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년 우리나라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 쓰레기는 약 14만 5천 톤에 달하며, 이 중 폐어구로 인한 '유령어업' 피해액만 2015년 기준 3,700억 원에 이릅니다.
- 바다 침적 쓰레기는 육상 쓰레기보다 수거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세척과 파쇄 등 복잡한 전처리 과정을 거쳐야 해 처리 비용이 무려 10배나 비쌉니다.
- 중국발 불법 폐어구와 육상에서 강을 타고 떠밀려온 10만 톤의 생활 쓰레기가 어민들의 생계와 선박 안전까지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풍향이나 파고에 따라 시시각각 얼굴이 달라지는 바다. 이곳 한가운데서 굵은 와이어가 팽팽하게 당겨집니다. 배가 뒤로 젖혀질 만큼 묵직한 무게, 대번 10톤은 족히 넘어 보이는데요. 도대체 캄캄한 바닷속에서 무엇을 끌어 올리려는 걸까요? 거친 물보라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건 다름 아닌 거대한 폐그물과 쓰레기 더미입니다. 해마다 우리나라 바다에 버려지는 해양 쓰레기는 약 14만 5천여 톤. 이로 인해 매년 3,700억 원이 넘는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허공으로, 아니 바닷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깊은 물속, 지금 바다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유령이 떠도는 바다, 끝없는 죽음의 굴레
바다 밑바닥을 긁어 올릴 때마다 통발과 밧줄이 뒤엉킨 거대한 쓰레기 무더기가 쏟아집니다. 그런데 이 폐어구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갇혀 있는 물고기와 꽃게들이 이미 싸늘하게 죽어 있는 것이죠.
어민들은 이를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라 부릅니다. 바다에 버려진 그물이나 통발에 살아있는 물고기가 들어가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해 폐사하고, 그 사체를 먹으러 다른 물고기가 들어왔다가 또다시 갇혀 죽음을 맞이하는 끔찍한 연쇄 작용입니다. 유엔(UN)의 보고에 따르면, 정상적인 그물 어획량의 무려 30%가량이 이 유령어업으로 인해 희생된다고 합니다.
바닷속에 방치된 폐어구는 해양 생물들이 끊임없이 희생되는 죽음의 굴레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바다에 버려지는 폐어구의 양만 매년 4만 3천여 톤. 이는 승용차 4만 대가량이 바다 밑에 묻혀 있는 것과 같은 무게입니다. 폐통발이 그야말로 바다 생물들의 거대한 무덤이 되어 어장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는 셈입니다.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고단한 노동
육상의 쓰레기는 우리 눈에 보이고 정해진 쓰레기통이 있지만, 바다는 그렇지 않습니다. 넓고 깊은 물속 어디에 쓰레기가 가라앉아 있는지 알 길이 없죠. 그래서 어선의 위치를 잘 아는 어민들의 경험에 기대어 무거운 갈고리로 바닥을 훑어야만 간신히 쓰레기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수거하는 과정도 고단하지만, 진짜 문제는 육지로 끌어올린 다음부터 시작됩니다. 모래와 염분 등 이물질을 잔뜩 머금은 고밀도 해양 쓰레기는 별도의 전처리 시설에서 세척하고 파쇄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재활용마저 쉽지 않아 결국 소각이나 매립을 해야 하는데, 이 처리 비용이 톤당 최대 200만 원에 달합니다. 육상 쓰레기 처리 비용의 무려 10배나 되는 엄청난 금액이죠.
바닷속에 방치된 폐어구들은 수많은 해양 생물을 죽음으로 내모는 유령 어업의 주범이 되고 있습니다.
거칠고 험한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구슬땀을 흘리는 수거 작업자들의 정성이 무색하게도, 현재 수거되는 해양 쓰레기는 전체 유입량의 50% 수준에 머물고 있답니다.
국적 없는 쓰레기에 멍드는 어민들의 삶
청정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서해 북단의 섬 대청도. 하지만 요즘 이곳 주민들의 일상은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해변을 뒤덮은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사이로, 우리나라에서는 쓰지 않는 낯선 중국산 부표들이 수없이 뒹굽니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탓에 중국 어선들이 불법 조업을 하며 몰래 버리고 간 폐어구들이 파도를 타고 고스란히 밀려온 것이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바다 쓰레기로 인해 우리 어민들이 겪는 고통은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피해는 서해뿐만이 아닙니다. 울산 장생포항에서는 강에서 떠밀려온 초목류와 부유 쓰레기 때문에 어선들이 바다 한가운데서 멈춰 서는 아찔한 사고가 빈번합니다. 배의 엔진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빨아올려야 하는데, 쓰레기가 유입되면서 냉각 시스템이 막혀 수천만 원짜리 엔진이 망가져 버리거든요. 실제로 해상 조난 사고의 약 13%가 이러한 부유물 때문에 발생한다고 하니, 어민들의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겠죠.
육상에서 시작된 위협,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매일 사시사철 모진 바닷바람을 맞으며 헌신하는 청항선 선원들 덕분에 오늘도 바다는 조금씩 숨을 고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바다 쓰레기의 가장 큰 원인은 바다 밖, 즉 우리가 사는 육지에 있습니다. 연간 발생하는 해양 쓰레기 14만 5천여 톤 중, 무려 10만여 톤이 강을 타고 육상에서 흘러들어온 생활 폐기물과 초목류랍니다.
결국 쓰레기의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지 않는다면, 아무리 많은 예산과 수고를 들여 바다를 청소하더라도 이 고단한 싸움은 끝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하나가 돌고 돌아 어민의 생계를 위협하고, 다시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습니다. 당신의 일상 속 편안함 이면에, 묵묵히 앓고 있는 바다의 고통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한 번쯤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닐까요?
FAQ
유령어업(Ghost Fishing)이란 무엇인가요?
바다에 버려진 폐그물이나 통발에 살아있는 물고기가 들어가 먹이 활동을 하지 못해 폐사하고, 그 사체를 먹으러 다른 해양 생물이 다시 들어왔다가 갇혀 죽는 연쇄적인 생태계 파괴 현상을 말합니다.
바다 쓰레기 처리 비용이 육상 쓰레기보다 비싼 이유는 무엇인가요?
해양 침적 쓰레기는 염분, 모래 등의 이물질이 섞여 있어 별도의 세척과 파쇄 등 까다로운 전처리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처리 비용이 톤당 최대 200만 원으로 육상 쓰레기보다 최대 10배가량 비쌉니다.
바다 쓰레기는 주로 어디서 오나요?
연간 발생하는 14만 5천여 톤의 바다 쓰레기 중 약 10만여 톤은 육상에서 강을 타고 떠밀려온 생활 폐기물 및 초목류입니다. 나머지는 어업, 레저 활동에서 발생하거나 주변국 어선들이 불법으로 버리고 간 폐어구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