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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개발로 7~8년 뒤 사라질 서울의 낡은 월세집을 최소한의 비용으로 개조해 살아가는 디자이너의 공간을 소개합니다.
  • 구조체나 벽면 같은 고정 베이스에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수성 페인트와 이동식 가구로 취향을 섬세하게 구현했습니다.
  • 내 집 마련을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기보다, 지금 사는 공간에서 나만의 삶을 온전히 누리는 주거의 본질을 보여줍니다.

서울 중구의 수많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붉은 벽돌과 담쟁이너굴이 어우러진 고즈넉한 3층 주택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런데 이 집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앞으로 7~8년 뒤 재개발로 사라질 예정인 철거 확정 월세집이라는 점입니다.


붉은 벽돌 담장이 둘러싸인 주택 대문 앞에서 두 사람이 서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재개발을 앞둔 낡은 붉은 벽돌집을 빌려 자신만의 감각으로 새롭게 고쳐낸 한 공간 디자이너의 보금자리입니다


이 집의 주인공은 국내외 다양한 상업 공간을 디자인해 온 1세대 공간 디자이너 강신재 씨입니다. 수년간 방치되어 곰팡이가 가득했던 낡은 집을 지인에게 아주 저렴한 월세로 빌려, 창문부터 내부 벽체까지 과감하게 뜯어고치며 새로운 보금자리를 완성했습니다.

부동산 소유 중심 사회에서 '현재의 삶'을 우선시하는 주거 트렌드

치솟는 집값과 내 집 마련의 부담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젠가 마련할 '내 집'을 위해 현재의 주거 환경을 수긍하거나 참아내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연은 소유보다 현재의 삶과 개개인의 취향이 주거의 진짜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새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노출 콘크리트 벽면과 커다란 통창이 설치된 실내 공간 중앙에 긴 나무 벤치가 놓여 있고, 창밖으로 푸른 나무와 도시 풍경이 보입니다.

벽체를 거둬내고 창을 크게 내어 집 안에서도 사계절의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언젠가 철거될 집이라 할지라도 살아가는 동안 온전히 나의 취향으로 채워진 공간에서 느키는 만족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습니다. 소유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자, 오히려 집을 나답게 꾸미는 자유로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4년간 방치되었던 곰팡이 집을 선택하게 만든 풍경과 자연

공간 디자이너인 강신재 씨가 4년 동안 비어 있던 이 낡은 집을 선택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집 안에서 통창 너머로 바라보는 남산부터 인왕산, 북한산까지 이어지는 서울의 병풍 같은 풍경 덕분이었습니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2층 이상의 주택 외벽과 처마 밑으로 푸른 나무와 맑은 하늘이 보이는 풍경

수년간 방치되어 낡았지만 뒤로는 산의 바위가, 앞으로는 무성한 자연이 어우러진 주택의 평화로운 모습이다.


벽을 철거하는 과정에서 집 안 내부로 유입된 거대한 거친 자연 암반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암반의 강한 기운에 눌려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품어내며 세입자와 자연이 공존하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공간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큰돈 들이지 않고 취향을 채우는 빌린 집 개조 실전법

언젠가 떠나야 할 빌린 집이기에 구조나 바탕(베이스)에는 최소한의 비용만 들였습니다. 목공 작업을 최소화하고 무광 백색 수성 페인트를 직접 롤러로 칠해 깔끔함을 확보했으며, 바닥은 저렴한 비닐 타일을 깔아 마감했습니다.


커다란 통창을 통해 서울 시내와 산이 보이는 집 내부의 모습으로, 창가에는 조명과 장식품이 놓여 있고 왼쪽에는 화분과 의자가 보입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탁 트인 서울 풍경은 그 자체로 집의 가장 아름다운 인테리어 요소가 됩니다.


천장 철거 후 드러난 벽돌이나 구멍, 세월의 흔적이 남은 틈새도 굳이 가리지 않고 시간의 깊이로 누렸습니다. 욕실의 노출 배관은 수석과 돌을 활용해 감각적으로 가렸으며, 공간을 채우는 가구는 나중에 이사할 때 가져갈 수 있는 이동식 빈티지 가구와 천, 한지 등을 활용해 디자이너만의 미장센을 완성했습니다.


마루바닥 패턴으로 마감된 짙은 갈색의 빈티지 나무 테이블 상판 근접 촬영 영상.

시간의 흔적을 간직한 가구는 공간에 깊이와 고유한 이야기를 더해줍니다.


겨울철 단열 보강을 과감히 생략한 탓에 옷을 겹겹이 입어야 하는 불편함도 있지만, 세상을 다 가진 듯한 석양과 나만의 정체성이 담긴 방이 주는 행복이 그 불편을 충분히 상쇄해 줍니다.

'내일의 내 집'을 위해 오늘을 유보하지 않는 지혜

우리는 종종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내일의 안락함을 위해 오늘의 불편과 삭막함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곤 합니다. 하지만 집은 완성된 결정체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나의 삶과 기억을 그려 나가는 빈 도화지와 같습니다.


붉은 벽돌집 외벽을 타고 무성하게 자라난 초록빛 담쟁이덩굴과 그 아래 놓인 의자, 에어컨 실외기, 강아지 모형.

자연이 스스로 그려낸 초록빛 담쟁이덩굴이 집의 풍경을 더욱 생기 있게 채워줍니다.


비록 잠시 머물다 떠나는 세입자의 위치라 할지라도, 지금 내가 숨 쉬는 이 공간을 내 온도로 채워나가는 시도는 삶을 대하는 태도를 뿌리째 바꾸어 놓습니다. 언젠가 사라질 공간일지라도 오늘을 진심으로 애정하며 살아가는 자세, 그것이야말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진정한 주거의 의미가 아닐까요?


FAQ

철거 예정인 재개발 주택인데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나요?

수성 페인트 직접 칠하기, 비닐 타일 시공 등 구조 베이스에는 최소한의 비용만 들였습니다. 나중에 가져갈 수 있는 이동식 빈티지 가구와 소품 위주로 꾸며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월세집을 개조할 때 집주인의 동의는 어떻게 구했나요?

재개발이 확정되어 7~8년 뒤 철거될 집이라는 특수성이 있었기에, 철거 전까지 자유롭게 고쳐 쓰며 거주하는 조건으로 집주인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노후 주택 리모델링 시 단열이나 하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요?

과도한 단열 보강 공사 대신 방한복과 방한 양말을 착용하는 등 생활 속 적응을 선택했습니다. 천장의 미세한 누수 같은 세월의 흔적도 집의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였습니다.

빌린 집 인테리어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팁이 있나요?

벽체나 고정 시설물 공사보다는 한지나 천, 이동식 가구와 조명 등 나중에 철거 및 이동이 용이한 소품을 활용해 취향을 연출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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