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0년대 서울시는 재정 부족으로 한강 제방 및 매립 공사를 감당하기 어려워, 민간 건설사에 매립지 소유권을 부여하는 공유수면 매립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 현대건설, 삼부토건, 대림산업 등은 반포와 압구정 일대 강바닥을 메운 뒤, 메운 땅의 대부분을 자사 부지로 확보하여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조성했습니다.
- 오늘날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당시 홍수를 막기 위해 쌓은 제방이며, 현재의 한강변 부촌 단지들은 그 제방 안쪽 매립지 위에서 탄생했습니다.

서울을 대표하는 초고가 주거지인 동부이촌동과 반포, 압구정은 불과 60년 전만 해도 사람이 살 수 없는 강바닥이나 백사장에 불과했습니다. 오늘날 거대한 아파트 단지가 빽빽하게 들어선 이 땅은 자연 지형이 아니라,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인공적으로 강을 메워 만든 땅입니다.
오늘날 초고가 주거지로 탈바꿈한 반포의 60년 전 풍경입니다.
당시 동부이촌동은 여름철 시민들이 물놀이를 즐기던 백사장이었고, 반포는 버드나무와 채소밭이 얽혀 있던 상습 침수 구역이었으며, 압구정 강변은 배가 떠다니던 모래밭이었습니다. 한강변 아파트 단지의 입지적 근원을 이해하려면 자연 지형을 인공 대지로 탈바꿈시킨 도시공학적 역사와 공유수면 매립이라는 정책 메커니즘을 먼저 짚어봐야 합니다.
공유수면 매립이란 무엇인가?
공유수면 매립은 바다나 강, 호수 등 국가가 소유한 물길을 흙과 모래로 메워 육지로 만드는 토지 조성 공법을 뜻합니다. 대한민국에서는 1962년 공유수면 매립법이 제정되면서 본격적인 한강 변형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초기 매립은 공공 주도로 진행되었습니다. 1965년 서부이촌동 28만 평에 이어 1969년 6월 한국수자원공사가 동부이촌동 일대를 메웠고, 그 매립지 위에 공무원 아파트와 한강맨션이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한강 양안 74km 전체를 국가 예산으로 매립하는 일은 재정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둑을 쌓고 강바닥의 모래를 퍼 올려 대지를 조성하는 작업에는 막대한 공사비가 들어갔기 때문입니다.
흔히 오해하는 지점: 왜 국가가 아닌 민간 건설사가 땅을 소유했을까?
일반적으로 강남 개발은 국가가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부지를 조성한 뒤 민간에 분양한 것으로 오해하곤 합니다. 그렇다면 급한 구역만 나랏돈으로 메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둑을 쌓고 강을 메우는 대규모 토목 공사에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었기에 국가 주도의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강 치수 공사는 일부 구간만 골라서 진행할 수 없습니다. 제방이 끊긴 구간이 하나라도 남으면 홍수 발생 시 물이 뚫린 곳으로 들이닥쳐 인근 동네까지 함께 침수되는 연쇄 피해가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강 전체에 연속적인 제방을 쌓아야만 매립지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서울시 예산이 바닥난 상황에서 나온 역발상이 바로 민간 공유수면 매립 면허였습니다. 공사비를 국가 재정으로 지급하는 대신, 강을 메운 건설사에 매립된 강바닥 토지의 소유권을 현물 대가로 넘겨주는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반포와 압구정에서 펼쳐진 민간 매립의 실제 사례
이러한 현물 대가 방식은 1970년대 한강변 대규모 민간 아파트 단지 건설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1970년 2월, 현대건설과 삼부토건, 대림산업이 합작하여 반포 일대 강변에 둑을 쌓고 매립할 허가를 얻었습니다.
민간 기업이 매립을 통해 얻은 강변 토지는 이후 대규모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택지로 탈바꿈하며 도시의 지형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1970년 7월 착공해 1972년 7월 준공된 반포 매립 사업에서는 전체 매립지 18만 9천 평 중 16만 평이 민간 건설사의 몫으로 넘어갔습니다. 이 땅 위에 1973년 3,700가구 규모의 반포주공 아파트가 들어서게 됩니다.
압구정은 현대건설이 단독으로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1969년 2월 매립 면허를 취득해 1972년 12월까지 4만 8천 평을 매립하고 그중 4만 평의 소유권을 확보했습니다. 사업 초기 제출된 매립 신청서에는 강변도로용 콘크리트 공장을 짓겠다고 명시되어 있었으나, 이후 대지 용도가 주거용 택지로 변경되면서 1975년 4월부터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가 조성되었습니다.
도로가 된 제방과 한강변 주거지의 현대적 의미
현재 우리가 이용하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단순한 자동차 전용도로가 아니라, 1970년대 강물을 막기 위해 쌓았던 치수 제방 그 자체입니다. 제방을 견고하게 쌓아 올린 뒤 상부 공간을 도로로 활용하고, 제방 안쪽의 안전해진 매립지 위에 아파트를 세운 것입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비롯한 한강변 단지들은 약 50년 동안 과거 한강 강바닥이었던 인공 매립지 위에 들어서 있습니다. 오늘날 한강변의 도시 지형은 국가의 재정 한계를 극복하고자 민간 자본과 공유수면 매립권을 교환했던 역사적 역발상의 결과물이며, 한강변 아파트는 바로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했습니다.
FAQ
압구정과 반포 아파트 단지가 강바닥 위에 지어졌다는 것이 무슨 뜻인가요?
1960년대 이전의 압구정과 반포는 한강의 백사장과 갈대밭, 모래밭으로 이루어진 수변 및 강바닥 영역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제방을 쌓고 강바닥을 흙과 모래로 메워 육지로 만든 뒤 그 위에 아파트를 올렸기 때문에 '강바닥 위에 지어진 아파트'라고 부릅니다.
서울시는 왜 민간 건설사에 매립지 땅을 그냥 주었나요?
서울시 예산만으로는 한강 전체에 제방을 쌓고 매립 공사를 진행할 재정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국가 예산 대신 공사비를 부담한 민간 건설사에 매립지의 소유권을 대가로 지급하는 공유수면 매립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한강 매립과 어떤 관계가 있나요?
한강을 메우고 홍수를 막기 위해 강변을 따라 쌓은 거대한 제방의 상단부를 도로로 활용한 것이 바로 현재의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