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경영은 단순한 지식이나 실무 기술의 싸움이 아닙니다. 창업자 스스로 자신의 심리 상태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는 철저한 마인드 게임입니다.
- 투자 유치 실패에 지쳐 섣불리 피벗하거나 우회하는 것은 객관적인 판단이기보다, 거절당하는 상처를 회피하려는 심리적 방어 기제일 수 있습니다.
- 채용, 제품 기획, 마케팅, 투자 유치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은 결국 상대방의 심리와 인간 본성을 깊이 이해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안녕하세요. 데모데이 김범수입니다.
스타트업을 직접 창업하고 수많은 회사를 경영하며 지켜본 결과, 사업은 지적 능력이나 체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심리가 지배하는 영역에 가깝습니다. 즉, 경영은 고도의 마인드 게임입니다.
많은 창업자가 의사결정의 순간마다 스스로 지극히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본인의 심리 상태에 깊이 지배받곤 합니다. 오늘 글에서는 왜 사업 잘하는 대표들이 경영 테크닉 서적 대신 인간 본성을 다루는 책을 곁에 두고 읽는지, 그 구조적인 이유를 짚어보겠습니다.
1. 최근 스타트업 투자 혹한기 속에서 눈에 띄는 현상
최근 자금 조달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많은 대표님이 펀딩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이때 흔히 발생하는 패턴이 있습니다. 대여섯 군데에서 열 군데 정도의 벤처캐피털(VC)을 만나 투자를 타진하다 거절당하면, 대표는 이내 차선책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펀딩은 아예 안 되는구나. 투자 없이 생존할 방법을 찾자."
이런 결단을 내린 대표는 조직을 축소하여 직원을 내보내고, 본업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대신 당장 손쉽게 조달 가능한 정부 R&D 과제 자금 등을 확보하러 뛰어다닙니다. 겉보기에는 현실에 기민하게 대처하는 지극히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생존 전략처럼 보입니다.
2. 왜 마음의 상처가 사업의 방향을 비트는가
과연 펀딩이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라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에어비앤비(Airbnb)의 브라이언 체스키(Brian Chesky)가 초기에 100군데가 넘는 VC로부터 거절당했을 때도 똑같이 포기했어야 마땅합니다.
경영의 고비마다 내리는 결정은 논리적 판단을 넘어 창업자의 심리 상태에 깊은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누구는 다섯 번 거절당하고 "시장이 끝났다"라며 정부 지원금으로 선회하는데, 왜 누구는 100번을 거절당해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계속 투자를 받으러 다닐까요? 이 차이를 만드는 작동 원리는 논리가 아니라 거절에 대처하는 창업자의 심리 상태에 있습니다.
거절의 상처를 유독 아프게 받아들이는 심리적 약점을 지닌 창업자는 자신도 모르게 '거절당하는 상황' 자체를 회피하려 듭니다. 매번 부딪치고 거절당하는 고통을 피하려는 무의식이 작동해, 스스로 "지금 시장에서는 투자가 안 풀린다"라는 그럴싸한 논리를 지어내 타협해 버리는 것입니다.
3. 의사결정을 왜곡하는 심리적 메커니즘과 그 방치 효과
문제는 이런 심리적 기피로 선택한 우회로가 기업의 체질을 서서히 갉아먹는다는 데 있습니다. 거절의 아픔을 피해 정부 자금 수주나 용역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 회사 전체가 점차 고객과 시장이 원하는 제품 개발이 아닌 '서류 작업과 과제 수행'에 특화된 조직으로 변해갑니다.
어려운 의사결정을 내릴 때 그것이 정말 비즈니스 상황 때문인지, 혹은 내면의 피로감 때문인지 스스로 냉정하게 돌아봐야 합니다.
결국 목표를 향해 똑바로 전진하지 못하고 배가 산으로 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창업자는 의사결정을 내릴 때 그것이 정말 객관적인 시장 분석 끝에 나온 결론인지, 아니면 거절감을 견디지 못해 밀려난 비겁한 도망책인지 스스로의 마음을 냉정하게 들여다봐야 합니다. 창업과정 자체가 결국 본인의 밑바닥을 대면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배워나가는 여정일 수밖에 없습니다.
4. 비즈니스의 모든 영역은 결국 '인간의 문제'다
제가 추천 도서를 소개할 때 스타트업 실무 기법서가 거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창업은 단순한 비즈니스 스킬이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 제품 기획 및 판매: 고객이 지갑을 열게 하려면 직관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진성 욕구와 결핍을 깊이 읽어내야 합니다.
- 채용과 조직 관리: 훌륭한 인재를 데려와 신나게 일하도록 만드는 동력은 구체적인 지시나 연봉 수준 이전에, 그 사람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비전으로 묶어두는 정서적 교감에 있습니다.
- 투자 유치(Funding): VC 투자자 역시 감정과 욕구를 지닌 인간입니다. 투자자가 어떤 지점에서 안심하고 설득되는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사업을 운영하며 맞닥뜨리는 수많은 결정의 순간, 결국 인간을 향한 깊은 이해가 실마리가 되어줍니다.
이처럼 우리가 맞닥뜨리는 고민 중 인간의 한계와 감정이 얽히지 않은 순수한 '기계적인 경영 문제'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5. 창업자가 주목하고 실천해야 할 '인간 본성 탐구'
지식을 쌓는 것만큼이나 인간을 배우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바쁜 업무 속에서도 주도적으로 시간을 내어 아래와 같은 이종 분야의 지식들을 접해보기를 권합니다.
- 생물학과 유전학: 인간이 유전자에 프로그래밍된 본능과 욕구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는지 그 원초적 기반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비즈니스 거물의 전기(Steve Jobs, Elon Musk 등): 성공한 이들이 지녔던 극단적인 고집과 결핍, 그리고 대중을 매료시킨 심리 메커니즘을 배울 수 있습니다.
- 역사와 심리 서적: 최근 저는 《독서가 아닌, 독재자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같은 다소 뜬금없는 주제의 역사서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권력의 최정상에서 인간 본성에 내재한 불신과 탐욕이 어떤 몰락을 낳는지 보며 인간이라는 동물을 이해하는 눈을 넓히는 것입니다.
사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은 결국 인간에 관한 깊은 이해를 확장해 나가는 여정입니다.
심지어 넷플릭스 등에서 악한 인간의 조건과 왜곡된 환경을 고찰하는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도 깊은 자극을 줍니다. 비즈니스를 키우고 장기적으로 성과를 내고 싶다면, 나와 타인을 향한 지적이고 정직한 관점을 넓혀가십시오. 인간에 대한 집요한 탐구가 결국 여러분의 사업 성과를 완전히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FAQ
투자 거절을 계속 받았을 때 진짜 시장 상황이 안 좋은 것인지, 아니면 제 심리적 회피인지 어떻게 구분하나요?
스스로에게 '지적 정직성'을 가지고 자문해 보아야 합니다. '시장 상황이 어렵다'는 핑계 뒤에 숨어 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과 지표 개선을 위한 시도를 멈춘 것은 아닌지 돌아보세요. 거절 피드백에서 나타난 비즈니스 모델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조차 버겁게 느껴져 포기하고 있다면, 이는 시장의 문제보다 창업자의 마인드가 지친 신호일 확률이 높습니다.
정부 R&D 자금이나 과제 사업 수주를 병행하는 게 기업 체질에 왜 나쁜 영향을 주나요?
정부 자금이 일시적인 버팀목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의존하게 되는 순간, 기업의 모든 역량이 '진짜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 개발'이 아닌 '보고서 승인과 규격 맞추기'로 쏠리기 때문입니다. 시장 트랙션 없이 행정용 마일스톤에 매몰되면, 스타트업에 정작 필요한 기민한 실행력과 야성을 상실하기 쉽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초보 창업자에게 인간 이해를 넓히기 위한 한 가지만 권한다면 무엇인가요?
성공을 거둔 거물 기업가들의 전기를 정독해 보시길 권합니다. 그들이 내린 훌륭한 비즈니스 결정 구도뿐 아니라 정서적 고뇌, 내부 갈등, 개인적인 불안을 풀어갔던 심리적 흐름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실무 테크닉 서적을 읽는 것보다 훨씬 깊이 있는 공부가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