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아파트 전셋값 이하의 예산으로 신당동 가파른 언덕길 위 약 15평 2층 구옥을 리모델링하여 대안적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신혼부부의 이야기입니다.
- 단순히 아파트 크기를 줄인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공간을 비우고 4m 대형 탁자와 숨겨진 수납공간을 통해 삶의 방식에 맞춘 공간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 획일화된 아파트 중심의 주거 문화에서 벗어나, 자신의 취향과 지역 공동체, 그리고 자연을 품은 주도적인 삶의 방식을 제시하며 깊은 울림을 줍니다.

서울 중구 신당동, 네모난 빌라와 높은 아파트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가파른 오르막길 위에 눈부시게 하얀 2층 집 한 채가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수백 개의 계단이 이어지는 고단한 골목 끝자락에 위치한 이 집은 그야말로 동네의 고즈넉한 풍경을 수놓는 작은 보석 같은 존재입니다. 이곳에는 결혼 1년 차를 맞이한 정진욱, 이유림 씨 부부가 자신들만의 따뜻한 보금자리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 작은 집은 서울에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주거 비용에 좌절하기보다, 스스로 삶의 공간을 통제하고자 결심한 젊은 세대의 아주 영리한 돌파구입니다. 부부는 고작 아파트 전세 보증금 정도밖에 되지 않는 예산으로 곰팡이 가득했던 구옥을 매입해 스스로 리모델링하는 과감한 모험을 선택했습니다.
1. 전세 대란 속에서 찾아낸 기적 같은 내 집 마련
현재 청년 세대와 신혼부부들에게 서울에서 집을 구하는 일은 그야말로 눈물 나는 고행길과 다르지 않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아파트 전셋값을 감당하기에는 현실의 벽이 너무나 높았기에, 진욱 씨 부부 또한 발품만 무려 50군데 이상을 팔았고 실제로 찾아간 현장도 열 곳이 넘었습니다.
평범한 주거지가 아닌, 도심 속 틈새 공간을 활용해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마련한 신혼부부의 새로운 시도입니다.
그 고생 끝에 부부가 만난 곳이 바로 신당동의 낡은 2층짜리 다세대 원룸 구옥이었습니다. 좁은 비탈길 가장자리에 놓인 데다 차량 진입조차 어려워 다른 이들은 선뜻 엄두를 내지 못하던 곳입니다. 하지만 부부는 이 공간에서 다른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땅값과 건물 매입비를 합쳐 3억 5천만 원 미만이라는 믿을 수 없는 가격으로 부지를 사들였고, 철거부터 완성까지 리모델링 비용으로 7천만 원 미만을 들여 총 4억 2천만 원 이하로 자신들만의 완벽한 2층 단독주택을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주변 친구들이 왜 금수저라고 오해했는지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입니다.
2. '우리'만을 위해 공간을 정교하게 도려내다
이 집은 1층 약 8평, 2층 약 7평으로 합쳐서 고작 15평 안팎의 아주 협소한 규모입니다. 일반적인 아파트를 그대로 축소해 놓은 형태로 살아가려 했다면 이 귀여운 공간은 이내 숨이 막혔을지도 모릅니다.
레트로한 정취가 묻어나는 오래된 골목길에 건축가가 직접 방문해 공간의 가능성을 살피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부는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아주 정밀하게 분석하여 과감하게 비워내고 취할 곳만 거두었습니다. 1층의 주인공은 그야말로 거대한 4m짜리 스테인리스 테이블입니다. 거실의 소파와 소형 식탁을 과감히 포기하고 설계한 이 테이블은 평소에는 디자인 업무를 보는 책상이 되고, 밥을 먹는 식탁이 되며, 때로는 요리를 펼쳐놓는 조리대가 되어 줍니다. 이 다목적 가구의 공백이 주는 힘 덕분에 8평 남짓한 1층 공간은 전혀 좁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3. 골목과 소통하는 하얀 외벽의 비밀, '영롱쌓기' 기법
이 하얀 집을 한층 더 사랑스럽게 만드는 것은 벽돌 사이사이로 빈틈을 숭숭 내어 빛을 통과시키는 영롱쌓기 영벽입니다. 흔한 콘크리트 옹벽을 올렸을 때 지나가는 이웃이 느꼈을 답답함을 줄여주고, 바람과 채광을 부드럽게 집 안으로 들이기 위한 설계입니다.
벽돌 사이를 비워두는 영롱쌓기 방식은 외부의 골목과 소통하면서 집 안으로 적절한 채광과 개방감을 들여옵니다.
이 벽돌들은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 매우 실용적인 이유로 선택되었습니다. 가파른 계단 골목에는 차량 진출입이 아예 불가능하여, 거대한 철근 콘크리트나 통유리 같은 자재들을 인부들이 직접 나르기는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그 때문에 일꾼들이 일일이 손으로 들고 움직일 수 있는 소박한 벽돌을 선택하였고, 그것이 신의 한 수가 되어 동네 전체에 따뜻한 활력을 불어넣는 기분 좋은 얼굴을 완성했습니다.
4. 단 10cm의 공간도 허투루 쓰지 않는 치열한 인테리어
이 어여쁜 집의 2층은 부부의 안락한 침실과 반려묘 '감자'의 놀이터로 채워져 있습니다. 시각적으로 공간이 한층 더 넓어 보이게 하려고 1층과 2층 모두 벽과 천장은 물론 마루의 색감까지 한 톤으로 정갈하게 통일했으며, 눈에 거슬리는 이음새를 모두 없애는 필름 가공을 채택했습니다.
집 바로 뒤편에 자리 잡은 공원은 좁은 집의 답답함을 해소하고 부부의 일상을 풍요롭게 채워주는 앞마당 역할을 합니다.
또한, 집 안을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는 진짜 비결은 곳곳에 정성스레 숨겨둔 비밀의 수납공간들입니다. 리모델링 도중 발견된 자투리 벽면이나 계단 밑 등 단 10cm의 공간만 나타나면 어김없이 수납장을 정교하게 짜 넣었습니다. 침대를 걷어내면 또 하나의 커다란 붙박이 수납함이 등장할 만큼 치밀하게 공간을 설계했습니다. 심지어 욕실마저 평범한 세탁실을 포기하고 부부가 가장 사랑하는 대리석 욕조의 건습식 공간으로 분리 제작해, 하루의 고단함을 뼛속까지 씻어내릴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5. 집을 통해 위안을 얻고, 비탈진 삶을 사랑하는 법
어르신들의 무거운 다리가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흔들릴 때, 잠깐 쉬어갈 수 있는 작은 목조 벤치가 집의 문 앞에 살포시 놓여 있습니다. 가파른 비탈길을 오르던 동네 할머님들이 무릎을 만지작거리며 한숨을 돌릴 자리를 부부의 정성 어린 수작업으로 뚝딱뚝딱 만들어 낸 것입니다.
빽빽한 도심 속 건물들 사이 자리 잡은 작은 집이 주변 골목을 밝히는 따뜻한 빛이 됩니다.
진욱 씨와 유림 씨에게 집이란 단순히 잠을 자고 나가는 소모적인 정거장이 결코 아닙니다. 비록 내부는 15평으로 아담하지만, 집 뒤편으로 펼쳐진 멋진 성곽길 공원이 그야말로 거대한 이들의 마당이며 자연의 연장선이 되어 줍니다. 타인의 시선과 아파트라는 획일화된 기준에 나를 욱여넣는 인생 대신, '나는 나대로' 행복할 수 있는 주체적인 삶의 자세를 보여주는 부부의 공간. 지금 당신에게도 이토록 사랑하고 자랑하고 싶은 오롯한 나만의 집이 있으신가요?
FAQ
서울 신당동 협소주택을 마련하고 리모델링하는 데 든 비용은 구체적으로 얼마인가요?
대지 구입과 건물 매입비로 3억 5천만 원 미만이 들었으며, 철거부터 이사까지 리모델링 전체 비용으로 7천만 원 미만이 소요되어 총 4억 2천만 원 이하의 비용이 들었습니다.
15평이라는 좁은 공간을 넓어 보이게 만든 인테리어 노하우는 무엇인가요?
벽과 천장을 단일 톤으로 통일하고 이음새(줄눈)를 모두 가려 시선을 단순화했습니다. 또한 곳곳에 유리를 배치하고 외부 테라스를 두어 야외 풍경이 실내로 유입되도록 함으로써 면적이 두 배로 확장되어 보이는 효과를 주었습니다.
외벽에 적용된 '영롱쌓기' 기법의 특징과 장점은 무엇인가요?
영롱쌓기란 벽돌과 벽돌 사이에 틈을 비워 가며 건축하는 방법입니다. 외부 시선을 적절하게 차단하면서도 자연광을 건물 안에 은은하게 분산시키기 좋고, 가파르고 좁아서 긴 고갯길에 들어선 건물의 중압감을 덜어주는 시각적 장점이 탁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