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양파를 섞은 붉은 양념에 돼지고기 앞다릿살을 버무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제육볶음은 재료가 간단해서 밥상에 자주 올리는 음식인데, 막상 먹어 보면 결과가 매번 다르다. 같은 앞다릿살에 같은 양념을 썼는데도 어떤 날은 부드럽게 씹히고 어떤 날은 고기가 질겅거려 몇 번을 더 씹어야 넘어간다. 식구들이 먹다 남긴 고기만 접시에 남아 있으면 볶은 사람 입맛도 떨어진다.
그래서 양념을 더 많이 넣거나 센 불에 재빨리 볶아 보지만 질긴 식감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 양념을 많이 넣으면 간만 세지고, 불을 올려 빨리 볶아도 고기가 조금 덜 마르는 정도라서 씹는 느낌 자체는 그대로다.
손을 대야 하는 곳은 볶는 순간이 아니라 양념장이다. 양파 반 개를 강판에 갈아 양념장에 섞고 고기를 버무려 냉장고에 30분만 두면, 같은 고기라도 씹히는 결이 달라지고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도 덜하다.
볶을수록 뻣뻣해지는 제육볶음 돼지고기
팬에서 양념을 입힌 돼지고기를 뒤집어 가며 볶는 장면.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돼지고기가 질겅거리는 이유는 고기 속 근육 섬유에 있다. 섬유를 둘러싼 단백질은 열을 받으면 오그라들면서 물기를 밖으로 밀어내는데, 섬유가 뭉쳐 있는 상태로 그대로 불에 올라가면 짧은 시간에도 단단하게 조여들어 씹을 때 뻣뻣하게 걸린다. 양념을 버무려 바로 볶으면 양념이 고기 겉에만 묻어 있다가 그대로 익기 때문에 겉은 짭짤하고 속은 심심한데, 불 세기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이미 조여든 섬유를 풀 수 없다.
양파에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가 들어 있어서, 간 양파가 고기에 닿아 있는 동안 뭉쳐 있던 섬유가 조금씩 느슨해진다. 강판에 갈면서 나온 즙이 고기 표면을 적셔 양념이 속까지 스며들기도 쉬워지고, 양파에 든 단맛이 양념에 그대로 섞여 설탕을 덜 넣어도 맛이 허전하지 않다. 그래서 볶는 솜씨를 바꾸기보다 양념장을 만드는 자리에서 손을 대는 쪽이 낫다.
제육볶음 고기 질기지 않게 재우는 방법
제육볶음 양념과 반 개 분량의 양파를 준비한 조리대.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돼지고기 앞다릿살이나 목살 600g을 기준으로 양파는 중간 크기 반 개를 준비한다.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장, 다진 마늘, 참기름은 평소 쓰는 비율대로 섞어 양념장을 만들고, 설탕이나 물엿은 평소보다 한 숟가락 정도 줄인다. 양파 단맛이 더해지니 처음부터 적게 넣는 편이 간을 맞추기 쉽다.
양파는 껍질을 벗기고 강판에 갈아 즙까지 그릇에 받는다. 믹서를 써도 되지만 물을 넣지 않고 갈아야 양념이 묽어지지 않는다. 갈아 둔 양파를 양념장에 넣고 고루 저어 섞은 다음, 고기는 키친타월로 핏물을 가볍게 닦아 둔다.
강판으로 간 양파와 즙을 양념장에 섞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닦아 둔 고기를 양념장에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버무려 고기 한 장 한 장에 양념이 묻게 한 뒤, 뚜껑을 덮어 냉장실에서 30분 이상 둔다. 상온에 두지 않고 냉장실에 넣는 것이 안전하다. 30분이 지나 꺼내 보면 그릇 바닥에 붉은 물기가 조금 배어 나오고 고기 색이 양념 색으로 고르게 물들어 있는데, 그 상태면 다 된 것이다.
뚜껑을 덮은 양념 돼지고기를 냉장실 선반에 넣은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센 불에서 고기가 하얗게 변할 때까지 볶은 다음, 중간 불로 낮추고 뒤집어 가며 익힌다. 양념에 양파 단맛이 더해진 만큼 바닥이 쉽게 타니 불을 줄이는 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고기에서 나온 물이 졸아들고 양념이 고기에 달라붙기 시작하면 불을 끈다.
재우는 시간을 하룻밤으로 길게 늘리지는 않는 것이 좋다. 효소가 너무 오래 작용하면 고기 결이 풀어져 퍼석하게 씹힌다. 삼겹살처럼 기름이 많은 부위보다 앞다릿살이나 목살처럼 결이 굵은 부위에서 차이가 잘 느껴진다.
제육볶음을 할 때마다 양파 반 개를 갈아 양념장에 섞는 습관을 들여 보길 권한다. 고기를 더 좋은 것으로 바꾸지 않고도 식구들이 남기지 않고 먹는 반찬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