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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육지에서 배로 두 시간 거리인 안마도에서는 매년 4~5월 산란기를 맞아 활발해지는 '왕지네' 사냥으로 온 섬이 들썩입니다.
  • 가파른 돌틈을 낱낱이 뒤집는 험난한 고행을 거쳐 채집한 지네는 한 달에 1,000만~2,000만 원에 달하는 고소득을 안겨주는 섬의 보물입니다.
  • 독을 품은 지네를 정성껏 말려 한약재로 만들고 이색 보양식인 백숙을 끓여 먹으며 공존해 왔으나, 최근 방치된 야생 사슴 7,000마리로 인한 생태계 파괴는 깊은 숙제로 남았습니다.

육지(계마항)에서 배를 타고 남서쪽으로 무려 두 시간을 달려가야 비로소 닿을 수 있는 외딴섬, 안마도. 매년 봄바람이 아지랑이를 피워 올리는 4월 말부터 5월이 되면 이 고즈넉한 섬마을은 그야말로 활기로 가득한 축제의 장으로 변합니다. 이 시기 안마도를 들썩이게 만드는 진짜 보물은 지천에 널린 '왕지네'입니다. 한 달 남짓한 짧은 철에 바짝 땀 흘려 일하면 가구당 1,000만 원에서 많게는 2,000만 원이 넘는 쏠쏠한 소득을 올릴 수 있어, 주민들은 도시가 결코 부럽지 않은 풍요로운 삶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과연 이 무시무시하고 징그러운 녀석들이 어떻게 섬마을 사람들의 든든한 일등 공신이 되었을까요? 눈물나게 고단하지만 따뜻한 정성을 나누는 섬 주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봅니다.

안마도가 들썩인다, 봄날에 찾아오는 특별한 손님

말의 안장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아름다운 이름 안마도이지만, 평소에는 찾는 사람 없는 한적한 섬마을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방을 구하기도 대단히 어렵대요. 섬 주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허리에 우유 통을 차고 낡은 쇠갈퀴(수스랑)를 쥔 채 바쁘게 걸음을 재촉합니다.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축축하고 깊숙한 돌 밑에 숨어 있는 지네를 찾아내는 것입니다.

30년 전 외로운 섬 속에 둥지를 틀었다는 주민 박경옥 씨도 한때는 가게를 운영했지만, 이제는 지네 사냥을 유일한 수입원이자 삶의 활력소로 삼고 있습니다. 세상을 먼저 떠난 남편과 시어머니의 사진을 머리맡에 정성스레 간직하고 사는 그녀는 이 시기가 되면 묵직한 고독을 훌훌 털고 매일 산을 탑니다.


작업자가 녹색 장화를 신고 도구를 사용해 산속 돌무더기를 들추고 있다

봄철이면 섬 인근 야산 지천에 널린 왕지네를 찾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주민들의 손길입니다


왜 지금이어야 할까요? 독(毒)을 보물로 바꾸는 자연의 순리

지네는 흔히 사람을 쏘는 위험한 독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안마도 지네의 정식 명칭은 한반도에서 크기가 가장 거대하다는 '왕지네'이지요. 평소에는 땅속 깊은 곳에 꽁꽁 숨어 지내던 녀석들이 해가 돋아 따뜻해지는 봄날, 산란기를 앞두고 햇빛에 몸을 말리려 대거 땅 위로 기어 나오는데 그 시기가 바로 4월 20일부터 5월 말까지 딱 한 달뿐이랍니다.

비 온 다음 날이나 유독 볕이 따뜻한 날이면 왕지네들은 저마다 돌 틈 위로 꼬물꼬물 기어 나와 머무르다, 인기척이 들리면 무서운 속도로 도망칩니다. 이들을 집어 올리는 데는 순발력을 넘어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하는 장인다운 정밀한 손기술이 필요하지요. 자칫 방심하면 날카로운 촉에 손을 콱 물리는 일도 흔하기 때문입니다.

땀방울이 만든 풍요, 하루 수백 마리를 쫓는 구슬땀의 가치

안마도의 거친 산허리를 오르며 가파른 경사에서 쉴 새 없이 돌멩이를 수천 번씩 뒤집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허리는 쉴 새 없이 끊어질 듯 아파오고, 가시나무가 바지를 찢고 피부를 찔러도 수확의 설렘 덕분에 발걸음을 좀처럼 멈출 수 없습니다.


푸른 하늘과 구름 배경을 바탕으로 공중에 떠 있는 밝은 청록색 트레킹화 한 켤레가 보이고 상단에는 쿠폰 증정 안내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험한 산길을 누비는 주민들의 고단한 발걸음을 든든하게 받쳐주는 신발입니다.


경험 많은 베테랑 주엽 씨 같은 남성들의 경우, 이 시기에 목숨을 거는 듯한 고된 작업을 매일 이어가며 하루에 무료 500~600마리씩을 잡아 올리기도 합니다. 한 달 바짝 정성을 쏟으면 무려 2,000만 원 안팎의 값진 소득을 만질 수 있는 이유도 매일 땀과 정성으로 돌길을 누볐기 때문입니다.


흰색 원통 안쪽에 검은색 몸체와 노란색 다리를 가진 지네 여러 마리가 엉겨 붙어 있는 모습

거친 산속에서 정성껏 채취한 지네는 섬 사람들에게는 든든한 일상이자 귀한 소득원이 되어줍니다.


주민들은 서로 돌이 굴러내려 다치는 끔찍한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일부러 거리를 두고 홀로 험난한 산행을 감내합니다. 무거운 발걸음 끝에 낙엽 속에서 대왕 크기의 첫 녀석을 마주하는 그 순간만큼은 온 산에 퍼지는 환한 웃음꽃이 고단함을 깨끗이 씻어줍니다.


숲속에서 위장 무늬의 작업복을 입고 도구를 든 사람이 바위 사이를 살피며 걷고 있다.

험준한 산길을 누비며 귀한 소득원을 찾는 손길에는 매 순간 긴장과 정성이 깃듭니다.


삶의 애환을 품은 정성스러운 손길, 그리고 이 섬만의 별미

열심히 잡아 온 지네들은 그냥 팔지 않습니다. 예부터 동의보감에도 독성이 강한 파상풍 등의 진통제로 뛰어난 효과가 있다고 전해져 널리 쓰여 왔지만, 그만큼 가공 과정에 어마어마한 비법과 공이 들어가야 온전한 보물이 되지요. 예전에는 대나무를 깎아서 일일이 끼워 말렸지만, 요즘은 신식으로 만든 40구짜리 지네 고정틀을 활용합니다. 지네가 꼬부라지거나 다리가 부러지지 않도록 뜨겁게 기절시킨 뒤 한 마리씩 섬세하게 펴서 정렬시키는 과정은 그야말로 명인의 영역입니다.


흰색 스티로폼 위에 일렬로 나란히 놓여 핀으로 고정된 다수의 지네를 한 사람이 손으로 정리하고 있는 모습

건조 작업을 위해 나이와 크기별로 지네를 분류하고 꼼꼼하게 손질하는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이틀 동안 햇볕과 바람 아래서 바짝 자연 건조한 뒤에는 한 번 더 뜨겁고 붉은 팬에 고소하게 볶아내야 비로소 남아 있는 수분과 불순한 성분이 깨끗이 날아갑니다. 이렇게 만든 약재는 가루로 갈아서 캡슐에 담아 무릎 통증 등으로 고생하는 전국 각지의 도시민들에게 배달됩니다.


실내에서 할머니가 가져온 무언가를 신기한 듯 빤히 쳐다보고 있는 두 아이의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있다.

할머니의 거친 손으로 일궈낸 수확물을 보며 아이들은 낯설지만 대단한 정성을 배웁니다.


아직 덜 자란 지네나 상품성이 다소 부족한 녀석들은 버려질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안마도 주민들의 든든한 원기 회복을 위해 토종닭과 지네 30여 마리를 압력솥에 통째로 넣고 보글보글 푹 고아내어 특별한 '지네 백숙'을 완성시킵니다. 흙내가 약하게 감돌며 닭고기 본연의 담백한 맛과 기가 막히게 어우러지는 백숙은 아이들조차 계속 더 달라고 조를 만큼 매력적인 고유의 보양 요리이자, 정을 가득 담은 대접의 표상입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건네는 경고, 흔들리는 섬의 생태계를 돌아보며

그러나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이 안마도의 찬란한 봄날에도 조금씩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습니다. 섬 주민들이 과거에 녹용을 얻고자 키우다 낮은 울타리를 넘어 도망친 뒤로, 주인 없는 깊방산 속을 장악한 야생 사슴 때문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자가 번식하며 약 7,000마리로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 버린 사슴 떼는 섬의 온갖 나무뿌리와 약초, 자연 생태를 사정없이 짓밟고 파괴하고 있습니다.

사슴 탓에 산 밑이 갈아엎어지듯 훼손되면서 자연스레 지네들이 서식하고 은신할 돌 틈의 흙과 수풀들도 설 자리를 잃었습니다. 이로 인해 과거에 비해 잡히는 왕지네의 수가 매년 부쩍 줄어들고 있다고 주민들은 큰 아쉬움을 토로합니다. 우리가 소중히 지켜가야 할 이 보물 같은 섬 안마도가 부디 자연과 사람, 야생 동물이 고르게 공존하는 지혜를 찾아내 오랫동안 건강하길 빌어봅니다.


FAQ

안마도 왕지네는 평소에 마리당 얼마에 거래되나요?

영상에 따르면 가로로 잘 정리한 말린 왕지네는 마리당 약 5,000원 선에 정성껏 판매되며, 곱게 만들어 마시기 쉽도록 조제한 가루 캡슐 형태 등의 주문 제작 형태도 인기가 많습니다. 수입산 자체가 없어 섬 주민들이 직접 채취하는 것만 판매되는 귀한 상품입니다.

지네 백숙에 정말 지네를 같이 넣어 끓여 먹나요?

네, 그렇습니다. 안마도에서는 예로부터 무릎이나 허리에 통증이 있을 때 민간 약재로 지네를 널리 사용해 왔습니다. 통닭과 함께 압력솥에 왕지네 30마리 정도를 듬뿍 넣고 푹 끓여 보양 백숙 모양으로 내어놓으면, 특유의 연한 흙내가 은은하게 밴 고소하고 특별한 고양식이 완성됩니다.

사슴이 늘어난 것이 지네 채집량과 어떻게 연관이 있나요?

예전에 방목하던 사슴들이 허술한 울타리를 빠져나가 야생에서 무려 7,000여 마리로 늘어났습니다. 이 사슴들이 영양을 가리지 않고 안마도의 모든 뿌리와 산을 훼손하여 숲의 지반 생태가 약해졌고, 지네가 서식해야 할 바위 틈과 수분이 있는 축축한 은식처 역시 줄어들며 점차 채집량이 감소하는 위기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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