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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강공원은 비가 올 때 물을 받아두기 위해 비워둔 이중 구조의 홍수터(고수부지)로 설계된 공간입니다.
  • 1982년 한강종합개발은 제방을 무작정 높이는 대신 강바닥을 파내 수위를 낮추고 물길을 넓히는 역발상을 채택했습니다.
  • 잠기더라도 물이 빠진 후 복구하여 공원으로 되돌리는 운영 방식은 자연의 위력을 다스리는 도시 공학의 지혜를 보여줍니다.

여름철 장마 때마다 뉴스 화면에는 물에 푹 잠긴 한강공원과 잠수교의 모습이 등장합니다. 잔디밭도 주차장도 수영장도 죄다 흙탕물 속으로 잠기죠. 하지만 이 공원이 물에 잠기는 것은 토목 공학적 사고가 아닙니다. 애초에 비가 오면 물에 잠기라고 만든 땅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는 시민들이 돗자리를 깔고 치킨을 먹는 휴식처이지만, 강물이 불어나면 한강공원은 수압과 수량을 견뎌내는 거대한 물그릇으로 변신합니다. 이 공원의 정체는 딱 한 줄로 요약됩니다. 공원이 아니라 홍수터라는 것.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는 모두 여기서 출발합니다.

한강공원이 비만 오면 통째로 잠기는 이유

한강공원은 평소에는 둔치 공원이지만 홍수 시에는 강이 되는 이중 역할을 맡습니다. 강 양쪽으로 41km 넘게 이어진 축구장 900개 이상 크기의 이 넓은 마당은, 물을 억지로 막아서 거스르기보다 도시 안으로 안전하게 흘러가도록 비워둔 공간입니다.

과거 한강은 여름 장마 때마다 폭발적으로 수위가 높아지는 위험한 강이었습니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때는 강남북 마을이 통째로 쓸려나갔고, 1964년에도 영등포 일대가 고립되는 수해가 반복되었습니다. 강물이 불어날 때와 마를 때의 차이가 워낙 컸기에, 서울이라는 도시가 확장하려면 한강을 통제할 명확한 치수 대책이 필요했습니다.

초기에는 강을 막아 땅을 넓히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1968년 밤섬을 폭파해 여의도 둘레에 높이 16m짜리 윤중제를 쌓았고, 1971년에는 잠실의 물길 하나를 통째로 메워 육지로 만들었죠. 하지만 강을 밀어내 땅을 얻을수록 강폭은 좁아졌고, 좁아진 물길로 같은 양의 물이 지나가면서 수위가 오히려 더 높게 차오르는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제방을 더 높이면 왜 안 될까: 치수공학의 딜레마

강이 넘친다고 해서 제방 높이를 무작정 올려 붙이는 데는 명확한 공학적 한계가 존재합니다. 둑을 1m 높이면 강물은 그 위로 또 올라올 수 있고, 높아진 제방은 도시와 강의 경관을 완전히 단절시켜 강 양쪽에 거대한 성벽을 세우는 꼴이 됩니다.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도시 강변에서 높은 콘크리트 제방이 무너져 물이 시가지로 쏟아져 들어오는 모습

제방을 무한정 높이는 것은 홍수 대응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붕괴 시 더 큰 재난을 야기하는 위험 요인이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제방이 무너졌을 때 발생하는 피해 규모입니다. 높은 제방 뒤로 물을 억지로 가두어 두었다가 둑이 터지는 순간, 폭포수 같은 수압이 한꺼번에 도심을 습격합니다. 결국 막으려 할수록 더 위험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입니다.

결국 서울시는 제방을 계속 높이는 기존 관념을 버리고 발상을 뒤집습니다. 물을 힘으로 막아 버티기보다, 물이 넘쳐 퍼질 수 있는 여분의 강바닥을 도시 내부에 미리 비워두자는 역발상을 선택한 것입니다.

1982년 한강종합개발과 3단계 구조 설계

이러한 역발상은 1981년 서울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후, 1982년 9월 시작된 한강종합개발을 통해 구체적인 토목 구조로 실현되었습니다. 총사업비 9천억 원 이상이 투입되고 연인원 420만 명이 동원된 이 공사는 한강을 컵 구조에서 쟁반 구조로 개조하는 대작업이었습니다.


공원 지면과 그 아래 토양 단면이 정교하게 구현된 3D 디오라마 모델로, 지상에는 나무와 산책로, 벤치 등이 있고 지하에는 토양층과 나무뿌리가 보이는 구조입니다.

강바닥에서 파낸 흙으로 고수부지를 돋우고 그 위에 공원을 조성한 당시의 설계 방식을 시각화했습니다.


한강공원의 구조적 핵심은 크게 세 가지 공학적 설계로 정리됩니다.

  1. 턱(2단 물길 구조): 강을 평소 물이 흐르는 낮은 물길인 '저수로'와, 그 옆에 한 단 높게 쌓은 '고수부지(둔치)'로 나눴습니다. 물이 늘어나면 쟁반에 부은 물처럼 옆으로 얇게 퍼지게 만들어 전체적인 수위 상승을 억제합니다.
  2. 흙(준설과 고수부지 조성): 암사동부터 행주대교까지 36km 구간의 강바닥을 파내어 수심을 2.5m로 일정하게 맞췄습니다. 이때 파낸 수천만 세제곱미터의 모래와 자갈을 강 양옆에 쌓아 41.5km에 달하는 고수부지를 돋우었고, 골재 일부는 팔아 공사비에 보탰습니다.
  3. 약속(공간의 가변성): 고수부지 안쪽에는 집, 학교, 병원 같은 상시 거주·핵심 시설 건축물을 절대 짓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습니다. 잔디밭, 운동기구, 주차장, 수영장처럼 물이 빠진 뒤 씻어내거나 복구할 수 있는 시설만 배치했습니다.

잠기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완벽한 작동이다

공원이 물에 잠길 때 서울시가 하는 일은 물을 막아 버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밖으로 내보내고 물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잠수교는 그 수위 통제의 신호등 역할을 맡습니다. 한강 수위가 5.5m에 도달하면 보행자 통제, 6.2m에 도달하면 차량 통제가 실시되며, 공원 저지대부터 차례로 물이 차오릅니다.


TWO WAYS라는 영문 제목 아래에서 양옆으로 흐르는 푸른색 액체가 가운데에서 만나 튀어 오르는 모습을 보여주는 3D 그래픽 영상

위에서 내려오는 강물뿐만 아니라 바닷물까지 밀려 들어오며 한강공원은 두 방향에서 오는 물을 동시에 마주하게 됩니다.


이 구조는 1990년 대홍수 당시 한강대교 수위가 11.27m까지 치솟았을 때도 도심 파괴를 막아내며 제 성능을 입증했습니다. 또한 2020년 8월, 한 달 넘게 이어진 장마로 11개 한강공원 전체를 통제하면서 완충 지대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물이 빠지고 나면 공원에는 두껍게 뻘이 쌓입니다. 서울시는 수차와 인력을 동원해 뻘을 씻어내고 잔디와 시설을 청소해 20일 이내에 다시 시민들에게 개방하겠다 발표했습니다. 즉, 한 번 잠기면 끝나는 사고가 아니라, 잠기고 씻어내며 운영하는 것이 한강공원의 원래 설계 방식입니다.

적을 이기는 대신 자리를 내주는 도시공학의 지혜

한강공원은 위에서 내려오는 상류의 팔당댐 방류수뿐만 아니라, 서해 바다의 밀물(조수) 수위까지 동시에 받아내는 유기적인 토목 공간입니다. 자연의 거대한 수압과 물량을 인위적인 벽으로 억누르려 했다면 서울 도심은 더 큰 수해 위험에 노출되었을 것입니다.

서울의 도시 방재는 강한 힘으로 자연을 제압하는 대신, 자연에 필요한 자리를 내주고 평소에 그 공간을 빌려 쓰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석촌호수가 새어 나가는 물을 막는 대신 계속 채워 넣듯, 한강공원은 넘치는 물을 막는 대신 넘칠 자리를 비워두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시민들이 라면을 먹고 자전거를 타는 한강공원의 첫 번째 직업은 홍수를 담아내는 홍수터이며, 공원은 그 뒤에 따라오는 두 번째 직업입니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자리를 내주고 도시를 지켜내는 지혜, 서울의 한강공원은 이렇게 탄생했습니다.


FAQ

한강공원이 물에 잠기면 시설물 피해나 위험은 없나요?

한강공원 내부에는 주거 시설이나 학교, 병원 같은 영구 건축물을 두지 않으며, 잔디밭, 주차장, 수영장 등 물이 빠진 뒤 씻어낼 수 있는 시설만 배치되어 있습니다. 수위가 올라가면 잠수교 수위 통제를 시작으로 인원을 사전 통제하고 공간을 비웁니다.

강둑이나 제방을 무한정 높여서 홍수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나요?

제방을 높일수록 좁아진 물길 때문에 수위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만약 제방이 무너질 경우 훨씬 파괴적인 대형 수해가 발생합니다. 도시와 강의 경관을 차단하는 문제도 있어 제방을 무한정 높이는 데는 명확한 한계가 있습니다.

한강공원은 여름철 장마나 상류의 폭우 때만 수위 영향을 받나요?

상류 댐 방류뿐만 아니라 인천 앞바다의 해수면이 높아지는 밀물(조수) 때에도 한강 수위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강공원은 위에서 내려오는 물과 아래에서 밀려오는 물을 동시에 받아내는 공간으로 관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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