과 채굴이 횡행하던 과거와 달리, 법적 규제와 주민들의 자율적 보존 노력이 결합하면서 동굴 내 제비 개체수는 오히려 크게 증가했습니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regulatory framework가 안착한 2000년대 이후 동굴 내 제비집 수확량은 과거 대비 70%에서 최대 100% 이상 증가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멸종 위기종인 코주부원숭이에게 맹그로브 숲은 소중한 안식처이자 생명을 이어가는 삶의 터전입니다.
이러한 선순환은 동굴 내부의 복잡한 먹이사슬 생태계도 튼튼하게 유지해 줍니다. 구눙물루 사슴동굴에 거주하는 300만 마리의 박쥐들이 매일 밤 15톤의 곤충을 먹고 배출하는 무려 2~3톤의 배설물(구아노)은 동굴 미생물과 바퀴벌레, 지네, 거미, 뱀 등 수많은 동굴 생명체들의 유일한 양분 공급원이 됩니다. 인간의 자발적 보호 규칙이 동굴 전체 생태계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된 셈입니다.
공존과 보존의 모델로서 앞으로 지켜봐야 할 과제
현대 사회는 개발과 보존이라는 팽팽한 대립 속에서 늘 딜레마에 빠지곤 합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동굴 집 사람들과 국립공원의 사례는 인간의 노동과 대자연의 생태계가 어떻게 지혜롭게 공존할 수 있는지 명확한 답을 제시합니다.
수많은 생명이 터전으로 삼는 거대한 자연 동굴은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아노아 씨는 자식들과 손자 대에 이르러서도 이 고단하지만 뜻깊은 전통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위태로운 절벽 위에서 서로의 안전을 믿고 맡기는 가족의 우애, 그리고 미물인 새 한 마리의 휴식까지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이 존재하는 한 이 공존의 역사는 계속될 것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현대 문명 속에서 이 소중한 생태적 유산이 훼손되지 않고 지속될 수 있을지, 우리가 꾸준히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FAQ
제비집을 채집할 때 주민들이 지켜야 하는 구체적인 수칙은 무엇인가요?
새들이 먹이 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오후 5시 이후에는 소음을 내거나 양파, 젓갈 등 강한 냄새가 나는 요리를 하는 것이 엄격히 금지됩니다. 또한 수확은 새들의 번식기를 피한 낮 시간에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동굴 생태계에서 박쥐의 배설물(구아노)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박쥐 배설물은 빛이 들지 않는 동굴 생태계에서 핵심 양분 공급원 역할을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바퀴벌레, 진드기, 지네, 거미, 뱀 등 수많은 동굴 생물들이 먹이사슬을 형성하여 생존합니다.
엄격한 채집 규제가 시행된 이후 어떤 변화가 나타났나요?
1968년 법률 제정 이후 허가받은 인원만 규칙에 따라 채집하게 되면서 동굴 내 제비 개체수가 보존되었으며, 제비집 수확량이 과거 대비 70%에서 100% 이상 크게 증가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