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수가 잦던 시절 필수 시설이던 옥상 물탱크는 상수도망이 안정화된 이후 잔류 염소가 줄어들고 세균이 번식하는 오염의 원인으로 바뀌었습니다.
- 물탱크를 자주 청소하는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상수도관에서 수도꼭지까지 물을 바로 보내는 직결급수로 급수 체계를 전환했습니다.
- 서울시는 2만 7천여 개의 소형 물탱크를 철거하며 직결급수를 정착시켰으나, 대형 건물과 고층 아파트에는 법적인 저수조 관리 의무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과거 다세대 주택이나 빌라 옥상마다 자리 잡고 있던 파란색 물탱크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수돗물을 확보하기 위한 생존 장치였습니다. 단수가 잦았던 1970~80년대에는 상수도에서 물이 나올 때 미리 통에 받아두어야 단수 시에도 물을 꺼내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상수도망이 고도화되어 물이 끊기지 않게 된 이후, 이 물탱크는 오히려 수돗물의 위생을 해치는 구조적 결함으로 전락했습니다.
왜 급수 방식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했을까
상수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단수는 사라졌지만, 옥상 물탱크에 갇힌 물이 고여 썩는 문제가 뒤따랐습니다. 수돗물은 정수 과정에서 투입된 소독 성분인 잔류 염소를 머금은 채 배관을 따라 계속 흘러야 안전성이 유지됩니다.

상수도 환경이 좋아졌음에도 옥상 물탱크 속 고인 물은 세균 번식과 소독 성분 저하라는 위생 문제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2000년 서울시 수도기술연구소가 5층 이하 건물 옥상 물탱크 30곳을 무작위로 조사한 결과는 심각했습니다. 수도관에서 바로 추출한 물은 모두 수질 기준을 통과한 반면, 물탱크에 담긴 물 중 12곳은 잔류 염소가 기준치인 리터당 0.2mg 미만으로 떨어져 소독 능력을 상실한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5개 탱크에서는 대장균군이나 일반 세균 기준을 초과했고, 탁도와 철, 조류 수치 역시 높게 관찰되었습니다. 물을 가두어 두는 행위 자체가 오염의 원인이 된 셈입니다.
직결급수의 정의: 저류 방식에서 관로 직결 방식으로
직결급수(Direct Water Supply)란 상수도 배관의 수압을 활용해 정수장에서 공급된 수돗물을 저수조에 거치지 않고 세대 내 수도꼭지까지 중간 정체 없이 바로 전달하는 급수 방식을 뜻합니다.
기존에는 수돗물을 옥상 물탱크로 끌어올려 채운 뒤 중력 낙차를 이용해 각 세대로 내려보내는 '고가수조 방식'을 주로 썼습니다. 반면 직결급수는 상수도 본관의 압력을 온전히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신선한 물을 공급합니다. 중간 저장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잔류 염소가 날아가는 현상을 막고, 외부 이물질 유입이나 조류 번식 위험을 원천적으로 차단합니다.
통을 닦으면 해결된다는 착각과 한계
많은 이들이 물탱크 오염 문제를 단순히 '위생 관리의 부실'로 여기곤 합니다. 물탱크를 자주 청소하고 주기적으로 소독하면 수질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14년 7월 소형 물탱크 청소를 반기 1회 의무화하고 미이행 시 급수를 중단하는 강력한 규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러나 청소를 마친 직후부터 물은 다시 고이기 시작하며, 잔류 염소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날아갑니다. 옥상이라는 위치 특성상 개별 건물주가 일일이 점검하고 관리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명확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통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물탱크 자체를 급수 경로에서 배제하는 역발상이 필요했습니다.
서울시의 물탱크 철거와 직결급수 전환 사례
서울시는 2012년부터 5층 이하 소형 건축물의 물탱크를 철거하고 직결급수로 전환하는 사업을 전액 시비 지원으로 본격화했습니다.

옥상 위 물탱크는 청소 관리가 쉽지 않아 물이 고이면서 오염되기 쉬운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습니다.
그 결과 2016년까지 총 2만 7,425개의 소형 물탱크가 철거되었습니다. 이 중 1만 8,061개는 이미 사용하지 않고 방치된 통이었으며, 실제 가동 중이던 9,364개는 직결급수 배관으로 교체되었습니다. 2017년 7월 기준 서울 시내에서 가동되던 소형 옥상 물탱크는 단 23개만 남을 정도로 전환 작업이 빠르게 완료되었습니다.
이러한 전환은 고층 아파트로도 확장되었습니다. 서울시는 송파구(15층, 660세대)와 동대문구(16~18층, 492세대) 시범 단지를 거쳐 부스터 펌프를 활용한 직결급수를 도입했습니다. 자연 수압이 닿지 않는 고층부는 가압 펌프가 필요한 만큼의 압력만 실시간으로 공급하므로, 지하 저수조에서 옥상 물탱크로 물을 퍼 올리고 다시 공급하는 이중 동력 소모를 없애 관리비와 전력 사용량을 절감했습니다.
직결급수 원리를 해석할 때 고려해야 할 현실적 한계
직결급수가 모든 건물에 무조건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시 인프라와 건축물 규모에 따른 물리적·법적 제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물을 저장하는 물탱크를 유지하기 위해 오히려 사람이 더 많은 수고와 비용을 쏟아야 하는 역설적인 현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째, 재난 및 비상 단수 상황에 대비한 최소한의 비상 저류 용량 규정이 존재합니다. 연면적 5,000㎡를 초과하는 대형 건물이나 5층 이상 공동주택은 비상 급수 설비를 갖추어야 했었고, 직결 급수를 도입 할 수 없는 상황이면 저수조를 완전히 없앨 수 없습니다. 둘째, 지자체 조례에 따라 고층 건물의 저수조 설치가 강제되는 지역도 있습니다. 따라서 현대 건축에서는 소형 건축물 중심의 직결급수 전환과 함께, 잔존하는 대형 저수조의 철저한 반기 청소 의무화가 병행되고 있습니다.
FAQ
물탱크를 통과하지 않는 직결급수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인가요?
정수장에서 공급된 잔류 염소가 유지된 상태로 각 가정에 도달하므로 세균 번식이나 물때 생성을 방지하고 항상 신선한 수돗물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고층 아파트도 옥상 물탱크 없이 직결급수가 가능한가요?
가능합니다. 상수도관의 자연 압력만으로 수압이 부족한 층수는 부스터 펌프를 활용해 필요한 만큼의 압력을 실시간으로 보조하며 직결 공급하는 방식을 적용합니다.
현재 모든 건물에서 물탱크가 완전히 철거되었나요?
아닙니다. 연면적 5,000㎡ 초과 건축물이나 5층 이상 대규모 아파트 등은 법적 비상급수 확보 규정에 따라 저수조를 유지했으며, 직결 급수를 도입하지 못한 경우 정기적인 물탱크 소독과 청소를 시행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