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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년 전 환경부와 함께 진행했던 초등학생 탄소 절감 프로젝트의 기획 비하인드를 정리했어.
  • 70% 완성된 기존 기획을 뒤엎고 교육부 장관상과 학교 대항전이라는 새로운 판을 짠 과정이야.
  • 기획의 진짜 성공을 결정짓는 건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담당자의 강력한 의지와 실행력이라는 걸 깨달았어.

회의실에서 들은 황당한 아이디어

회사 생활을 하면서 공공기관과 일을 할 때였어.
어느 날 환경부 미팅이 끝난 뒤 사무관님이 툭 이야기를 꺼내더라고.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환경 인식 개선 앱을 만들고 있다는 내용이었어.
학생들이 탄소 절감 활동을 사진 찍어 올리면 포인트를 주고 과자나 아이스크림을 사 먹게 해주겠다는 기획이었지.

듣자마자 머릿속에 질문이 하나 떠올랐어.
"그걸 누가 하지?"
사무관님이 내 의견을 물어보길래 나는 아주 공손하게 말했어.
"아무도 안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의외였어.
사무관님도 사실 아무도 안 할 것 같다며 나더러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는 거야.
나는 신이 나서 문제점과 대안을 쏟아냈고 내 말을 듣던 사무관님은 도움을 요청했어.
옆에 있던 팀장님도 도와주라고 하셔서 얼떨결에 프로젝트에 발을 담그게 됐지.

70% 완성된 기획의 네 가지 허점

일주일 뒤 환경부와 산하기관 그리고 앱 개발사가 모두 모인 자리가 열렸어.
나는 마이크를 잡고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지.
기존 기획에는 크게 네 가지 문제점이 있었거든.

첫 번째는 타겟층에 대한 이해 부족이었어.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들에게 전깃줄 뽑기나 다회용기 사용 사진을 찍어 올리라고 하면 과연 몇 명이나 따라 할까?
참여율이 바닥을 칠 게 눈에 선했어.

두 번째는 인센티브의 한계였어.
엄마에게 말하면 사주는 아이스크림을 얻겠다고 매번 인증샷을 찍을 아이는 없어.

세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구조였어.
환경부가 학생을 모으려면 학교에 연락해야 하는데 학교는 교육부 소속이야.
교육부에 공문만 보낸다고 현장 선생님들이 움직일 리가 없잖아.

네 번째는 지속 가능성이었어.
기업 협찬으로 아이스크림 예산을 조달하겠다는데 변수가 너무 많아 오래 가기 힘든 구조였지.


흰색 배경의 스튜디오에서 연두색 티셔츠를 입은 남성이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으며, 화면 하단에는 '제가 해결책을 이야기하게 됩니다'라는 한글 자막이 떠 있다.

기획의 허점을 발견한 뒤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어.


무기를 활용해 새로운 판을 짜다

지적만 하고 끝내면 안 되니까 내가 평소에 쓰던 기획 플로우를 풀었어.
"우리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우리가 가진 무기는 무엇인가?", "그 무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환경부가 가진 첫 번째 무기는 상급 기관이라는 권력이었어.
두 번째 무기는 ESG 시대에 어울리는 녹색 명분이었지.
이 무기들을 활용해 판을 크게 바꾸기로 했어.

우선 아이스크림 대신 환경부 장관상을 내걸자고 했어.
장관상은 엄마들과 학생들에게 아주 강력한 인센티브가 되거든.
그리고 녹색 명분을 들고 교육부를 설득해서 교육부 장관상 15개를 받아오자고 제안했지.

여기에 재미 요소로 전국 학교별 대항전인 스쿨 챌린지 방식을 도입했어.
우수 학교에 교육부 장관상이 걸리면 교장 선생님이 움직이고 선생님과 학부모가 움직이게 돼.
상금 예산으로 학교에 텃밭이나 스마트팜을 만들어주면 기업 후원 없이도 지속 가능한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거야.


안경을 쓴 발표자가 흰색 벽 앞에 서서 손짓하며 이야기하고 있고, 그 뒤 벽에는 '어떻게 판을 짤까?', '1. 인센티브', '2. 커뮤니케이션', '3. 재미' 등의 문구가 적힌 골판지 조각들이 붙어 있습니다.

기존의 프로젝트를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하기 위해 우리가 집중해야 할 핵심 전략들이지.


냉담한 현장과 레전드 명함 사건

내 대안 발표가 끝나자 회의실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버렸어.
이미 앱 개발이 70%나 진행됐고 오픈이 두 달 남은 상황이었거든.
장관 보고까지 끝난 사업을 다시 뒤엎으라는 소리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지.

개발사에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거세게 반발했어.
회의가 끝난 뒤 명함을 교환하는데 개발사 대표가 내게 말하더라고.
"당신 명함은 안 받아."
10년 회사 생활 동안 명함을 거절당한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어.

나는 내가 자문위원일 뿐이니 이쯤에서 발을 빼야겠다고 생각했어.
사무관님에게 보고 일정을 연기하고 예산과 교육부 협조를 이끌어내면 된다고 툭 던지듯 말하고 회의실을 나왔지.


흰색 벽을 배경으로 한 남자가 왼쪽 하단에 서 있고, 오른쪽에는 'Problems'와 '진행율 170%', '일정(2달 뒤 오픈)', '개발', '예산'이라고 적힌 골판지 조각들이 붙어 있는 모습

기획안을 둘러싼 현실적인 장벽을 마주했을 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논리를 펼쳐야 할지 고민하게 됐어.


판을 바꾼 힘은 아이디어가 아니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
사무관님이 내부 교통정리를 전부 해내겠다고 나선 거야.
실제로 장관님께 보고해 일정을 연기했고 교육부와 업무협약을 맺어 장관상까지 받아왔어.

그렇게 수정된 기획은 '기후행동 1.5도씨 스쿨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왔어.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중고등학생으로 대상을 넓혀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지.
당시 4살이었던 내 딸이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는데 언젠가 학교에서 이 캠페인을 하게 된다면 "이거 아빠가 기획한 거야"라고 말할 수 있게 된 셈이야.

이 프로젝트가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내 훌륭한 아이디어 덕분이 아니야.
진짜 핵심은 70%나 진행된 사업의 잘못을 인정하고 위를 설득해낸 담당 사무관님의 의지와 실행력이었어.


흰색 배경 위에 '나머지 무기는?', '1. 권력', '3. 담당자의 의지 및 실행력'이라고 적힌 여러 개의 골판지 조각들이 놓여 있고, 두 손이 그 조각들을 가리키거나 누르고 있는 모습.

기획을 현실로 바꾸는 가장 결정적인 동력은 결국 담당자의 강력한 의지와 실행력에 있습니다.


나는 이 프로젝트의 성공 크레딧 중 80%는 담당 사무관님의 몫이라고 생각해.
나머지 10%는 소신 있게 밀어붙인 담당자를 믿어준 의사결정권자들의 몫이고 또 다른 10%는 현장에서 발로 뛴 산하기관과 개발사의 몫이지.
내가 낸 기획 아이디어의 지분은 겨우 1% 남짓일 거야.

결국 아무리 기발한 기획안이라도 현장을 움직이는 담당자의 의지와 실행력이 없다면 한 줄의 글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깊이 깨달았어.


FAQ

기획에서 아이디어보다 실행력이 더 중요한 이유는 뭐야?

아무리 뛰어난 기획이라도 현장의 수많은 난관과 내부 반대를 뚫고 실제로 구현해 내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야.

70%나 진행된 프로젝트를 새로 뒤엎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자신의 판단 미스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상급자와 유관 부서를 설득해 낸 담당자의 강력한 의지와 책임감이 있었기에 가능했어.

무빙워터 기획의 3단계는 어떤 순서로 진행돼?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내가 가진 무기는 무엇인가', '그 무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의 3단계를 통해 기획의 본질을 찾아가는 방식이야.

보상으로 과자 대신 장관상과 스쿨 챌린지를 제안한 이유는 뭐야?

단발성 소소한 상품보다 장관상이라는 명예와 학교 대항전이라는 재미 요소가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를 자발적으로 움직이게 만들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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