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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에서는 추수가 끝난 논에 2,600여 마리의 오리를 풀어 해충을 잡고 천연 비료를 얻는 자연 친화적 공생 농법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 사료비 절감과 고품질의 자연 방사 오리알 생산이라는 경제적 이점 이면에는, 먹이를 찾아 1년 내내 논을 옮겨 다녀야 하는 유목민들의 고된 노동이 존재합니다.
  • 뙤약볕 아래 진흙투성이가 되는 불편함 속에서도, 이들은 가족을 위한 책임감과 자연에 순응하는 지혜로 묵묵히 오늘 하루의 행복을 일궈냅니다.

캄보디아 반테아이메안체이 지역, 추수가 끝난 광활한 논을 점령한 엄청난 무리가 있습니다. 무려 2,600여 마리에 달하는 오리 떼입니다. 기계 소리 하나 없는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이 수많은 오리들은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이곳에서는 오리를 우리에 가두지 않고 논에 풀어 키우는 독특한 '유목 농법'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오리는 자연에서 먹이를 찾고, 인간은 그 대가로 질 좋은 알을 얻는 완벽한 공생의 현장. 오늘은 사료비 한 푼 없이 돈을 벌어다 주는 똑똑한 오리 군단과, 그들의 발걸음을 따라 1년 내내 짐을 싸는 캄보디아 오리 유목민들의 고단하고도 경이로운 삶을 짚어봅니다.

기계도 대신할 수 없는 완벽한 공생 생태계

농업이 발달한 캄보디아에서는 전체 경작지의 75% 이상에서 벼농사를 짓습니다. 연간 3모작이 가능해 어디를 가든 넓은 논이 펼쳐져 있죠. 이 거대한 자연의 무대에서 오리들은 그야말로 훌륭한 농꾼 역할을 해냅니다. 아침 해가 뜨고 논으로 쏟아져 나온 오리들은 바닥에 떨어진 벼 이삭부터 우렁이, 숨은 해충까지 남김없이 먹어 치웁니다.

이 방식은 사육자와 농부 모두에게 든든한 이익을 안겨줍니다. 사육자 입장에서는 매일 감당해야 할 막대한 사료비를 전혀 들이지 않고도 고품질의 자연 방사 오리알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논을 빌려준 농부는 골칫거리인 해충을 자연스럽게 제거하고, 오리가 남긴 배설물을 천연 비료로 활용하게 됩니다. 인간의 얄팍한 기술이나 기계로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의 순리에 완벽하게 순응하는 지혜로운 생태계인 셈입니다.

벼 이삭을 따라가는 1년 내내 유목 생활

하지만 이 평화로운 풍경 이면에는 사육자들의 뼈를 깎는 수고가 숨어 있습니다. 수천 마리의 오리가 한곳에 머물며 먹이를 다 먹어 치우고 나면, 지체 없이 새로운 논을 찾아 떠나야만 합니다. 먹이가 부족해지면 오리들이 알을 제대로 낳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짧게는 보름, 길어도 한 달을 넘기지 못하고 1년에 100번 가까이 이사를 반복해야 하는 고단한 유목 생활이 시작되는 이유입니다.


캄보디아의 비포장도로 위로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지나가고 뒤편으로 트럭이 달리는 풍경

벼 이삭을 따라 이동하며 생활하는 오리 유목민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일상을 이어갑니다.


오리들의 이사는 그야말로 전쟁과도 같습니다. 평균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는 캄보디아의 뙤약볕 아래서, 더위에 지쳐 물 밖으로 나오기 싫어하는 오리들을 대형 수송 트럭으로 몰아넣는 일은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무려 1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오리들을 층층이 태우고 나면, 깃털과 땀으로 범벅이 된 작업자들은 이미 녹초가 되고 맙니다. 오리들이 다칠세라 시속 30km 이하로 조심스레 이동하는 트럭을 보며, 쉽게만 결과를 얻으려는 현대인들의 조급함을 다시금 돌아보게 됩니다.


트럭 뒤편에 설치된 경사로를 통해 오리들이 이동식 우리 안으로 올라가고 있는 모습

더운 날씨 속에서 오리들을 트럭에 태워 새로운 논으로 이동시키는 고된 작업이 이어집니다.


진흙투성이 일상, 그들이 감수하는 불편함

새로운 논에 도착해서도 편안한 휴식은 주어지지 않습니다. 유목민들의 살림살이는 낡은 냄비 몇 개와 이불, 그리고 태양광 충전기 하나가 전부입니다. 수도 시설조차 없는 야외에서 생활하다 보니, 푹푹 빠지는 진흙탕을 뛰어다닌 후에도 논물에 옷을 입은 채 몸을 씻어내야 합니다. 밤낮없이 오리 곁을 지켜야 하기에 노숙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밀짚모자를 쓴 남성이 야외 논밭에서 나무 막대기를 잡고 작업하는 모습

습한 논 위에서 생활하는 유목민들에게 평상은 뱀과 습기를 피할 수 있는 필수적인 보금자리입니다.


이들의 단출한 이삿짐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름 아닌 '평상'입니다. 뱀의 위협을 피하고, 밤새 논에서 올라오는 매서운 습기를 막아주는 유일한 방패이기 때문입니다. 날이 밝으면 가시나무와 뱀이 도사리는 진흙 속을 맨손으로 더듬어가며 하루 약 400여 개의 오리알을 수확합니다. 한 알에 약 50원 남짓한 이 결실들이 깨질세라 조심스럽게 쓸어 담는 그들의 투박한 손에는 오랜 시간 흘려온 구슬땀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고단한 하루 끝에 찾아오는 따뜻한 위로

그렇다면 이토록 불편하고 험난한 생활을 묵묵히 견뎌내는 비결은 뭘까요? 도망친 오리를 잡느라 늦어버린 점심시간, 식은 밥에 갓 주운 오리알 부침 하나가 전부인 밥상이지만 이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합니다. 힘들었던 하루 일과를 무사히 마치고 다 함께 모여 캄보디아식 보양식인 '뽕찌어꼰(부화 직전의 오리알)'을 나누어 먹는 순간이 이들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야외 들판에 설치된 파란색 텐트를 배경으로 한 소년이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가족을 위해 낯선 환경에서의 고된 유목 생활도 묵묵히 견뎌내는 어린 일꾼의 진심입니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며 살아가는 캄보디아의 오리 유목민들. 이들이 뙤약볕 아래서 흘리는 땀방울은 오직 사랑하는 가족을 향한 든든한 책임감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식탁 위에서 무심코 만나는 자연 방사 식재료 뒤에는, 이처럼 누군가의 눈물 나게 정성스러운 노동이 숨 쉬고 있습니다. 빠르고 편리한 것만 좇는 우리에게, 이들의 투박하지만 진실한 삶의 철학은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당신에게도 기꺼이 땀 흘려 지켜내고 싶은 소중한 가치가 있나요?


FAQ

오리들을 논에 풀어놓고 키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오리가 논에 떨어진 벼 이삭이나 해충, 우렁이 등을 먹어 사육자의 사료비가 크게 절감됩니다. 동시에 오리의 배설물이 천연 비료 역할을 하고 해충까지 잡아주어 농부에게도 이익이 되는 상호 보완적인 농법이기 때문입니다.

오리 유목민들은 왜 계속해서 이사를 다녀야 하나요?

한 장소에 오래 머물면 오리들이 먹을 수 있는 자연 먹이가 금방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먹이가 부족하면 오리들이 알을 많이 낳지 못하므로, 짧게는 15일에서 길게는 한 달 주기로 계속 새로운 논을 찾아 이동해야 합니다.

야외에서 생활하며 가장 중요하게 챙기는 이삿짐은 무엇인가요?

습기와 뱀으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한 '평상'입니다. 임시 거처를 짓는 공간이 대부분 물기가 많은 논이기 때문에 평상이 없으면 생활 자체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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