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의 선반 위 초음파 가습기와 떨어진 곳에 둔 공기청정기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아침저녁으로 공기가 건조해지면 창고에 넣어 두었던 가습기를 다시 꺼내게 된다. 거실에 늘 켜 두는 공기청정기가 있으니 그 옆자리에 가습기를 나란히 놓고 둘 다 켜 두는 집이 많다. 콘센트가 한곳에 모여 있어 자리를 그렇게 잡는 경우도 흔하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공기청정기가 혼자 크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사람도 없고 요리도 하지 않았는데 표시등이 빨갛게 바뀌고 바람 소리가 커진다. 전원을 껐다 켜거나 센서 구멍을 닦아 봐도 가습기를 켜면 다시 똑같아지고, 어느 날부터는 바람에서 퀴퀴한 냄새까지 올라온다.
이 두 가지는 모두 가습기 종류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어떤 방식의 가습기를 쓰는지에 따라 공기청정기와 나란히 둬도 괜찮은 경우와 필터까지 상하는 경우로 갈린다.
초음파 가습기 물방울을 먼지로 읽는 공기청정기 센서
초음파 가습기 분무구에서 위로 나오는 가는 흰 안개.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가습기는 물을 공기 중에 내보내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 초음파식은 물통 아래쪽 진동판이 물을 잘게 쪼개 눈에 보이는 하얀 안개로 뿜어내는데, 이 안개는 수증기가 아니라 아주 작은 물방울 알갱이다. 그래서 바람을 타고 방 안을 한참 떠다닌다.
공기청정기에 달린 미세먼지 센서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알갱이의 양을 읽어 농도를 표시하는 부품이라서, 떠다니는 것이 먼지인지 물방울인지는 가리지 못한다. 가습기에서 나온 물방울이 센서로 들어가면 미세먼지 수치가 치솟고, 공기청정기는 공기가 나빠진 줄 알고 풍량을 최대로 올린다. 사람이 없는 빈 거실에서 밤새 세게 돌아가는 것도 이 때문인데, 쓰지 않아도 될 전기를 계속 쓰게 된다.
가까이 놓인 가습기 분무가 공기청정기 쪽으로 향한 거실 배치.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더 아쉬운 쪽은 필터다. 공기청정기 안에 든 헤파필터는 얇은 섬유를 촘촘하게 접어 만든 것이라 물기에 약하다. 바람에 끌려 들어온 물방울이 필터에 계속 닿으면 필터가 축축한 상태로 오래 있게 되고, 거기에 그동안 걸러 둔 먼지가 더해지면서 퀴퀴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냄새가 한번 배면 겉을 털어도 사라지지 않고 필터를 제 수명보다 일찍 갈아야 한다. 결국 가습기를 옆에 두고 쓸 때는 방식과 자리부터 손을 봐야 한다.
공기청정기와 같이 쓸 가습기 고르는 방법
젖은 필터에 바람을 보내는 자연기화식 가습기의 열린 내부.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공기청정기를 늘 켜 두는 방이라면 가습기는 자연기화식이나 가열식을 고르는 것이 좋다. 자연기화식은 물을 적신 필터에 바람을 불어 물기를 천천히 날려 보내고, 가열식은 물을 끓여 수증기로 내보낸다. 두 방식은 눈에 보이는 안개가 나오지 않아 공기청정기 센서가 먼지로 읽지 않으므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써도 괜찮다. 다만 가열식은 물이 끓는 동안 뜨거운 김이 나오니 아이 손이 닿지 않는 자리에 둔다.
이미 쓰고 있는 초음파식을 그대로 써야 한다면 공기청정기와 2.5m 이상 떨어뜨려 놓는다. 한 벽에 몰아 두지 말고 방의 반대쪽 모서리로 옮기고, 가습기 분무구가 공기청정기를 향하지 않게 방향을 돌려 둔다. 가습기는 바닥보다 60~80cm 높은 선반이나 작은 상 위에 올려 두면 안개가 바닥을 따라 흐르지 않는다.
공기청정기 반대쪽 선반 위에서 분무 방향을 돌린 초음파 가습기.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자리를 옮긴 뒤에는 가습기를 30분쯤 켜 놓고 공기청정기 표시등을 본다. 표시등이 좋은 상태 색으로 그대로 있고 바람 세기가 저절로 올라가지 않으면 거리가 충분한 것이다. 그래도 빨간불이 뜨면 1m쯤 더 떨어뜨리거나 가습 세기를 한 단 낮춘다.
필터에서 이미 냄새가 난다면 공기청정기를 끄고 필터를 꺼내 바람이 통하는 그늘에서 하루 정도 말린 다음 다시 넣어 본다. 말린 뒤에도 냄새가 남아 있으면 그 필터는 새것으로 갈아야 한다. 헤파필터는 물로 씻으면 섬유가 상해 걸러 내는 힘이 떨어지므로 씻지 않는다. 가습기 물통은 매일 남은 물을 버리고 새로 받아 쓴다.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를 같이 쓸 때는 둘 사이 거리부터 한 번 확인해 보길 권한다. 가습기 자리를 몇 걸음 옮겨 두는 일만으로 겨울 한 철 동안 공기청정기 필터를 제 수명대로 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