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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 사회의 극단적 맹신과 정치 양극화는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고 확실한 답을 찾으려는 '종결 욕구'와 깊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 경제적 불평등에서 비롯된 존재감 상실과 정보 홍수로 인한 인지적 과부하가 불확실성을 극대화해 사람들을 가짜 확신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 맹신을 줄이려면 개개인을 비난하기보다 사회적 격차를 줄이고 극단주의 밖에서도 존중받을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현대 사회는 합리적인 토론이 사라지고 극단적인 맹신이 정치와 일상을 지배하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에서 정치는 정책의 우열을 겨루는 장이 아니라 내 편의 승리와 상대 진영의 말살을 목적으로 하는 종교적 전쟁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사회심리학자 아리 크루글란스키(Arie Kruglanski)는 저서 《불확실한 걸 못 견디는 사람들》을 통해, 이 현상의 뿌리에 인간 본성에 내재된 심리학적 기제인 '종결 욕구(Need for Closure)'가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정치의 종교화와 확산되는 맹신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는 합리적인 설득과 타협 대신 극단주의 정치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지지자들은 자신이 추앙하는 정치인을 마치 신의 자식이라도 되는 것처럼 받들며, 치명적인 결함조차 모종의 신비로운 사정이 있을 것이라며 합리화합니다. 정치가 사실상 신흥 종교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셈입니다.

역사적으로 포퓰리즘이나 사이비 과학, 극단적 사상이 대중을 사로잡는 일은 끊임없이 반복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맹신은 단순한 선동가의 기술 때문만이 아니라, 대중을 둘러싼 심리적·사회적 환경이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어 더욱 급격히 확산하고 있습니다.

합리적 토론의 실종과 민주주의의 위기

사회가 불확실성을 극도로 회피하려 할 때, 복잡한 난제를 진중하게 탐구하고 지속 가능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능력은 현저히 저하됩니다. 당장 확실한 미래를 약속하는 쉬운 해법과 자극적인 구호에 대중이 쏠리면서, 사회 전체가 근시안적 포퓰리즘에 매우 취약해지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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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결 욕구가 생존을 위한 필수 기제였음에도, 이것이 왜 오늘날 현대인의 사고를 경직시키는 원인이 되는지 살펴봅니다.


사회의 종결 욕구가 일제히 높아지면 다른 의견을 용납하는 유연성이 사라집니다. 진영 간 갈등은 타협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고, 결국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건전한 비판과 토론의 제도적 기반 자체가 무너지게 됩니다.

심리학적 종결 욕구와 사회적 불확실성

크루글란스키에 따르면 종결 욕구란 주어진 주제에 대해 모호함이나 혼란을 피하고 확실한 답을 얻고자 하는 심리적 욕구입니다. 세상에 100% 확실한 지식은 없지만, 끊임없이 의심하고 탐구하는 상태는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듭니다. 따라서 인간은 일정 시점에서 탐구를 멈추고 확답을 내려 머릿속을 정리하는 진화적 특성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종결 욕구가 높은 사람은 질서와 실천력이 뛰어나고 집단에 잘 헌신하는 장점이 있지만, 사고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강한 질서나 정체성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약점이 있습니다. 반대로 종결 욕구가 낮은 사람은 유연하고 열려 있지만 우유부단해지기 쉽습니다.


노을이 지는 야외를 배경으로 남녀가 나란히 앉아 서로 기대어 있는 뒷모습

주변의 안정적인 지지는 우리가 삶의 불확실성을 더 유연하게 견뎌낼 수 있는 단단한 토대가 됩니다.


중요한 점은 생물학적 유전 외에도 심리적 안정감의 부재가 종결 욕구를 크게 증폭시킨다는 사실입니다. 에인스워스의 애착 실험이나 성인 간 관계 연구가 보여주듯, 삶을 받쳐주는 안정적 지지가 부족한 개인은 새로운 불확실성을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전쟁이나 경제적 위기를 겪은 사회일수록 엄격한 규범과 명확한 구호를 선호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양극화와 인지적 과부하가 만든 맹신의 구조

유례없는 물질적 풍요를 누려온 현대 선진국 사회에서 오히려 극단적 맹신이 거세진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첫째, 경제적 불평등과 상실감의 심화입니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지적하듯 불평등이 심해지며 패자로 밀려난 사람들은 거대한 무력감을 경험합니다. 돈이 본질적 가치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은 단순한 빈곤을 넘어 존재 자체의 위협을 느낍니다. 결국 이 상실감을 채우고자 국가주의나 극단적 정치 집단, 음모론 공동체에 몰입하며 거대한 서사의 일부가 되려 합니다.


어두운 남색 배경에 디지털 데이터 연결망과 막대 그래프, 수치 정보가 떠 있는 그래픽 화면이며 하단에는 한국어 자막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분별하기 어려워진 현대 사회의 인지적 과부하 상황을 보여줍니다.


둘째, 다양성과 정보 홍수가 초래한 인지적 과부하입니다. 수십 년간 다양성과 열린 사고가 강조되었지만, 결론을 내리지 않는 상태가 길어지자 대중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 극심한 혼란에 빠졌습니다. 여기에 SNS를 통한 정보 폭발이 더해지면서 뇌가 처리할 수 있는 인지적 한계를 넘어섰고, 결국 사람들은 정신적 피로를 줄이기 위해 가장 단순하고 선명한 맹신의 세계로 도피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격차 해소와 공동체적 안전망의 필요성

크루글란스키 연구팀에 따르면, 극단주의 집단에 빠졌던 인물들이 합리적 사고를 되찾는 결정적 계기는 해당 집단 밖에서도 자신이 존중받고 삶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을 때였습니다. 맹신을 해체하는 힘은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개인이 외부 사회에서 느끼는 존재감에 있습니다.

따라서 불필요한 맹신과 극단주의의 급부상을 막으려면 사회적 격차를 줄이는 데 막대한 에너지를 투입해야 합니다. 소외된 개인이 낙오자라는 느낌을 받지 않도록 경제적·지역적 안전망을 구축하고, 거대한 맹신의 집단에 의지하지 않고도 스스로 존엄성을 지킬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입니다.


FAQ

종결 욕구(Need for Closure)는 무조건 나쁜 특성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종결 욕구는 위급하거나 모호한 상황에서 신속한 결단력을 발휘하게 하며, 사회적 질서와 집단적 헌신을 가능케 하는 생존 필수 기제입니다. 다만 이 욕구가 과도해지면 사고의 유연성을 잃고 극단적인 맹신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습니다.

왜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현대 사회에서 맹신 현상이 더 심해지나요?

양극화 심화로 소외된 이들이 느끼는 존재론적 상실감에 SNS와 정보 홍수로 인한 인지적 과부하가 결합했기 때문입니다. 너무 많은 가능성과 정보 속에서 심리적 피로를 느낀 현대인들이 단순하고 명확한 가짜 확신을 찾게 되는 현상입니다.

극단적 정치 맹신이나 음모론에 빠진 사람들을 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해당 집단 밖에서도 자신이 충분히 존중받고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순히 잘못을 바로잡으려 하기보다, 개인이 사회 속에서 건강한 정체성과 심리적 안정감을 회복하도록 돕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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