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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우디와 포르쉐 등 핵심 기업의 순이익에 크게 의존하던 독일 지방 도시들이 기업 실적 악화와 함께 심각한 재정 위기에 빠졌습니다.
  • 이는 지방정부가 기업 순이익의 10~20%를 직접 징수하는 독일 특유의 사업세 구조 때문이며, 중국 전기차의 부상과 에너지 비용 상승이 위기를 앞당겼습니다.
  • 과거 탄광 산업 쇠퇴기 당시 선제적으로 폐광을 유도하고 미래 산업으로 전환한 루르 지역의 성공 사례는 단일 산업 의존도가 높은 한국 도시들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집니다.

우리가 흔히 '독일'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지방자치가 굉장히 잘 되어 있고, 탄탄한 강소기업들이 지역 경제를 받쳐주는 튼튼한 나라라고 생각하시죠? 그런데 최근 독일의 상황을 보면 이야기가 전혀 다릅니다. 이른바 '아우디 마을', '포르쉐 마을'로 불리던 독일의 부유한 지방 도시들이 줄줄이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지방정부의 적자 규모만 무려 320억 유로, 우리 돈으로 약 47조 원에 달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핵심은 단일 기업에 도시의 명운을 완벽하게 걸어버린 극단적인 재정 의존 구조, 그리고 중국 전기차의 역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해버린 독일 자동차 산업의 뼈아픈 오판에 있습니다.

대리석 횡단보도를 깔던 부자 동네들의 몰락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이에른주에 있는 '인골슈타트(Ingolstadt)'라는 도시입니다. 인구 14만 명 정도, 우리나라로 치면 충북 제천만 한 작은 동네인데, 이 중 무려 4만 명이 아우디 직원입니다.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가족이나 하청업체까지 합치면 도시 전체가 거대한 아우디 생태계, 말 그대로 '아우디 마을'인 셈이죠. 아우디가 잘 나갈 때는 1인당 시민 소득이 독일 전체에서 두 번째로 높을 만큼 엄청난 부를 누렸습니다.

포르쉐 본사와 R&D 센터가 있는 인구 8천 명의 작은 마을 '바이작(Weissach)'은 한술 더 뜹니다. 포르쉐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이곳은 주민 1인당 세금 수입이 2만 유로(약 3,000만 원)에 달했습니다. 돈이 얼마나 남아돌았는지, 동네에 4층짜리 도서관을 지으면서 2억 원짜리 피아노를 들여놓고, 심지어 횡단보도 흰색 선을 페인트가 아니라 진짜 '카라라 대리석'으로 깔았습니다. 나중에 다시 칠하는 비용을 아끼려면 아예 처음부터 좋은 대리석을 까는 게 낫다는 핑계였죠.


이코노미스트 기사 화면과 스튜디오에서 진행자가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 캡처

탄탄한 경제의 상징이었던 독일 지방 도시들이 최근 심각한 재정난에 빠지며 파산 위기에 몰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돈 잔치는 끝났습니다. 작년 포르쉐의 순이익은 99% 급감했고, 아우디 역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습니다. 그 결과 인골슈타트의 세수는 단 1년 만에 반토막이 났고, 바이작 역시 기존에 펑펑 쓰던 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왜 하필 도시 전체가 흔들릴까요? 독일 특유의 세금 구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아무리 큰 기업이 어려워졌다고 해도, 어떻게 도시 전체의 재정이 하루아침에 휘청거릴 수 있을까요? 사실은 이게 독일 특유의 세금 구조 때문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독일은 연방정부에 내는 법인세(약 15.8%) 외에 사업장이 위치한 지자체에 별도로 '사업세'를 직접 냅니다. 이 세율이 동네마다 다른데, 대략 순이익의 10~20%에 달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성전자가 낸 법인세의 일부가 지방소득세로 내려와 도시 예산의 5% 미만을 차지하는 수준이라면, 인골슈타트는 아우디가 번 순이익의 14%를 다이렉트로 시 예산에 꽂아줍니다. 실적이 좋을 때는 시 예산의 20%를 아우디 혼자 감당할 정도였으니, 사실상 도시 전체가 '아우디 몰빵 펀드'에 가입된 거나 다름없었던 겁니다.

잘나가던 독일 자동차, 어쩌다 이 지경이 됐나

그렇다면 독일을 먹여 살리던 자동차 기업들은 왜 갑자기 무너지고 있을까요? 가장 큰 타격은 이른바 '차이나 쇼크'입니다.

과거 독일은 중국에 자동차 기술을 전수해주던 스승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청출어람을 넘어 아예 생태계를 장악해 버렸죠. 반면 독일 자동차 업계는 내연기관이 아직 오래갈 것이라며 전기차 전환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 사이 중국산 전기차의 품질과 가격 경쟁력은 독일 안방 시장까지 위협할 수준으로 올라왔습니다.

게다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값싼 에너지가 끊기고, 독일 내부적으로 원전까지 문을 닫으면서 에너지 비용이 폭등했습니다. 독일 내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것 자체가 수지타산이 안 맞는 구조가 되어버린 겁니다. 세상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오만했던 대가를 도시 전체가 치르고 있는 셈입니다.

의도된 분권화의 덫, 줄도산 위기에 처한 지자체들

재밌는 건, 이런 현상이 단순히 자동차 산업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겁니다. 독일은 역사적으로 경제와 산업을 수도 한 곳에 몰아넣지 않고 전국 16개 주로 뿔뿔이 흩어놓는 전략을 취했습니다. 각 지역마다 특정 산업과 앵커 기업, 연구소, 대학을 묶어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도록 유도했죠.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를 다룬 뉴스 기사들이 화면에 나열되어 있고, 오른쪽에는 진행자가 앉아 있는 스튜디오 모습이 보인다.

특정 산업에 의존하는 도시 구조는 해당 산업이 흔들릴 때 지역 경제 전체를 위기로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겉으로 보면 국토의 균형 발전이 이루어진 아주 이상적인 구조 같습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각 지방 도시 입장에서는 산업이 극도로 단일화되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게 됩니다. 특정 산업이 호황일 때는 온 동네가 부자가 되지만, 지금처럼 특정 산업군 전체가 흔들릴 때는 도시가 통째로 줄도산 위기에 빠지는 구조가 완성된 겁니다. 실제로 화학, 물류, 통신 등 굵직한 기업 본사들이 모여 있는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역시 기록적인 재정 적자에 시달리며 중앙정부와 예산 지원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루르 공업지대의 교훈: 망하기 전에 스스로 문을 닫아라

자, 그러면 이대로 주저앉을 수밖에 없을까요? 독일 내에서도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보여주는 훌륭한 선행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과거 우리 광부들도 파독되어 일했던 '루르(Ruhr) 공업지대'입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연간 1억 톤 이상의 석탄을 캐내던 유럽 산업화의 심장이었지만,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들이 대처한 방식입니다. 광산이 완전히 망해서 사람들이 다 떠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망해가는 산업에 억지로 보조금을 부어가며 생명을 연장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쇠퇴의 기미가 보일 때 선제적으로 폐광을 유도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웹사이트 화면에 루르 공업지대의 산업 시설이 관광지로 변모한 모습이 담겨 있다.

산업 시설을 보존하며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한 루르 지역의 성공적인 도시 재생 사례입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에 신재생 에너지, 정보통신, 수소 산업 등 미래 첨단 산업을 채워 넣었습니다. 폐광된 공장 부지는 허물지 않고 카페나 박물관으로 개조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었죠. 중앙정부, 지자체, 대학, 기업이 똘똘 뭉쳐 도시의 정체성을 완전히 새롭게 설계한 겁니다.

기업 하나가 흔들리면 도시 전체가 기침을 하는 현상. 비단 독일만의 이야기일까요? 특정 앵커 기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지방 도시들도 한 번쯤 심각하게 돌아봐야 할 문제입니다. 영원한 호황은 없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도시는 결국 대리석 횡단보도를 깔던 시절의 추억만 안고 몰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FAQ

독일 지방 도시들이 갑자기 재정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방정부가 기업 순이익의 10~20%를 사업세로 직접 징수하는 독일 특유의 세금 구조 때문입니다. 아우디, 포르쉐 등 핵심 자동차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도시의 세수도 함께 반토막이 났습니다.

독일 자동차 기업들의 실적이 급감한 원인은 무엇인가요?

전기차 전환 시기를 놓친 사이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장악한 이른바 '차이나 쇼크'가 가장 큰 원인입니다. 여기에 전쟁과 원전 폐쇄 등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폭등이 겹치면서 제조 경쟁력까지 잃게 되었습니다.

단일 산업 의존도를 극복한 독일 내 성공 사례가 있나요?

과거 탄광 산업의 중심지였던 루르(Ruhr) 공업지대의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산업 쇠퇴기가 다가오자 망해가는 산업을 억지로 연명하는 대신 선제적으로 폐광을 유도하고, 신재생 에너지와 정보통신 등 미래 산업으로 성공적인 전환을 이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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