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적이양제는 문화재 보호 등으로 고도 제한에 걸려 남는 용적률을 인프라 여유가 있는 다른 부지로 매매해 이전하는 제도입니다.
- 1기 신도시처럼 기반시설 부족과 작은 필지 한계에 부딪힌 지역은 단지를 합치는 통합재건축으로 공간을 확보해 사업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 다만 구역 지정 속도 차이와 이주 수요 분산을 위한 연간 지정 물량 상한 등 사업 지연 요인은 현실적인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재건축 사업성이 막힌 도심에서 상공의 건축 권리를 다른 땅으로 넘기는 용적이양제가 새로운 해법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땅의 면적을 넓히지 않고도 잉여 용적률을 거래해 도시의 인프라 과부하를 막으면서 고밀 개발을 가능하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1. 재건축 계산이 막힌 도시, 왜 새로운 용적률 해법이 필요한가
도시에서 집을 새로 지을 때 가장 중요한 숫자는 바로 용적률입니다. 대지 면적 대비 지상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을 뜻하며, 쉽게 말해 '해당 땅 위에 집을 얼마나 높이 쌓아 올릴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하늘의 권리입니다.

사용하지 않은 용적률을 인근 빌딩에 판매하여 고밀도 개발을 가능하게 한 해외의 사례입니다.
그런데 1기 신도시 아파트는 이미 용적률을 빽빽하게 쓴 채로 지어졌습니다. 게다가 전체 단지의 35%는 축구장 4개 크기조차 되지 않는 협소한 땅입니다. 단지 혼자만의 힘으로는 필수적인 도로와 공원을 확보할 공간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단순히 용적률 한도만 무작정 올려주면 해결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집이 늘어나면 인구가 늘고, 결국 땅속의 상하수도 관로, 학교, 도로 같은 기반시설이 감당하지 못합니다. 늘어난 기반시설을 확충하는 비용은 고스란히 조합원의 분담금으로 돌아옵니다. 한 필지 안에서만 용적률을 해결하려 들면 어느 쪽으로 가도 벽에 부딪히는 딜레마가 생깁니다.
2. 용적이양제: 남는 하늘을 팔고 사는 제도적 정의
반대로 용적률이 남아도 도무지 쓸 수 없는 땅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문화재 주변이나 경관 보호구역처럼 고도 제한이 묶인 동네입니다. 문화재 보존 때문에 높이 지을 수 없어 상공의 여유 용적률이 고스란히 버려집니다. 그동안 이런 지역 주민들에게 못 쓰는 용적률은 일방적인 재산권 손해에 불과했습니다.

지하 인프라와 같은 도시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 효율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는 새로운 도시 계획의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발상을 뒤집습니다. 하늘을 새로 억지로 만드는 게 아니라, 남는 하늘을 필요한 곳으로 옮겨오는 것입니다. 이를 제도화한 것이 바로 용적이양제(TDR, 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입니다.
용적이양제는 규제로 인해 쓰지 못하는 용적률을 다른 땅에 매각할 수 있게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용적률을 판 땅은 금전적인 보상을 얻고, 용적률을 사들인 땅은 그만큼 건물을 더 높이 올립니다. 땅속 기반시설이 부족해지는 문제는 상하수도와 도로 여유가 충분한 입지를 매입 대상지로 선정함으로써 해결합니다. 미국 뉴욕의 그랜드 센트럴 역이나 일본 도쿄역이 상공의 남는 용적률을 주변 빌딩에 매각해 초고층 복합 개발을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인 선례입니다.
3. 혼동하기 쉬운 오해: 용적률 상향 vs 용적이양
용적이양제를 접할 때 흔히 '정부가 용적률 규제를 무조건 풀어주는 것'과 혼동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두 방식 사이에는 결정적인 구조적 차이가 존재합니다.
- 단순 용적률 법적 상향: 특정 필지의 개발 밀도를 인위적으로 높여주는 조치로, 주변 도로와 기반시설의 수용 한계를 초과하여 도시 과부하를 초래할 위험이 큽니다.
- 용적이양제: 도시 전체의 총 용적률 총량을 관리하면서, 남는 지역(송출 부지)의 권리를 여유 인프라가 있는 지역(수용 부지)으로 이전 및 재배치하는 방식입니다.
용적률을 허공에서 무제한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버려지던 법적 권리를 자산화하여 인프라 수용 능력이 검증된 부지로 옮기는 거래 시스템인 셈입니다.
4. 국내 적용 사례: 서울 강동구와 분당 신도시의 통합재건축
국내에서도 이러한 입체적 용적률 활용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용적이양제 도입을 발표하고 강동구를 시범 지역으로 선정하여 어디서 팔고 어디서 살지를 실증하고 있습니다.

남는 하늘을 사고파는 용적 이양제가 적용되면, 규제로 개발이 어려웠던 땅의 권리를 옮겨와 새로운 도시 풍경을 만들 수 있게 됩니다.
한편 1기 신도시는 하늘을 이전해 오는 것과 더불어 작은 땅들을 하나로 묶는 통합재건축 방식을 택했습니다. 대표 사례인 분당 양지마을은 여러 단지를 통합하여 축구장 40개 규모의 대형 부지를 만들었습니다. 작은 접시 여러 개를 큰 쟁반 하나로 합친 셈입니다.
필지가 커지면서 단지 내에 도로와 공원, 임대주택 294세대를 안정적으로 배치하고도 최고 37층(117m)까지 높이를 올릴 수 있는 사업성을 확보했습니다. 실제로 분당 첫 공모에만 58,874가구가 몰렸고, 2026년 1월에는 분당 내 선도지구 4곳이 모두 정비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양지마을은 2035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5. 도시 정비 사업 해석과 투자 관점의 고려사항
용적이양제와 통합재건축이 강력한 대안으로 떠올랐지만, 사업성을 분석할 때는 현실적인 추진 제약 조건을 면밀히 살펴야 합니다.
첫째, 선도지구 지정 및 사업 속도의 격차입니다. 2026년 6월 전 기준으로 5개 신도시 선도지구 중 구역 지정을 완료한 곳은 절반 남짓이었으며, 일산과 중동은 당시까지 한 곳도 구역 지정을 마치지 못해 지역별 편차가 크게 나타났습니다.
둘째, 이주 대책과 연간 인허가 상한선입니다. 다수의 대규모 단지가 일시에 철거에 들어가면 심각한 전세난과 주택 부족이 발생합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연간 정비구역 지정 물량에 상한을 설정했습니다. 분당에서 정비를 신청한 물량만 50여 개 구역 66,037가구에 달해 연간 허용치의 5년 치를 웃도는 대기 수요가 발생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2030년 첫 입주 목표에 비해 실제 입주는 다소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한 이유입니다. 따라서 용적이양과 통합재건축을 해석할 때는 단순한 층수 상향 수치에만 매몰되지 않고, 실제 인프라 이전 경로와 지자체의 연간 물량 관리 계획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FAQ
용적이양제란 무엇인가요?
문화재 보호나 고도 제한 때문에 쓰지 못하고 남은 용적률(개발 권리)을 인프라가 넉넉한 다른 부지에 매매하여 이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입니다.
단지들을 묶는 통합재건축은 왜 하나요?
1기 신도시처럼 소규모 필지가 많은 곳은 단독 재건축 시 도로와 공원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단지를 묶어 대규모 부지를 만들면 필수 기반시설을 설치하고도 최고 층수를 높여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용적이양제를 도입하면 주변 인프라가 과부하되지 않나요?
용적률을 무작정 올리는 것이 아니라, 상하수도와 도로 여유가 충분히 확보된 수용 부지를 선별해 이전하기 때문에 기반시설 과부하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추진 시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인가요?
대규모 이주로 인한 전세난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연간 정비구역 지정 물량에 상한을 두었기 때문에, 신청 물량이 몰릴 경우 순차 추진에 따른 일정 지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