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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철 캐나다 대지에서 펼쳐지는 10만 마리 가터뱀의 메이팅볼은 강한 후손을 남기기 위한 치열한 생존 경쟁의 장입니다.
  • 스스로 체온 조절을 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인 뱀에게 빛은 생명이며, 자식을 지키기 위한 구렁이와 살모사의 모성애는 눈물겹습니다.
  • 다리와 지느러미가 없어도 독과 유연한 긴 몸을 무기 삼아 물과 땅을 지배해 온 뱀들의 경이로운 적응력을 조명합니다.

뱀은 왜 다리도 없이 1억 4천만 년 동안 지구에서 살아남았을까요? 봄이 오면 캐나다의 황량한 땅에서는 무려 10만 마리의 가터뱀이 모여 거대한 짝짓기 무리를 이룹니다. 이 혹독한 생존 경쟁과 독특한 번식 방식, 그리고 빛을 쫓는 그들의 치열한 삶의 지혜가 바로 뱀이 지구상에서 가장 완벽하게 적응한 동물로 살아남은 비결입니다.

지금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마른 나뭇잎과 가지가 깔린 땅 위를 기어 다니는 가터뱀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가터뱀들이 번식을 위해 대규모 무리를 이루며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 황량한 대지 위로, 믿기 힘든 광경이 펼쳐집니다. 그야말로 국수가락처럼 뒤엉킨 수십만 마리의 뱀들이 대지를 뒤덮는 것인데요. 평생에 딱 두 번, 겨울잠에 들기 전과 바로 지금 이 봄날에만 볼 수 있는 가터뱀들의 대규모 무리 짓기가 시작된 것입니다.

암컷이 뿜어내는 강렬한 페로몬 향기를 따라 수백 마리의 수컷들이 한 마리의 암컷을 감싸 안으며 거대한 메이팅볼(교미공)을 만들어냅니다. 온 땅을 가득 채운 이 꿈틀거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경이로움과 동시에 묘한 긴장감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이들은 왜 이토록 처절하게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걸까요?

이 거대한 엉킴이 왜 그토록 중요할까요


수많은 가터뱀이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

암컷의 페로몬을 따라 수백 마리의 수컷이 몰려들어 거대한 짝짓기 무리를 형성합니다.


겉보기에는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 뒤엉킴 속에는 대자연의 정교한 생존 법칙이 숨어 있습니다. 몸집도 작고 독도 없는 가터뱀들에게 이 치열한 경쟁은 더 강하고 건강한 후손을 남기기 위한 유일한 통로가 됩니다.

수많은 수컷 중 오직 단 한 마리만이 암컷과의 짝짓기에 성공하는 엄숙한 생존의 시험대인 셈이죠. 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강인한 힘과 무엇보다 끝까지 버텨내는 끈기가 필요합니다. 이 끈질긴 경쟁을 뚫고 살아남은 강인한 유전자만이 다음 세대로 이어져, 뱀이라는 종족을 지구상에 존속시키는 힘이 됩니다.

치열한 경쟁 뒤에 숨겨진 또 다른 생존 전략


흙과 마른 풀 위에 수많은 가터뱀이 서로 뒤엉켜 있는 모습

치열한 짝짓기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뱀들의 독특한 생존 전략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이 짝짓기 전쟁터에는 힘과 끈기뿐만 아니라, 놀라운 '꾀'로 승부하는 녀석들도 있답니다. 몸이 약해 정면 대결로는 승산이 없는 일부 수컷들은 스스로 암컷의 페로몬을 풍겨 다른 수컷들을 속여 유인합니다.

갑자기 나타난 가짜 암컷에게 속아 넘어간 수컷들이 자신을 감싸 안을 때, 영리한 수컷은 그들의 따뜻한 체온을 빼앗아 제 몸을 데웁니다. 충분히 에너지를 충전한 뒤 진짜 암컷을 찾아 유유히 떠나는 것이죠. 강한 자는 힘으로, 약한 자는 영리한 지혜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 뱀들의 모습에서 대자연의 깊은 지혜를 엿볼 수 있지 않나요?

빛과 온도가 지배하는 뱀들의 고단한 삶


어두운 굴속에서 뱀이 자신의 알들을 몸으로 감싸 보호하고 있는 모습

변온 동물인 뱀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할 수 없어 알을 품는 동안에도 외부의 열에 의존하며 생존을 이어갑니다.


짝짓기 전쟁이 끝나면 뱀들에게는 진짜 고단한 삶의 여정이 시작됩니다.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변온동물인 뱀에게 빛은 곧 생명이자 움직임의 원동력입니다. 빛에서 에너지를 얻지 못하면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하기 때문이죠.

이 고단한 삶 속에서도 자식을 향한 사랑은 눈물겹습니다. 구렁이는 뱀 중에서 드물게 무려 50일 동안 꼬박 알을 품고 지키는데, 스스로 열을 낼 수 없기에 햇볕을 쬐어 온몸으로 온기를 모은 뒤 다시 알을 감싸 안는 수고를 반복합니다. 까치살모사 역시 차가운 세상에 새끼를 안전하게 내놓기 위해 뱃속에서 알을 깨워 새끼를 낳는 지극한 정성을 보여줍니다. 어미를 죽이고 태어난다는 '살모(殺母)'라는 무서운 이름 뒤에는, 사실 새끼들이 어미 곁에서 안전하게 몸을 말릴 때까지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애틋한 모성애가 숨어 있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뱀들의 끝없는 도전


맑은 냇물 속을 유유히 헤엄치며 지나가는 뱀의 모습

지느러미가 없어도 긴 몸을 이용해 물속을 자유롭게 누비며 생존을 이어갑니다.


뱀은 다리가 없고, 지느러미가 없어도 땅과 물, 그리고 공중까지 그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코브라는 생존을 위해 가장 진화한 형태인 치명적인 독을 방어용 무기로 장착했고, 우리나라의 무자치는 지느러미 대신 긴 몸의 유연함을 무기 삼아 물속 물고기를 사냥합니다.

비록 열 번 시도해 겨우 한 번 성공하는 고단한 사냥일지라도,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묵묵히 제 삶을 일궈나가는 뱀들입니다. 징그럽다는 편견의 장막을 걷어내고 바라본 그들의 삶은, 그 어떤 동물보다 치열하고 정교한 생존의 철학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다가올 추운 겨울을 대비해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며 제 길을 가는 뱀들의 발걸음은 앞으로도 이 땅 위에서 계속될 것입니다.


FAQ

가터뱀이 거대한 무리(메이팅볼)를 만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봄철 겨울잠에서 깨어난 암컷이 풍기는 강렬한 페로몬에 이끌려 수백 마리의 수컷이 엉키며 발생합니다. 이 치열한 경쟁을 통해 가장 끈기 있고 강한 수컷만이 짝짓기에 성공하여 더 강한 후손을 남기게 됩니다.

약한 수컷 가터뱀이 짝짓기 경쟁에서 살아남는 비결이 있나요?

일부 영리한 수컷은 암컷처럼 위장하여 페로몬을 풍깁니다. 속아서 몰려든 다른 수컷들의 체온을 빼앗아 몸을 데운 뒤, 진짜 암컷을 찾아 나서는 영리한 우회 전략을 사용합니다.

살모사(殺母蛇)라는 이름처럼 실제로 새끼가 어미를 죽이나요?

아닙니다. 살모사는 알 대신 새끼를 낳는 난태생인데, 갓 태어난 새끼들이 어미 곁에 모여 있는 모습을 보고 과거 사람들이 오해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오히려 어미는 새끼들이 독립할 때까지 곁에서 지켜주는 모성애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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