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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 때마다 사라지는 동부간선도로의 비밀과 지하화

spark_icon5분 지식
  • 동부간선도로는 1980년대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토지 보상 없이 신속하게 도로를 내기 위해 중랑천 홍수터(둔치) 위에 건설되었습니다.
  • 도로 높이를 돋우면 하천 단면적이 줄어들어 주변 주거지가 침수되므로, 서울시는 비가 오면 도로를 하천에 내어주는 차단 방식을 유지해 왔습니다.
  • 지상 침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2024년 10월부터 12.5km 대심도 지하도로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울 동북권을 가로지르며 하루 약 15만 대의 차량이 오가는 동부간선도로는 매년 여름 장마철마다 전면 통제되는 대표적인 도로입니다. 비가 조금만 많이 쏟아져도 도로 전체가 흙탕물에 잠기는 현상은 배수 시설 불량 탓이 아니라, 애초에 하천이 홍수 때 쓰도록 비워둔 둔치(고수부지) 위에 도로를 놓았기 때문입니다.

태생부터 강의 영역을 빌려 쓴 구조물이었기에 비가 오면 물러서는 방식으로 30년 넘게 운영되어 왔으며, 현재는 이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 밑으로 도로를 통째로 내리는 지하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둔치 도로의 구조적 필연성

하천은 평상시 물이 흐르는 저수로와 홍수 시 수위를 분산시키는 한 단 높은 둔치로 이루어진 2단 단면 구조를 갖습니다. 큰비가 내리면 여분의 강바닥인 둔치로 물이 넓게 퍼져나가며 수위가 급격히 상승하는 것을 억제합니다.

두 개의 화면으로 나뉜 3D 그래픽 영상으로, 위쪽에는 맑은 날 강변의 공원 풍경이, 아래쪽에는 비가 내리는 날 강 위로 도로가 지나가는 풍경이 나타나 있습니다.

평소에는 평화로운 휴식처가 되지만, 강물이 불어나면 도로의 기능을 잃고 물을 비워내야 하는 하천의 자연스러운 2단 구조입니다.

1980년대 노원구와 도봉구 일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도심을 잇는 간선도로가 급히 필요해졌습니다. 당시 서울시는 토지 매입비가 들지 않고 기존 주택을 철거하지 않아도 되는 중랑천 둔치를 부지로 선택했습니다. 한강이 둔치에 잔디밭과 공원을 조성했다면, 중랑천에는 왕복 고속화도로를 얹은 셈입니다. 이로 인해 동부간선도로는 완공 시점부터 큰비가 오면 하천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구조적 숙명을 안게 되었습니다.

제방 위로 도로를 올릴 수 없는 수리학적 한계

많은 이들이 도로를 제방 위로 높이거나 방벽을 쌓아 침수를 막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합니다. 하지만 제방 주변은 이미 주택과 아파트가 밀집해 있어 물리적인 확장 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하천 수리학적 한계입니다. 하천 구역 안에서 도로 높이를 돋우면 물이 흘러갈 수 있는 통수 단면적이 줄어듭니다. 같은 양의 빗물이 좁아진 공간을 통과할 때 하천 수위는 훨씬 가파르게 상승하며, 이는 상류 지역인 의정부 일대와 제방 인근 주거지의 대규모 침수 참사로 직결됩니다. 도로를 지키기 위해 하천을 좁히면 도시 전체가 위험해지는 딜레마가 생기는 것입니다.

30년간 이어진 통제 프로토콜과 지하화의 전환

물리적으로 도로를 돋울 수 없었던 서울시는 발상을 바꾸어 침수를 통제하는 프로토콜을 정립했습니다. 중랑천 수위가 기준선에 도달하면 진입 램프부터 순차적으로 차단하고, 수락지하차도부터 성수분기점까지 본선을 비운 뒤 비가 그치면 토사를 청소하고 다시 개통하는 방식입니다.

도로 진입로에 설치된 차단기가 내려와 자동차의 통행을 막고 있는 3D 그래픽 모델링 장면

침수 위험이 감지되면 진입로 차단기를 내리고 도로를 비워 하천의 흐름을 보장하는 운영 방식입니다.

그러나 상습 통제로 인한 도심 교통 마비와 아스팔트 노면 파손이 누적되자, 서울시는 도로를 강 밑 대심도로 내리는 근본 대책을 추진했습니다. 2024년 10월 착공한 동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은 월릉교에서 강남구 대치동까지 총 12.5km 구간을 하천 및 한강 하저 터널로 통과시키는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입니다. 2029년 완공 시 하루 교통량의 40% 이상을 분산시키고 이동 시간을 50분대에서 10분대로 대폭 단축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지하 공간의 새로운 수해 관리 기준

도로가 지하로 내려간다고 해서 물과의 싸움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지상 도로는 물이 빠져나가면 청소 후 재개통할 수 있지만, 지하 도로는 침수가 발생할 경우 막대한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폐쇄형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지하 도로의 단면을 보여주는 3D 그래픽으로, 지표면 위에 물이 차 있고 그 아래 지하 도로 터널이 빈 공간으로 유지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침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지하 도로 입구의 높이를 조절하고 철저히 차단하는 설계가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신설 지하도로는 1등급 방재 기준을 적용하여 진입부 차수벽, 대용량 집수 배수 시설, 지상 비상 탈출용 대피 통로를 침수 전제 조건으로 설계하고 있습니다. 지상에서는 강이 불어나는 것을 허용하며 문을 닫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면, 지하에서는 한 방울의 물도 유입되지 않도록 원천 차단하는 정반대의 공학적 통제가 요구됩니다.

동부간선도로의 역사는 자연의 배수로를 빌려 썼던 도시가 겪은 교통 인프라의 타협과, 기술적 진보를 통해 그 부채를 지하 대심도 터널로 해결해 나가는 현대 도시공학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FAQ

서울에 비가 많이 오지 않아도 동부간선도로가 통제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랑천은 경기 북부(의정부, 양주 등)에서 발원하여 한강으로 흐르는 하천입니다. 서울 지역에 비가 적게 내리더라도 상류인 경기 북부에 폭우가 쏟아지면 몇 시간 뒤 하류 수위가 급격히 상승해 도로가 침수 통제됩니다.

동부간선도로 지하화가 완료되면 기존 지상 도로는 완전히 철거되나요?

기존 지상 도로는 완전히 철거되지 않고 일부 차로가 유지됩니다. 지하도로가 상당량의 통과 교통량을 흡수하여 지상 도로의 교통 혼잡을 완화하며, 여유 공간은 수변 생태 공원 등으로 조성될 계획입니다.

지하도로가 개통되면 대형 화물차나 버스도 통행할 수 있나요?

월릉교~대치동 구간에 신설되는 대심도 지하도로는 승용차 및 소형차 전용 4차로로 계획되어 있어 대형 화물차나 버스의 진입은 제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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