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고층 빌딩에서는 지진보다 바람이 건물에 미치는 힘이 4배 이상 커서 강하게 버티기만 하는 구조는 붕괴 위험을 높입니다.
- 롯데월드타워는 6.5m 매트 기초와 2m 코어심, 메가기둥을 대나무 마디 형태의 아웃리거로 묶어 바람에 유연하게 휘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 초속 80m 강풍과 규모 9 지진을 견디는 유연 구조 공학은 자연의 힘을 강제로 막지 않고 유연하게 흘려보내는 대표적인 역발상 사례입니다.

태풍이 몰아칠 때 건물 꼭대기가 약 1.5m씩 흔들리는 555m 높이의 마천루가 있습니다. 바로 서울 잠실의 롯데월드타워 이야기입니다. 건물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무너질까 걱정되기 마련이지만, 이는 건물이 약해서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태풍에 휘도록 설계했기 때문입니다.
지상 100m 높이에서 초속 35m의 바람이 불 때, 600m 부근에서는 공기 저항을 줄이는 요소가 줄어들어 초속 52m에 달하는 강풍이 몰아칩니다. 이 높이에서는 건물을 넘어뜨리려는 힘이 지진보다 바람 쪽이 4배나 더 크게 작용합니다. 따라서 초고층 건축에서는 지진보다 바람을 통제하는 내풍설계가 건물의 생사를 가르는 핵심 개념이 됩니다.
단단한 건물이 강풍에 더 위험한 이유
그렇다면 바람에 아예 안 흔들리도록 건물을 무조건 단단하게 지으면 되지 않냐고요? 여기서 사람들이 가장 흔히 오해하는 지점이 발생합니다. 바람은 한쪽 방향으로 일정하게 미는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방향을 바꾸며 강한 충격을 줍니다.
완전히 딱딱하게 고정된 구조물은 이 파동 에너지를 흡수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받아내다가 특정 한계를 넘어서는 순간 단번에 뚝 부러집니다. 바람에 부러지지 않는 나무는 유연하게 휨으로써 충격을 분산하지만, 딱딱한 전봇대는 휘지 못해 부러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반대로 너무 흐물거리면 상층부 거주자가 심한 멀미를 느껴 건물의 기능을 상실합니다. 결국 초고층 건축은 부러지지도, 지나치게 흐물거리지도 않는 최적의 유연성 균형을 찾는 과정입니다.
어마어마한 높이의 건물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지표면 아래에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의 기초를 다져야 합니다.
555m 높이에서 바람을 흘려보내는 대나무 구조의 비밀
롯데월드타워는 바람을 억지로 막아서 버티는 대신, 바람에 맞춰 함께 휘어지는 공학적 역발상을 적용했습니다. 먼저 지하 38m 깊이에 가로세로 72m, 두께 6.5m의 거대한 콘크리트 매트 기초를 깔았습니다. 레미콘 5,300대가 32시간 동안 쉼 없이 콘크리트를 부어 만든 거대한 암반급 바닥입니다.
건물의 중심을 단단하게 지탱하는 콘크리트 코어와 그 주변을 감싼 거대 기둥들이 거센 바람에도 유연하게 견딜 수 있는 뼈대를 완성합니다.
그 위로 건물 한가운데에 최대 두께 2m에 달하는 콘크리트 코어심을 세우고, 외곽에는 가로세로 3.5m 크기의 거대 기둥 8개를 박았습니다. 일반 아파트 벽체 두께가 20cm 수준이니 무려 10배에 달하는 두께입니다. 그리고 40층 안팎마다 이 중앙 심과 외곽 기둥을 철골 뼈대(아웃리거)로 강하게 묶었습니다. 대나무가 마디 덕분에 태풍에도 부러지지 않는 원리를 건축 구조로 구현한 것입니다.
건물의 형태를 다듬고 배치하는 과정에서 바람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설계한 덕분에 강풍에도 유연하게 견딜 수 있습니다.
수차례의 풍동 실험을 거친 이 구조는 강풍이 불면 건물 전체가 하나의 덩어리로 부드럽게 휘었다가 원상태로 돌아옵니다. 그 결과 초속 80m의 강풍과 규모 9의 강진에도 견딜 수 있는 구조적 안전성을 확보했습니다.
기술적 승리와 환경적 과제가 남긴 교훈
1987년 부지 매입 이후 비행 안전 문제로 15년간 멈춰 섰던 사업은 활주로 각도를 3도 틀고 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아 2017년 문을 열었습니다. 태풍 솔릭이 상륙했을 때도 비상 대기조가 가동되고 소폭 흔들림이 발생했지만 내부 사람들은 흔들림을 거의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초고층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석촌호수 수위 저하 논란처럼 지하수 및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건축 공학이 함께 짊어져야 할 그늘입니다. 자연의 거대한 힘을 무력으로 억누르지 않고, 유연한 구조로 힘을 흘려보내며 상생하는 공학적 지혜는 마천루뿐만 아니라 현대 구조 설계 전반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버티는 대신 휘도록 지은 555m의 거대한 건축물은 바로 이러한 역발상을 통해 탄생한 것입니다.
FAQ
롯데월드타워는 바람이 불 때 얼마나 흔들리나요?
태풍급 강풍이 불 때 555m 꼭대기 기준으로 약 1.5m까지 흔들리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건물이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정상적인 현상이며, 내부에서는 흔들림을 거의 느끼지 못합니다.
초고층 빌딩에서는 왜 지진보다 바람이 더 위험한가요?
높이가 올라갈수록 바람을 막는 장애물이 없어 풍속이 급격히 증가합니다. 구조 계산 결과 555m 높이에서 건물을 넘어뜨리려는 힘은 지진보다 바람이 약 4배 더 큰 것으로 나타납니다.
건물을 안 흔들리게 단단하게 지으면 안 되나요?
바람의 방향 변동과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는 완전히 딱딱한 건물은 강풍의 에너지를 고스란히 받다가 한계점에서 갑자기 부러질 위험이 커집니다. 따라서 적절한 유연성을 확보하는 내풍설계가 필수적입니다.
롯데월드타워가 내세우는 안전 기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초속 80m의 강풍과 규모 9 수준의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일반적인 초고층 빌딩의 지진 기준(규모 7 안팎)을 뛰어넘는 내진·내풍 성능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