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톰한 양말을 신은 발에 검은 가죽 구두의 앞볼이 닿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여름 내내 신던 샌들을 정리하고 신발장 안쪽에 넣어 두었던 구두를 다시 꺼내 신는 시기다. 지난봄까지 잘 신던 구두인데 막상 발을 넣어 보면 앞볼이 꽉 조이고 뒤꿈치가 딱딱하게 걸리는 경우가 많은데, 몇 걸음만 걸어도 새끼발가락 쪽부터 눌리는 느낌이 온다.
구두는 며칠 신다 보면 발에 맞게 길이 든다는 말을 믿고 그냥 참고 신는 사람이 많지만, 길이 들기 전에 뒤꿈치가 먼저 까진다. 밴드를 붙이고 며칠 버티다가 결국 신발장 안쪽으로 도로 들어가고, 멀쩡한 구두 한 켤레를 몇 년째 못 신는 일이 생긴다.
두꺼운 양말 한 켤레와 헤어드라이어만 있으면 조이는 자리를 그날 바로 늘릴 수 있다. 발에 닿아 아픈 부분만 골라 뜨거운 바람을 20~30초 쐬는 방법이라, 수선집에 맡기지 않고도 집에서 신발을 신은 채로 할 수 있다.
몇 번 신어도 앞볼이 길들여지지 않는 이유
구두 앞볼과 뒤꿈치 안쪽의 단단한 형태가 보이는 가까운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구두 가죽은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빳빳하게 가공되어 있고, 앞볼과 뒤꿈치 안쪽에는 모양을 잡아 주는 심이 한 겹 더 들어간다. 발볼이 넓거나 발등이 높은 사람은 바로 이 두 자리에서만 눌리기 때문에, 사이즈가 맞는 구두인데도 발이 아픈 것이다.
그냥 신고 다니면서 길들이는 방법이 잘 통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인데, 체온과 걸을 때 실리는 힘만으로 굳은 가죽이 발 모양대로 벌어지려면 몇 주가 걸린다. 게다가 한철 내내 신발장에 넣어 두면 가죽 속 기름기가 빠져 더 뻣뻣해져 있어, 봄에 신던 느낌보다 훨씬 더 조이게 마련이다.
가죽은 따뜻해지면 부드러워져 힘을 주는 쪽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식으면 늘어난 모양 그대로 굳는 성질이 있다. 다만 안쪽에서 밀어 주는 것이 없으면 열만 받고 그대로 돌아오기 때문에, 발에 두꺼운 양말을 신어 부피를 키운 상태로 열을 가해야 한다.
도톰한 양말을 신은 발이 구두 앞볼 안쪽을 자연스럽게 밀어 주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꽉 끼는 구두 앞볼 늘리는 방법
도톰한 양말과 헤어드라이어, 검은 가죽 구두를 준비한 현관 바닥.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준비물은 등산양말처럼 도톰한 양말 한 켤레와 헤어드라이어면 된다. 천연가죽과 인조가죽 구두에 쓰는 방법이라, 표면에 코팅이 된 에나멜이나 열에 약한 플라스틱 장식이 달린 신발, 접착제로 붙인 큐빅이 있는 신발에는 쓰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두꺼운 양말을 신고 구두를 신는데, 양말이 얇다 싶으면 두 켤레를 겹쳐 신어도 된다. 신은 상태로 발가락을 몇 번 움직여 보면서 어느 자리가 가장 눌리는지 손으로 짚어 둔다. 늘리려는 자리를 정확히 알아야 엉뚱한 곳에 열을 넣지 않는다.
드라이어를 구두에서 20센티미터쯤 떨어뜨리고 뜨거운 바람을 한 부위에 20~30초 쐰다. 한자리에 고정하지 말고 손을 좌우로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데, 가까이 오래 대면 가죽 색이 변하고 표면이 갈라진다. 구두 겉면을 손등으로 만졌을 때 따뜻한 정도면 충분하다.
드라이어를 구두 앞볼에서 떨어뜨려 옆으로 움직이며 바람을 쐬는 모습. /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생성형 이미지 |
바람을 끈 뒤에는 신은 채로 최소 5분을 그대로 두고, 집 안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발가락을 구부렸다 폈다 한다. 가죽이 완전히 식기 전에 벗으면 도로 줄어들기 때문에, 구두가 손에 차갑게 느껴질 때까지 신고 있어야 한다. 한 번에 부족하면 완전히 식힌 다음 2~3회까지 반복한다.
이 방법으로 늘어나는 폭은 반 사이즈 남짓이라, 한 치수 작게 산 구두를 맞추려고 하면 무리가 간다. 열을 가하면 가죽이 건조해지므로 다 끝난 뒤에는 가죽용 보습제를 얇게 발라 두고, 같은 구두에 반복해서 쓰는 일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로 둔다.
발 아픈 구두를 참고 신다가 신발장에 넣어 두기보다, 가을 구두를 처음 꺼낸 날 양말과 드라이어로 조이는 자리를 먼저 손봐 두길 권한다. 발에 맞게 한 번 늘려 놓으면 그 구두를 다시 사지 않고 몇 해를 더 신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