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개발과 초고속 성장의 서울 속에서, 고도 제한과 개발 규제로 옛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평창동 구옥을 선택한 젊은 부부의 특별한 여정입니다.
- 3년간의 혹독한 발품과 누수 공사라는 고단함을 이겨내고, 기존 안방을 터서 만든 다이닝룸과 통창을 통해 북한산 등 다섯 정상을 품는 최고의 치유 공간을 완성했습니다.
-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가족만의 고향집을 가꾸며, 두 아이에게 자연과 이웃의 정을 물려주는 정성 어린 느린 삶의 가치를 되새기게 합니다.

초고층 아파트 단지가 숲을 이루고, 하루가 멀다 하고 재개발 소식이 서울 전역을 뒤덮는 요즘입니다. 너도나도 자산 가치와 생활의 편리함을 위해 아파트로 향할 때, 오히려 높은 고도 제한과 개발 불가라는 불편함을 기꺼이 껴안은 젊은 부부가 있습니다. 마트조차 근처에 없고, 겨울에 눈이 오면 마을버스마저 끊긴다는 종로구 평창동 산자락의 낡은 구옥.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고개를 저었을 이 선택 이면에는, 빠르고 편리한 도시의 삶에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시간의 정성'과 '치유의 가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집이란 과연 우리에게 어떤 의미여야 할까요? 이 부부의 조금은 느리고 특별한 여정을 통해 그 힌트를 찾아봅니다.
1. 편리함 대신 '재개발 안 되는 동네'를 찾은 젊은 부부
방송국 라디오 PD로 일하는 남편 윤성현 씨와 20년 경력의 베테랑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내 김재화 씨 부부. 이들은 두 아이가 자라나며 더 넓은 보금자리를 물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부부가 평소 사랑하던 부암동과 평창동, 구기동 일대를 무려 3년 동안 뒤져가며 끈질기게 발품을 팔았답니다.
편리함보다는 세월의 이야기를 간직한 공간에서 자신들만의 특별한 보금자리를 가꾸어 나가는 부부입니다.
하지만 어린아이 둘을 데리고 주택가를 헤매는 젊은 부부를 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의 젊은 사람들이 이런 외진 주택가를 찾아다니니, 부동산 중개업소에 갈 때마다 "젊은 사람들이 돈은 있고 보러 다니는 거냐"며 은근한 무시와 푸대접을 받기 일쑤였다고 하니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아이 둘이 커가면서 삶의 터전을 고민하던 부부가 주택이 많은 동네를 중심으로 발품을 팔게 된 계기입니다.
하지만 부부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운명처럼 다가온 평창동의 한 낡은 구옥을 만난 순간, 거실 창밖으로 비치는 가슴 벅찬 풍경에 매료되어 그 다음 날 바로 계약 서류에 도장을 찍고 말았죠.
2. 아파트 공화국에서 '변치 않을 고향집'이 가지는 특별함
부부가 구효 제한구역이자 자연경관지구에 자리한 평창동을 끈질기게 고집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온 세상이 재개발과 재건축의 자본 논리에 휩싸여 낡은 것을 기어코 부수고 새 건물을 높이 올릴 때, 이들은 오히려 '변하지 않는 것'의 가치에 깊이 주목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고향이라 부르던 어릴 적 동네를 찾아가면, 아파트 단지로 변해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은 모습을 보며 허무함과 슬픔을 느끼곤 합니다. 그러나 평창동은 고도 제한과 용적률 규제로 꼼짝없이 묶여 있는 덕분에, 100년이 흘러도 자연의 조화로운 숨결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그야말로 신비로운 동네입니다. 부부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언제든 찾아와 기대어 쉴 수 있는 '영원한 고향집'을 내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3. 다섯 개의 산이 선사하는 치유의 풍경과 공간의 미학
부부의 손길로 새롭게 호흡을 얻은 이 평창동 집은 집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망대와 같습니다. 거실과 다이닝룸의 커다란 창문을 열면 북한산, 북악산, 인왕산, 관악산 그리고 안산까지 자그마치 다섯 개의 명산 정상이 파노라마처럼 드넓게 펼쳐지는 장관을 자랑합니다.
평창동의 자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이 집을 처음 보았을 때의 놀라움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아내 재화 씨는 이 귀한 자연 풍경을 가족 모두가 온전히 누릴 수 있도록 과감한 공간 구조적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과거에 가장 큰 방이었던 큰어른의 안방 공간을 베란다와 시원하게 확장하여, 지금은 온 가족이 모여 밥을 먹고 대화를 누리는 주방 겸 다이닝룸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기존의 낡은 구조를 개선해 산 전망을 한눈에 담을 수 있게 바뀐 부엌과 거실의 모습입니다.
원목 가구의 톤을 차분하게 맞추고, 창틀 높이에 정밀하게 눈높이를 맞춘 평상 구조의 붙박이 소파(윈도우 시트)를 직접 짜 넣는 등 시선이 머무는 구석구석마다 오래 머무르고 싶은 정성을 담았습니다. 또한, 책을 이중으로 수납할 수 있도록 깊이감을 더해 특별히 제작한 원목 책장과 가로형 도서 꽂이 등은 좁은 공간을 지혜롭게 풀어낸 훌륭한 인테리어 팁이 되어 줍니다.
4.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마주한 삶의 변화들
물론 30~40년이 훌쩍 넘은 구옥을 고쳐 살기란 그야말로 '피땀 눈물'의 연속이었습니다. 집의 뼈대만 멀쩡했지, 배관이 낡아 누수가 일어나는 통에 공사 중간 천장을 무려 세 번이나 뜯어내야 했고 정화조 속에 두 번씩이나 직접 들어가 점검해야 하는 고된 순간이 가득했답니다.
기존 집의 낡은 구조를 걷어내고 천장을 높여 얻은 개방감이 공간에 특별한 온기를 더합니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면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내 집 앞과 골목길의 눈을 직접 쓸어야 하는 번거로움도 피할 수 없죠. 하지만 신기하게도 새벽에 눈을 치우다 보니 이웃집 중학생 아이와 반갑게 눈인사를 나누게 되고, 앞집 부부와 따뜻한 안부를 묻는 아름다운 일상이 선물처럼 찾아왔습니다.
밤낮이 바뀐 심야 라디오 프로그램 연출로 늘 머리가 무겁고 심신이 고단했던 남편 성현 씨는 다이닝룸 통창 너머 산바람을 맞으며 피아노를 칠 때 깊은 해방감과 다시 살아갈 치유의 힘을 얻는다고 고백합니다. 처음 주택으로 이사 갈 때 강력히 거칠게 저항했던 두 아이도 이제는 하굣길에 숲길로 돌아오길 원하며, 창을 열 때 풍기는 향긋한 아카시아 냄새를 맡고 "기분이 새것이 되었어", "맛이 꼭 꿀맛이야"라는 고운 표현을 먼저 속삭일 만큼 훌륭한 평창동의 자연을 온몸으로 누리고 있습니다.
5. 당신에게도 백 년 동안 바꾸지 않을 고향집이 있나요?
이 평창동 구옥에서의 삶은 단순한 거주 공간의 이동이 아닌, 세상을 바라보는 눈과 온 가족의 성장을 함께 빚어내는 삶의 일대 변화를 의미합니다. 일하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언제든 정원 테라스로 바로 걸어 나가 깊은 숨을 들이쉴 수 있는 여유, 계절의 미묘하고도 아름다운 호흡을 가장 먼저 알아차릴 수 있는 넉넉함은 과연 그 어떤 강남의 노다지 아파트와 맞바꿀 수 있을까요?
편리함과 효율성만이 유일한 선으로 대접받는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부부의 정직한 땀방울과 불편을 즐기는 용기 덕분에 이 고즈넉한 옛집은 오직 한 가족만을 위한 영혼의 쉼터가 되었습니다. 아파트를 떠난 불편한 생활 속에 숨은 놀랍도록 찬란한 치유의 나날들, 어쩌면 우리도 집이 주는 공간의 위로에 대해 다시금 마음속 깊이 질문을 던져보아야 할 때가 아닌지 여운이 길게 남습니다.
FAQ
평창동은 왜 재개발이 안 되고 고도 제한이 높은가요?
평창동 일대는 북한산 자락의 수려한 자연 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에서 '자연경관지구' 및 '고도지구' 등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의 높이가 보통 2~3층으로 제한되어 마구잡이식 아파트를 지을 수 없지만, 이 규제 덕분에 집에서 가리는 것 없이 수려한 산세의 뷰를 영구히 유지할 수 있다는 독보적인 장점이 탄생합니다.
30~40년 된 낡은 주택을 개조할 때 누수 같은 돌발 상황을 어떻게 해결했나요?
배관 등 지반 시설이 낡아 공사 초기에 누수가 심각했습니다. 지붕 시공 전문가들을 수차례 부르고도 완벽히 수리가 잡히지 않아, 천장을 무려 세 번 이상 뜯어 고치고 정화조 점검을 두 차례 직접 감행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답니다. 이처럼 구옥 리모델링을 감행할 때는 단지 심미적인 인테리어 외에 기초 지반과 설비 공사에 예산과 시간 투자가 필수적임을 보여줍니다.
책장이 일반 가구와 다르게 깊은 폭으로 특수 가공되었다고 하는데 장점은 무엇인가요?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내의 팁이 돋보이는 부분으로, 일반 책장보다 폭(depth)을 훨씬 깊게 짜 넣었습니다. 이럴 경우 책을 이중(가로, 세로 복합)으로 가득 수납할 수 있어 좁은 소형 책장이라도 엄청나게 높은 수납률을 자랑하며, 슬램덩크나 해리포터 같은 메인 작품 시리즈별로 구역을 완벽하게 나누어 보관하기에 최상의 아름다움과 편의를 선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