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해 최북단 저도어장 개장과 함께 베테랑 머구리가 30kg이 넘는 대왕문어를 건져 올렸지만, 동해안의 전반적인 어획량 감소세는 매우 뚜렷합니다.
- 기후변화 영향으로 지난 10년간 바닷속 수온이 오르고 울창하던 해조류 밀림이 황무지로 바뀌면서 문어의 은신처가 급격히 사라졌습니다.
- 목숨을 건 고단한 머구리 어업 공동체의 생생한 삶을 보존하고 동해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바다숲 복원과 지속 가능한 어업 규범 정립이 시급합니다.

동해 최북단 민간인 출입 통제선 부근, 북방한계선(NLL)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고성 앞바다가 새벽 4시 50분부터 오색 불빛과 힘찬 엔진 소리로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일 년 중 어민들이 가장 손꼽아 기다리는 날, 바로 저도어장이 열리는 첫 개장날이 찾아왔기 때문입니다. 평소 어족 보호와 안보상의 이유로 굳게 닫혀 있던 축복의 바다를 선점하기 위해 무려 68척의 어선들이 100m 달리기를 하듯 거친 파도를 헤치고 내달리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경력 많은 베테랑 어민들은 문어가 지나다니는 길목을 정확히 파악해 대물을 낚아 올립니다.
이 치열한 어업 현장 한가운데에는 산소 호스 하나에 온전한 목숨을 맡기고 깊은 바닷속으로 뛰어드는 베테랑 '머구리' 박명호 선장이 있습니다. 60kg에 달하는 무거운 구식 우주복 스타일의 머구리 장비를 입고 수십 미터의 심해로 뛰어드는 고단한 작업 끝에, 그는 마침내 어른 몸통만 한 30kg 이상의 대왕문어(피문어)를 몸에 누에고치처럼 감은 채 극적으로 건져 올렸습니다. 진달래 피는 봄철에 가장 맛있어 '꽃문어'라고 불리는 이 거대한 생명체는 현장에서 눈물 나게 반가운 환호를 자아내며 그 장엄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2. 왜 지금 저도어장과 대왕문어에 주목해야 할까요?
저도어장의 일 년 첫 개장날 조업은 어민들에게 단순한 일상을 넘어 생계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분수령입니다. 이곳은 군사적 긴장감과 천혜의 자연이 공존하는 구역으로, 비무장지대(DMZ)와 인접해 평소 일반인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이곳의 어획량은 드넓은 동해의 다른 일반 어장에 비해 무려 열 배 이상에 달하며, 어민들에게는 문자 그대로 자연이 심어 놓은 든든한 금고 역할을 해왔습니다.
어둡고 깊은 바닷속으로 뛰어들기 전,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는 머구리의 일상입니다.
특히 동해의 귀한 보물로 꼽히는 대왕문어는 마리당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귀중한 자원입니다. 머구리가 차갑고 어두운 심해에서 직접 손으로 짚어가며 족집게처럼 건져내는 이 대왕문어는 동해 대진항 인근 수산 경제의 거대한 버팀목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목숨을 건 깊은 투쟁의 결과물인 이 대왕문어 수확에 최근 적색 경보가 울리면서, 우리 밥상뿐 아니라 최북단 어민들의 내일마저 커다란 불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3. 동해의 자랑, 바다숲이 녹아내리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10년 전만 해도 바닷속은 온통 수풀로 우거진 밀림 같아서, 문어들이 숨을 곳이 지천으로 널려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상막한 벌밖에 보이지 않아요."
수십 년을 바다 깊숙한 곳에서 숨 쉬어 온 베테랑 머구리의 고백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동해의 대왕문어 개체수가 눈에 띄게 말라가는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급격한 해수온 상승과 바다 사막화입니다. 바다의 그릇이 워낙 커 천천히 차가워지고 천천히 데워지던 옛 계절 성질을 잃어버린 동해는, 이제 가을 한 달, 봄 한 달 남짓만 차가운 온도를 유지한 채 빠르게 더워지고 있습니다.
어획량 감소로 어민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가운데, 수산 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화하는 바닷속 환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수온이 오르자 문어가 알을 낳고 유생들이 자라나야 할 울창한 해산 식물과 미역림이 모두 녹아내렸습니다. 문어에게는 최고의 포식자 피해 구역이자 보금자리였던 천연 바다숲이 완전히 부식되어 황폐한 암석과 모래밭으로 바뀐 것입니다. 결국 숨을 곳을 잃어버린 문어들은 갈 길을 잃었고, 기후변화의 거대한 바람이 동해 최북단 심해의 생태계를 안에서부터 철저하게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4. "저승에서 벌어 이승에서 쓴다" 흔들리는 머구리 공동체의 현실
산소통도 없이 맨몸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해녀와 달리, 머구리는 배 위에 있는 정교한 공기 압축 시스템(콤프레샤)과 연결된 오직 하나의 호스에 매달려 조업합니다. 물속에서 숨을 쉬는 동시에 투구 속 밸브를 머리로 세밀하게 컨트롤하며 수압과 부력을 조절하기에, 배 위의 동료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아 호스가 꼬이거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위험순위 1위의 가혹한 직업입니다.
어둡고 차가운 심해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머구리들의 치열한 작업 현장을 체험한다.
어민들이 농담처럼 던지는 "저승에서 벌어서 이승에서 쓴다"라는 한마디에는, 차가운 수온 속에서 동상과 감압병을 견디며 가족을 먹여 살려온 가장의 엄숙한 의무감이 깊게 배어 있습니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인해 해삼과 성게, 문어 등의 채취량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어민들의 고된 정성과 구슬땀에 비해 손에 쥐어지는 대가는 턱없이 적어지고 있습니다. 30년 넘게 일해온 고성 어민들은 매년 뚜렷하게 줄어드는 어획 물량을 보며 평생 바쳐 온 삶의 일터가 상실되어 가고 있음을 뼈저리게 실감합니다.
5. 지속 가능한 동해의 바다, 앞으로 우리는 무엇에 주목해야 할까요?
수십 년간 바다와 몸을 섞으며 살아왔던 머구리 박명호 선장의 마지막 소원은 무엇일까요? 바로 10년 뒤에도 이 깊고 푸른 고성 바다에서 자신의 동료와 후배들이 힘차게 대왕문어를 건져 올릴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를 만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개방 당일의 어획 축제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무분별한 조업 방식을 통제하고 최소 크기 이하의 어린 개체는 결코 사냥하지 않는 성숙하고 강력한 자율 조업 가이드라인이 철저하게 정착되어야 합니다.
동시에 변화하는 환경에 발맞추어 인공 바다숲을 복원하고 해양 생태계 인프라를 복구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중장기적인 투자와 체계적인 감시가 동반되어야 할 때입니다. 비록 육지에서 불어오는 겨울 칼바람은 매섭고 심해의 수온은 차갑지만,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묵묵히 바다를 지키는 이들의 삶의 터전이 언제까지나 푸르게 빛날 수 있기를 우리 모두가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보며 힘을 보태야 할 시간입니다.
FAQ
머구리와 해녀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해녀는 별도의 장기 장착 없이 맨몸으로 잠수하여 숨이 차면 수면으로 올라와 산소를 보충하지만, 머구리는 배 위에서 연결된 공기 공급 호스와 단단히 결속된 헬멧 투구를 착용하여 심해 깊은 곳에서도 공기를 공급받아 장시간 정밀한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저도어장이 다른 동해 일반 어장보다 어획량이 우수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저도어장은 북방한계선 바로 인근에 위치하여 군사상의 안전 조치로 평소 일반 민간인의 자유로운 접근과 조업이 제한되어 있는 구역입니다. 그 덕분에 어족 자원이 훼손되지 않고 풍부하여 첫 개장 조업 시 평소의 10배에 가까운 수확을 낼 정도로 어장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대왕문어 개체수가 급감하는 환경적인 요인은 무엇인가요?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해 10년 전만 해도 무성했던 동해 심해의 해초류 밀림(바다숲)이 심형을 유지하지 못하고 모조리 부식된 것이 결정적입니다. 문어가 천적을 피하고 편히 산란할 은신처가 사라지다 보니 생존력이 매우 떨어진 상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