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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김 수출액이 7억 9,100만 달러(약 1조 593억 원)를 기록하며 '검은 반도체'로서 글로벌 핵심 수출 품목으로 떠올랐습니다.
  • 사모펀드 인수 후 해외 수출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린 성경식품을 비롯해 신안천사김, 광천김 등 중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 다만 원물 수출 비중이 50%에 달해 부가가치가 낮고 국내 물가 상승을 자극하는 만큼, 브랜딩 강화와 스낵 중심의 고부가가치 전환이 시급합니다.

한국 김이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검은 반도체'라는 별칭에 걸맞게 폭발적인 성장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2023년 한국의 김 수출액은 7억 9,100만 달러(약 1조 593억 원)를 달성하며 사상 처음으로 1조 원 고지를 넘어섰습니다. 2010년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한 지 불과 13년 만에 무려 7배나 팽창한 셈입니다. 밥반찬으로만 여겨지던 조미김이 해외에서는 건강한 다이어트 스낵으로 재조명받으면서 K-푸드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습니다.

이 같은 김 시장의 성장세 뒤에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동원F&B의 양반김 같은 전통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직한 품질 고집과 공격적인 체질 개선으로 시장을 확장해 온 중견 김 전문 기업들의 강세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1조 원 돌파한 ‘검은 반도체’, 사모펀드가 재평가한 성경김의 몸값

조미김 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낸 곳은 '지도표 성경김'으로 유명한 성경식품입니다. 1981년 대전 역전 시장의 작은 김 판매상으로 출발한 성경식품은 2000년대 초반 전국 하나로마트 유통망을 타고 매출 300억 원대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창업주 2세 경영 체제에서 성장 정체를 겪다 2017년 사모펀드인 스탠다드차타드 PE(현 어펄마캐피탈)에 1,510억 원에 매각되었습니다.

어펄마캐피탈 인수 이후 성경식품의 체질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인수 당시 1% 미만에 불과했던 해외 수출 비중을 미국, 중국, 베트남 등 20여 개국으로 다변화하며 40%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동네 슈퍼마켓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던 국내 유통 채널도 대형마트와 온라인몰로 전면 확대해 내수 점유율을 20% 수준으로 바짝 끌어올렸습니다.


단발머리의 여성 진행자가 스튜디오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화면 왼쪽에는 '구워 만든 곡물 그대로 21' 과자 상자 이미지가 배치되어 있습니다.

건강 간식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인수하며 제품군을 다변화했습니다.


그 결과 2017년 매출 650억 원, 영업이익 130억 원 수준이었던 성경식품은 2019년 매출 1,146억 원, 영업이익 107억 원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개미식품 인수 및 이종 산업 콜라보 제품 출시로 포트폴리오를 넓힌 성경식품은 현재 매각 주관사를 선정하고 예상 매각가 3,000억 원 수준에 시장에 다시 나와 있습니다. 6년 만에 기업 가치를 약 3배 가까이 불려놓은 셈입니다.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팽팽한 격전, 글로벌 시장이 움직인다

근래 국내 조미김 시장은 뚜렷한 양대 축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내수 시장 및 초기 해외 시장 기반을 닦은 CJ제일제당(비비고)과 동원F&B(양반김)가 각각 약 20%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선두 다툼을 벌이고 있습니다. 특히 1986년 출시된 동원 양반김은 조미김 업계 최초로 해외 진출을 시도해 2023년 기준 해외 매출만 450억 원을 올리며 강력한 유통 파워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산업의 진짜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는 강소 중견기업들의 거센 추격입니다. 전통의 강자인 광천김, 미국 코스트코를 독점하다시피 한 신안천사김 등 탄탄한 제조 역량을 갖춘 전업 기업들이 대기업 못지않은 수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들 기업의 성장은 단순한 원가 절감이 아니라 제품 원초(원물)에 대한 철저한 원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좋은 김 원초를 구하기 위해 직거래 방식을 유지하고, 공장 내에서 기름을 직접 짜서 뿌리는 등 독자적인 맛과 품질 기준을 수십 년간 고수해 온 결과입니다.

원초와 상표권 고집부터 딜로버리 M&A까지: 성장 뒤의 핵심 동력

지도표 성경김이 브랜드 입지를 지켜낸 비하인드에는 강력한 상표권 보호 전략이 있었습니다. 한반도 지도 모양을 제품에 넣어 독자적 시그니처를 구축한 성경식품은 유사 지도를 사용한 경쟁사들에 강력한 가처분 소송으로 대응하며 브랜드를 보호했습니다.

특히 2007년 일본 첫 수출 당시, 일본 바이어 측에서 지도 내 울릉도와 독도를 지워달라고 요구하자 1,500만 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전면 포기하고 거래를 거부한 에피소드는 유명합니다. 2019년에는 아예 지도상 울릉도와 독도를 하트 모양으로 리뉴얼하며 '한국 대표 김'이라는 상징성을 얻어냈습니다. 일본 시장이라는 단기 이익을 포기하는 대신 브랜드의 진정성과 국내 소비자 신뢰를 택한 결단이었습니다.


단발머리의 여성이 회색 브이넥 가디건을 입고 검은색 배경 앞에서 카메라를 보고 말하고 있으며, 하단에는 '미국 코스트코의 PB 제품으로 납품을 하게 된 겁니다'라는 자막이 떠 있습니다.

미국 코스트코의 까다로운 품질 검증을 통과해 전 세계 매장에 납품되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또 다른 중견 강자인 신안천사김의 성공 방식도 독특합니다. 1986년 서울 중부 시장의 건어물 가게로 시작한 신안천사김은 질 좋은 겨울 원초(곱창김 계열)와 고급 참기름을 아끼지 않는 제조 원칙으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이후 일본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량 상위권에 진입하자 미국 코스트코 본사가 직접 자체 브랜드(PB) 납품을 제안했고, 단 반년 만에 전 세계 코스트코 매장에 제품을 공급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매출 948억 원을 기록하며 1억 불 수출의 탑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신안천사김과 광천김, K-푸드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질적 지형 변화

하지만 가파른 성장세 뒤편에는 법적·구조적 변동성이라는 그림자도 함께 존재합니다. 대표적인 지명 브랜드인 '광천김'이 겪은 상표권 분쟁과 지리적 표시제 취소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1989년 지역 상권 보호를 위해 누구나 지명을 사용할 수 있도록 등록된 광천김은 주식회사 광천김(2023년 매출 1,770억 원)을 비롯한 여러 업체가 성장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2023년 일부 조합원들의 외국산 재료 사용 및 정관 위반, 원초의 타 지역 생산 비중 증가, 상표 관리 부실 등으로 인해 지리적 표시 등록이 최종 취소되는 진통을 겪었습니다.


어두운 배경 속에서 컨베이어 벨트를 지나가는 김의 모습과 함께 '좋은 원초로 만든 김에 부가가치가 높아지는 건데요'라는 자막이 하단에 표시된 영상 화면.

단순 원물 수출을 넘어 가공과 브랜딩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이 K-김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입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김 수출의 구조적 한계입니다. 전 세계 김 생산국은 한국, 중국, 일본 3개국에 불과하며, 한국은 글로벌 김 수출량의 70%를 차지하는 독보적 1위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전체 김 수출액의 약 50%가 가공되지 않은 '원물(김 포자 및 건조김)' 상태로 나갑니다.

해외 시장에서는 '김(Gim)'이라는 고유 명칭 대신 '시위드(Seaweed)'나 일본어 표현인 '노리(Nori)'로 통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원물 형태로 유통되면 물류비 부담은 커지는 반면 국내 생산 업체의 마진율은 크게 떨어집니다. 실제로 태국의 '타오케노이(Taokaenoi)'라는 기업은 한국에서 김 원물을 전량 수입한 뒤, 튀김 스낵으로 2차 가공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함으로써 시가총액 4,000억 원이 넘는 상장사로 성장했습니다. 한국이 원초를 대주고 정작 고부가가치는 해외 가공업체가 가져가는 구조인 셈입니다.

원물 수출 탈피와 가격 안정화: 글로벌 1위 자리를 지키기 위한 과제

한국 김 산업이 1조 원 시장을 넘어 지속 가능한 '검은 반도체'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브랜드 가치 제고와 공급망 안정이 필수적입니다. 수출 국가가 2010년 64개국에서 2023년 120개국으로 다변화되고 미국 등 핵심 수입국에서 한국산 조미김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단순 조미김을 넘어 글로벌 소비자 입맛에 맞춘 고부가가치 스낵 제품군으로의 전환이 시급합니다.

급격한 수출 증가에 따른 국내 수급 불균형과 밥상 물가 상승도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해외 수요 폭증으로 김 원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이 커지자, 정부는 2025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전복 양식장을 김 양식장으로 유연하게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우직한 품질 원칙으로 몸값을 3,000억 원까지 올린 성경식품의 사례처럼, 한국 김 산업도 단순 원물 공급지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브랜드 경쟁력을 확보할 때 비로소 글로벌 식품 시장의 진짜 대장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경김과 글로벌 김 시장 읽어 드렸습니다.


FAQ

지도표 성경김의 독도 지도는 왜 화제가 되었나요?

성경식품은 한반도 지도 상표권을 유지하던 중 2007년 일본 수출 시 바이어로부터 지도에서 독도를 지워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계약을 포기했습니다. 2019년에는 지도의 독도와 울릉도를 하트 모양으로 리뉴얼하며 한국 대표 김으로서의 브랜드 정체성을 한층 강화했습니다.

태국의 타오케노이는 한국 김 시장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타오케노이는 김이 생산되지 않는 태국에서 한국산 김 원물을 전량 수입해 시즈닝 스낵으로 2차 가공한 뒤 글로벌 시장에 파는 기업입니다. 원물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김 산업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고부가가치 가공 스낵 모델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김 수출이 늘어나는데 국내 김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세계적으로 K-푸드 및 김 스낵 수요가 급증하면서 국내 생산량의 상당수가 해외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급 불균형으로 원물 가격이 오르자 정부는 전복 양식장을 김 양식장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공급 안정책을 추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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