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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왕벌은 태어나자마자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동생 벌들을 침으로 찔러 죽이며, 가장 강한 유전자를 남기기 위한 잔혹한 생존 결투를 벌입니다.
  • 여왕벌은 10만 마리 백성의 성품과 능력을 결정짓는 절대적인 '씨앗'이며, 매일 천 개의 알을 낳으며 왕국을 유지하는 고단한 운명을 짊어집니다.
  • 최상위 포식자인 장수말벌 여왕 역시 홀로 왕국을 세우고 천 분의 일의 확률로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는 등 자연의 엄격한 생존 법칙을 묵묵히 따르고 있습니다.

고즈넉한 숲속, 수만 마리의 생명이 숨 쉬는 꿀벌 왕국이 있습니다. 이 거대한 우주를 다스리는 여왕벌의 삶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화려하고 평화로울 것만 같지만, 실상은 그야말로 태어나는 순간부터 피를 묻혀야 하는 잔혹한 생존 투쟁입니다. 여왕은 단순히 권력을 누리는 자리가 아니라, 10만 마리 백성의 유전자를 결정짓고 왕국의 존폐를 짊어지는 고단한 운명이기 때문이죠. 생태계의 꼭대기에서 꿀벌의 최대 천적으로 군림하는 장수말벌 여왕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자연의 엄격한 순리 속에서 각자의 왕국을 지켜내려는 두 여왕의 눈물나게 치열한 생존기를 들여다봅니다.

태어난 순간 시작되는 피의 숙청

여왕벌은 알에서 깨어난 지 정확히 16일째 되는 날, 자신을 감싸고 있던 왕대(여왕벌방)를 찢고 세상에 나옵니다. 그런데 갓 태어난 맏이 여왕벌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무척이나 충격적입니다.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요? 곧장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동생들의 방을 찾아가 침으로 무참히 찔러버립니다. 미처 죽이지 못한 벌들이 깨어나면 최후의 한 마리가 남을 때까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이죠.

일벌들은 이 끔찍한 싸움에 결코 끼어들지 않고, 그저 죽은 동생벌을 밖으로 멀리 내다 버릴 뿐입니다. 잔인해 보이지만, 이는 가장 강한 유전자를 골라내려는 작은 꿀벌들의 거대한 의지랍니다. 치열한 사투 끝에 살아남은 단 한 마리만이 비로소 왕국의 진정한 여왕으로 추앙받게 됩니다.

10만 백성의 운명을 쥔 단 하나의 '씨앗'

그렇다면 이토록 혹독한 과정을 거쳐 여왕벌을 추대하는 비결은 뭘까요? 여왕벌이 곧 왕국의 '씨앗'이기 때문입니다. 여왕이 크면 일벌도 크고, 여왕이 사나우면 일벌도 사납습니다. 꿀을 많이 따오고 로열젤리를 잘 만드는 능력까지 모두 여왕벌의 유전자에 달려 있죠. 매일 천 개의 알을 순풍순풍 어김없이 낳아줘야 하는 무거운 약속을 짊어진 든든한 존재입니다.


어두운 공간 속 철제 케이지 안에 갇힌 여왕벌의 그림자가 나무 바닥에 비치고 있다.

새로운 여왕벌이 기존 벌통에 적응하기까지는 서로의 냄새와 소리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사람이 새로운 여왕벌을 벌통에 넣어줄 때도 무척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깜깜하고 냄새와 소리만 가득한 벌통 안에서, 일벌들은 새 여왕을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거든요. 새 여왕벌이 자신의 페로몬을 뿌려 백성들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2~3일의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 일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기 위해 죽은 듯이 웅크린 새 여왕의 모습은 참으로 고단해 보입니다.

생태계의 포식자, 장수말벌 여왕의 고단한 왕국

그런데 이때! 평화롭던 꿀벌 왕국에 집채만 한 범들이 쳐들어옵니다. 바로 꿀벌의 최대 천적인 장수말벌입니다. 무려 7마리의 장수말벌이 15,000마리의 꿀벌을 학살하는 진풍경이 벌어집니다. 짧은 침으로는 뚫리지 않는 철갑옷을 두른 장수말벌의 공격에 꿀벌 왕국의 입구는 허무하게 무너지고 맙니다.


야외에서 꿀벌 벌통에 연기를 뿜어 넣고 있는 작업자들의 모습

여왕벌이 다시 안정을 찾고 산란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일벌들이 벌통 내부를 정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무자비한 전쟁의 신, 장수말벌 여왕의 삶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눈물나게 처절합니다. 꿀벌과 달리 장수말벌 여왕은 오로지 혼자의 몸으로 모진 겨울을 버텨내고 집을 지어 왕국을 세우신 분입니다. 평생 3,000개의 알을 낳아야 하지만, 방이 모자라거나 먹이가 부족할 때는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애벌레를 뽑아내 잡아먹으며 알 낳을 자리를 마련하죠. 생태계의 균형을 맞추는 최상위 포식자 이면에는, 이토록 무겁고도 처절한 어미의 수고가 숨어 있습니다.

천 분의 일의 확률, 혹독한 겨울을 견뎌내는 이유

뜨거웠던 여름이 지나고 기온이 변하면, 자연은 어김없이 새로운 신호를 보냅니다. 벌통에 수벌이 태어나기 시작하면 이는 곧 한살이를 마무리하라는 가을의 절기와도 같습니다. 꿀벌 일벌들은 여왕의 몸을 가볍게 만들기 위해 굶기기 시작하고, 마침내 왕국 인구의 절반이 새로운 집을 찾아 나서는 '분봉'이 시작되죠. 이는 야성을 일깨워주는 벌들만의 웅장한 함성입니다.


야외에서 한 남성이 벌에 쏘여 붉게 부어오른 등 부위를 보여주고 있고, 그 뒤로 두 남성이 서 있는 모습

벌의 공격은 방호복을 뚫을 정도로 강력하며, 양봉 작업 중 겪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장수말벌의 세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두 달도 안 되는 일벌들의 목숨은 자동으로 꺼져가고, 여왕벌이 내년 봄까지 살아남아 다시 자신의 집을 지을 확률은 천 분의 일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은 차디찬 땅속에서 얼어 죽고 맙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사납게 싸우고 묵묵히 알을 낳는 것은, 감이 가을에 열리듯 모두 그럴 만한 자연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랍니다. 당신에게도 이들처럼 묵묵히 지켜내고 싶은 따뜻한 삶의 이유가 있나요?


FAQ

여왕벌은 태어나자마자 왜 다른 동생 벌들을 죽이나요?

가장 강한 유전자를 왕국에 남기기 위한 꿀벌들의 생존 본능입니다. 먼저 태어난 맏이 여왕벌은 아직 깨어나지 않은 동생들의 방을 찾아가 침으로 찌르며, 여러 마리가 동시에 깨어날 경우 최후의 한 마리가 남을 때까지 결투를 벌여 진정한 여왕을 가려냅니다.

벌통에 새로운 여왕벌을 넣을 때 왜 며칠씩 기다려야 하나요?

벌통 안은 시각보다 냄새와 소리로 소통하는 깜깜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일벌들은 낯선 여왕벌을 바로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새 여왕벌이 자신만의 페로몬을 충분히 뿜어내어 일벌들에게 익숙해질 수 있도록 2~3일의 적응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장수말벌 여왕은 겨울을 어떻게 보내나요?

장수말벌 여왕은 꿀벌과 달리 무리 지어 겨울을 나지 않고 오로지 혼자의 몸으로 차디찬 땅속에서 반년 가까운 겨울을 버텨냅니다. 이듬해 봄에 살아남아 새로운 집을 지을 확률은 천 분의 일에 불과할 정도로 혹독한 과정을 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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