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천 용소계곡과 정선 덕산기 끝집에 머무는 이들은 자발적 고립과 오지에서의 소박한 일상을 지켜갑니다.
- 비가 내리면 길이 끊기고 고립되지만, 자연이 주는 넉넉함과 오랜 정성이 깃든 흙집의 여유를 가치 있게 여깁니다.
-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자연의 혜택을 온전히 누리며 이들이 증명해 보이는 느림의 미학은 현대인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비 오면 길이 끊기고 전화조차 잘 터지지 않는 깊은 골짜기, 그 험하고 고단할 것만 같은 계곡 끝자락에 스스로 스며들어 사는 이들이 있습니다. 모두가 빠르고 편안한 도시의 삶을 쫓아갈 때, 무려 수십 년 동안 불편함을 달콤한 선물처럼 안고 살아가는 그곳의 주인공들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강원도 홍천의 용소계곡과 정선의 덕산기 계곡, 문명의 이기 대신 물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두 곳의 끝집에는 도대체 어떤 행복의 비결이 숨어 있을까요? 인생의 참된 가치를 전하는 그들의 속사정을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1. 지금 그곳에선 무슨 일이: 계곡 맨 끝자락에 틀어앉은 은둔자들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긴 강원도 홍천의 용소계곡, 그 깊은 골짜기 끝으로 굽이굽이 물소리를 따라 올라가다 보면 그야말로 수풀 속에 폭 파묻힌 아담한 흙집 한 채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는 수십 년 동안 직접 손으로 흙집을 매만지고 가꾸며 자리를 지켜온 황병익, 연순행 노부부가 살고 있습니다. 계곡 끝에 깊숙이 들어앉아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하여 이웃들에겐 '구렁이 부부'라는 친근한 별명으로 불리지요.
폭우가 지나간 자리에 고인 빗물을 직접 치워내며 일상을 이어가는 부부의 하루입니다.
여기에 더해, 내비게이션은커녕 전화 소통마저 먹통이 되기 일쑤인 정선 덕산기 계곡의 마지막 자락에는 300년이 넘은 옛 화전민의 흙집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지키며 사는 최일순 씨가 있습니다. 며칠 동안 인색한 비소식에 계곡 바닥이 마르다가도, 한 번 장대비가 쏟아지면 오도 가도 못하게 고립되고 마는 외딴 집입니다. 이들은 왜 문명과 거리를 둔 채, 세상에서 가장 아늑하면서도 가장 고립된 이 계곡 끝집을 보금자리로 선택한 것일까요?
2. 우리가 이 불편한 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누군가는 비만 오면 고립되어 오도가도 못하는 이런 삶에 대해 "그 아찔하고 불편한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라며 혀를 차곤 합니다. 하지만 이곳의 가치를 아는 수많은 사람이 무려 억대의 땅값을 제시하며 제발 터를 팔아달라고 애걸복걸해도, 노부부는 단호하게 거절하곤 하죠. 이들이 말하는 진짜 명당의 가치는 돈으로 결코 환산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계곡에서 직접 잡은 재료로 정성껏 끓여낸 소박하지만 깊은 맛의 매운탕이 식탁을 채웁니다.
편리함만이 최고의 가치가 된 현대 사회에서 이들의 '자발적 불편함'은 가슴 깊은 울림을 줍니다. 자연이 내어주는 맑은 물과 흙냄새, 그리고 눈앞에 끝없이 펼쳐지는 원시림의 풍경은 도심 속 어떤 화려한 아파트도 대신할 수 없는 행복을 건넵니다.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대지의 시원함을 즐기고, 해가 뜨면 뜨는 대로 마음을 정돈하며 자연의 시계에 온전히 삶의 속도를 맞춰나가는 지혜가 바로 이곳에 담겨 있습니다.
3. 계곡 끝집을 지켜내는 힘: 자연에 길들여진 삶과 오랜 정성
남편이 덜컥 사 들여온 새 보일러에 연신 잔소리를 쏟아내면서도, 두 부부의 대화에는 따뜻하고 구수함이 묻어납니다. 부지런한 남편은 계곡 건너 널따란 텃밭을 일구어 온갖 채소를 심고 가꾸며 살림살이를 채워왔습니다. 무려 2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고단한 구슬땀을 흘리며 손수 가꾼 터전입니다.
300년 된 흙집의 투박한 부엌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채 화전민의 생활 방식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이 가물고 험한 산자락 아래서 이들이 견딜 수 있는 힘은 자연을 신뢰하는 데서 나옵니다. 아무리 큰 비가 내려 마당을 가득 채울 듯 쏟아져도 신기하게 집안으로는 들어오지 않고 흘러 내려간다는 영감님의 대답은 오랜 경험 없이는 결코 가질 수 없는 믿음입니다.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환경을 온전히 이해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평온함인 셈이죠. 정선 덕산기 계곡의 최일순 씨 역시 대대로 화전민이 쓰던 수백 년 된 도구들을 소중하게 여기며, 삶이 더 빽빽하고 복잡해지기보다 한없이 단순하고 결이 고운 풍성함으로 가득해지길 오늘도 가만히 기도합니다.
4. 자발적 고립이 건네는 뜻밖의 선물과 일상의 변화
이 기묘한 집에서 맛보는 행복은 그야말로 자급자족에서 출발합니다. 맑은 용소계곡 너래바위 아래 흐르는 물속에 손을 쑥 집어넣어 잡은 싱싱한 민물고기로 얼큰하고 칼칼하게 끓여낸 매운탕 한 그릇은 값비싼 산해진미가 한 줌 부럽지 않은 일품 별미입니다.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가는 이곳에서는 이웃과 함께 나누는 소박한 한 끼가 곧 가장 큰 기쁨입니다.
여기에 부엌 구석에 무심히 뒹굴던 길쭉한 더덕을 뚝딱 무쳐 장작불에 차려낸 밥상은, 문득 찾아와서 "우리 인생에 이보다 더 좋은 안식이 어디 있겠냐"며 미소 짓는 고마운 이웃들과의 든든한 겸상으로 이어집니다. 시끄러운 모니터 대신 타닥타닥 소리를 내며 타오르는 아궁이의 장작 불빛을 바라보고 있으면, 조급하던 도시에서의 마음은 어느샌가 봄눈 녹듯 사그라지고 편안함만이 온몸을 기분 좋게 휘감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5. 앞으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느림의 미학
"바쁠 것도 없고, 당장 내일 해야 할 약속도 없고, 아궁이에 군불 때고 따뜻한 이불 속에 쏙 들어가 누워 자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어요."
가만히 내뱉는 이 한구절의 대담에는 우리가 평생 쫓아왔던 행복의 실체가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온 세상으로 난 문을 닫아걸고 계곡 깊숙이 은둔을 청하는 덕산기의 가녀린 흙집과, 투덕투덕 정겹게 대화를 쪼개어 가며 텃밭을 일구는 노부부의 삶은 앞으로 우리에게 기분 좋은 숙제를 던집니다. 가끔은 삶의 전원을 끄고 자신만의 계곡을 찾아 가만히 흘러가 봄은 어떨까요? 당신에게도 문을 닫아걸고 오롯이 자유로울 수 있는 마음의 계곡 끝집이 있나요?
FAQ
비 오면 계곡물이 불어나는데 위험하거나 수해가 나지는 않나요?
수십 년 동안 그곳을 지킨 주민들의 경험상, 계곡물이 집 근처까지 차오르는 것처럼 보여도 절묘하게 쓸려 내려가지 않고 빗물이 빠져나가는 자연적인 명당의 물길 구조를 가지고 있어 수해 우려가 크지 않습니다.
계곡 끝 오지에서의 식사와 생필품 조달은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주로 마당 옆 넓은 산자락 텃밭에서 자급자족으로 풍성한 채소를 수확하며, 계곡 속에서 직접 물고기를 잡아가며 식자재를 직접 조달하여 건강한 흙냄새가 가득한 소박한 밥상을 차려냅니다.
화전민이 쓰던 아주 오래된 흙집을 그대로 보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인위적으로 편하고 깔끔하게 뜯어고치는 대신 옛 화전민들이 살아가던 시간의 흔적을 그대로 고스란히 느낄 때, 비로소 마음이 더 풍성해지고 정신적인 여유와 안식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