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상샘눈병증은 자가면역계 오작동으로 안와 지방과 근육이 증식하며 안구 돌출, 복시, 시력 손상을 일으키는 중증 질환입니다.
- 질환의 근본 원인을 차단하는 표적 신약 테프로투맙이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기존 수술 중심의 치료 흐름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 다만 한 사이클당 3억 5천만~4억 원에 이르는 높은 비급여 비용과 청력 저하 부작용, 건강보험 급여화가 넘어야 할 과제입니다.

갑상샘눈병증은 단순한 외모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가면역 항체가 눈 주변 조직을 공격해 안구가 튀어나오고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를 유발하며, 심하면 시신경을 눌러 실명에 이르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중증 질환입니다. 최근 안구 돌출을 근본적으로 억제하는 표적 신약 테프로투맙(제품명 테페자)이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 허가를 받으면서 치료의 새로운 길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미국 기준 한 사이클당 3억 5천만 원에서 4억 원에 달하는 높은 비급여 비용과 부작용 관리, 건강보험 급여화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1. 수술 잔혹사에서 표적 치료제로
그동안 갑상샘눈병증(갑상선 안병증) 치료는 매우 가혹했습니다. 염증이 심할 때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로 부기를 겨우 가라앉히고, 병이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1년에서 4년 넘게 기다린 뒤에야 뼈를 절개하고 근육을 조정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했습니다.
그러던 2024년 4월 말, 국내 식약처가 안구 돌출 치료 신약인 테프로투맙의 품목 허가를 승인했습니다. 미국 FDA 승인 후 4년 만입니다. 불이 난 집에 소화기만 뿌리며 견디는 대신, 염증의 원인이 되는 기름 호스를 잠그는 근본적 표적 치료의 길이 국내에서도 열린 셈입니다.
2. 삶의 궤적을 무너뜨리는 질환
많은 분이 '눈이 3~5mm 정도 나오는 게 그렇게 심각할까?' 하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지만 안구 전체 길이가 약 25mm라는 점을 고려하면, 5mm 돌출은 안구 부피의 20%가 앞으로 쏠리는 커다란 변화입니다.
자가면역 항체가 안와 조직을 공격해 염증과 지방 증식을 유발하고, 결국 안구 돌출과 복시 같은 변화를 일으키는 질환의 기전입니다.
눈꺼풀이 위로 올라가 붉게 부어오르면 인상이 크게 변해 주변의 시선을 받게 됩니다. 더 큰 문제는 기능적인 손상입니다. 눈을 움직이는 근육이 뻣뻣해져 양쪽 눈의 초점이 맞지 않고,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Double Vision)가 찾아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운전을 하기 어려워지고, 직장을 그만두거나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을 겪는 환자도 많습니다. 특히 사회 활동이 왕성한 30~50대 연령층에 집중적으로 발병하기에 삶에 남기는 상처가 더욱 깊습니다.
3. 표지판을 착각한 자가면역 오작동
왜 눈 뒤쪽 조직이 이토록 부풀어 오를까요? 원인은 자가면역계의 오작동에 있습니다. 외부 바이러스를 공격해야 할 항체가 엉뚱하게 우리 몸의 수용체를 적군으로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항체가 세포 내 수용체를 공격하면 지방 세포와 히알루론산이 비정상적으로 증식해 안구를 밀어내면서 돌출을 일으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갑상선 세포 수용체와 눈 뒤쪽 안와 섬유모세포의 수용체 모양이 매우 비슷하다는 사실입니다. 신천역과 신촌역처럼 이름이 비슷해 길을 착각하듯, 항체가 갑상선과 눈 뒤쪽 조직을 함께 공격합니다. 그래서 환자의 10%는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인데도 이 항체 때문에 눈병증을 겪습니다.
공격을 받은 안와 섬유모세포는 두 가지 형태로 변성됩니다.
- 지방 세포의 폭발적 증식: 사방이 단단한 뼈로 둘러싸인 안와 공간 안에서 지방이 늘어나며, 갈 곳을 잃은 안구가 밖으로 밀려나옵니다.
- 근육의 섬유화와 비대: 눈을 움직이는 근육이 두꺼워지고 굳어지면서 안구 운동이 제한되고 복시가 생깁니다.
기존 스테로이드 치료는 부기를 일시적으로 줄일 뿐, 이미 늘어난 지방과 근육 세포의 수 자체를 줄이지는 못했습니다. 반면 신약 테프로투맙은 안와 섬유모세포의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1 수용체(IGF-1R)를 직접 차단해 세포 증식을 근본적으로 억제합니다.
4. 수술 부담 감소와 새로운 부작용
기존 치료 패러다임에서는 질환이 진행되는 1~4년 동안 손놓고 기다렸다가 흉터와 후유증이 남은 상태에서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과정 역시 만만치 않습니다.
갑상선눈병증으로 인해 돌출된 안구를 정상 위치로 돌리기 위해 눈 주변의 뼈 구조를 확장하는 수술 원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 안와 감압술: 눈을 감싸는 뼈 일부를 절개해 공간을 넓힌 후 안구를 밀어 넣는 수술
- 사시 교정술: 위치가 틀어진 눈 근육을 절제·교정해 복시를 잡는 수술
- 눈꺼풀 교정술: 위로 들려 올라간 눈꺼풀을 원래 위치로 내려주는 수술
방송인 서유리 씨의 사례처럼 4차례에 걸친 대수술을 견뎌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새로운 치료제 도입 후 돌출되었던 눈이 들어가고 안와 조직의 붓기가 눈에 띄게 완화된 모습입니다.
그러나 테프로투맙을 초기에 투여하면 투여 6주 차부터 안구가 들어가기 시작해 6개월 내 환자 80% 이상에서 안구가 2mm 이상 들어가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뼈를 절개하는 안와 감압술 수술률이 대폭 감소한 것입니다.
하지만 신약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합니다. 테프로투맙은 청신경 수용체에도 영향을 주어 환자의 10~50%에서 청력 저하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혈당이 갑자기 상승하는 부작용도 나타납니다. 따라서 약물 투여 전후로 청력 검사를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이상징후가 발견되면 즉시 투여를 중단하는 정교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5. 4억 원 약가 장벽과 급여화
신약이 허가되었음에도 당장 환자들이 환호할 수 없는 진짜 이유는 약가에 있습니다.
항암제 후보 물질에서 갑상선 눈병증의 혁신적인 치료제로 거듭나기까지의 주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미국 기준 테프로투맙 1사이클(6개월 치료) 비용은 약 3억 5천만 원에서 4억 원에 이릅니다. 국내에 비급여로 출시되면 수억 원의 비용이 발생해 일반 환자가 스스로 부담하기에는 현실적 한계가 큽니다.
결국 관건은 건강보험 급여화입니다. 품목 허가 후 약가 협상과 급여 평가에 통상 240일 이상 걸리는 만큼, 2025년 상반기에서 하반기 사이에 급여화 윤곽이 드러날 전망입니다. 만약 희귀질환 산정특례가 적용된다면 본인 부담률이 10%로 낮아져 환자들의 치료 문턱이 획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 환자와 의료진이 주목해야 할 과제는 명확합니다. 첫째, 갑상선 질환자의 조기 진단율을 올려 치료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입니다. 둘째, 신약의 청력 저하 부작용 모니터링 체계를 갖추는 것입니다. 셋째, 고가 신약이 제도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지원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FAQ
갑상선 기능 검사에서 정상인데도 갑상샘눈병증에 걸릴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갑상샘눈병증은 호르몬 수치 자체보다 갑상선과 눈 주변 조직의 유사한 수용체를 착각해 공격하는 자가면역 항체의 오작동으로 발병합니다. 실제 환자의 약 10%는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인 상태에서 안구 증상을 겪습니다.
갑상샘눈병증의 초기 대표 증상은 무엇이며 언제 병원에 가야 하나요?
눈꺼풀이 부어오르거나 위로 끌려 올라가고, 아침에 눈이 뻑뻑하며, 물체가 두 개로 겹쳐 보이는 복시가 대표적입니다. 갑상선 질환 병력이 있으면서 눈 모양이나 안구 움직임, 시력에 이상 변화가 느껴진다면 신경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신약 테프로투맙(테페자)을 맞으면 수술을 전혀 안 받아도 되나요?
신약은 안구 돌출을 현저히 감소시켜 안와 감압술의 필요성을 대폭 줄여줍니다. 다만 이미 진행된 심한 복시나 굳어진 섬유화 후유증까지 모두 해소하지는 못하므로, 환자 상태에 따라 사시 교정 같은 추가 수술이 병행될 수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는 것이 갑상샘눈병증에 얼마나 해로운가요?
흡연은 갑상샘눈병증의 발병과 중증화 위험을 최대 8배 이상 올리는 매우 위험한 요인입니다. 따라서 질환을 진단받았다면 치료 반응을 높이기 위해 즉시 금연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