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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릉도는 가파른 화산섬 지형과 거친 동해 수심 때문에 전통적인 흙·돌 매립 방식으로는 공항을 지을 수 없었습니다.
  • 육지(포항)에서 제작한 1만 6천 톤급 속 빈 콘크리트 상자(케이슨) 30개를 바다로 끌고 와 외벽을 먼저 세우는 역발상 공법이 적용되었습니다.
  • 바다에 거대한 벽을 정립한 뒤 안쪽을 채우는 케이슨 공법을 통해 2028년 개항 시 뱃길 7시간을 1시간 하늘길로 단축하게 됩니다.

울릉도에 비행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다들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산을 깎아 평지를 만들거나 바닷가에 흙과 돌을 부어 바다를 메우면 되지 않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울릉도는 비행기가 내릴 평지가 단 한 뼘도 없는 가파른 화산섬인데다, 조금만 바다로 나가도 수심이 기하급수적으로 깊어지는 험난한 지형입니다.

산의 돌을 깎아 바다를 메우려던 당초 계획은 돌의 암질이 물러서 매립용으로 쓸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수차례 유찰과 공사비 증액이라는 벽에 부딪혔습니다. 여기에 동해의 거친 너울성 파도까지 더해져 일반적인 흙 메우기 방식은 시도조차 불가능한 상황이었죠. 이 딜레마를 해결한 열쇠가 바로 토목공학의 역발상 기술인 케이슨 공법입니다.

왜 해상 공사에서 케이슨 공법이 핵심이 되는가

바다나 강과 같이 물이 깊고 흐름이 강한 곳에 구조물을 세울 때, 토목공학은 두 가지 선택지 앞에 섭니다. 바닥부터 흙이나 자갈을 계속 쌓아 올려 제방을 만드는 방식과, 강도가 보장된 구조물을 미리 만들어 바다 바닥에 안착시키는 방식입니다.


두 손으로 부스러지기 쉬운 돌 조각들을 받치고 있는 모습과 그 위에 Too Soft라는 영문 텍스트가 표시된 화면

기반암의 강도가 약해 매립용으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은 공사가 난관에 봉착하게 된 핵심 이유였습니다.


동해처럼 수심이 깊고 파도가 거센 해역에서는 흙과 자갈을 아무리 부어도 파도가 통째로 쓸어가 버립니다. 자연의 수압과 파도를 억누르는 대신 강한 외벽으로 바다를 먼저 차단하는 기술이 필요해지는데, 바로 이 지점에서 케이슨(Caisson) 공법이 치명적인 유용성을 갖게 됩니다.

케이슨 공법의 명확한 정의와 원리

케이슨은 쉽게 말해 속이 빈 대형 콘크리트 상자 구조물을 의미합니다. 아파트 수 층 높이에 달하는 거대한 콘크리트 박스를 육지나 도크에서 미리 제작한 뒤, 이를 물에 띄워 공사 현장까지 끌고 와 정확한 위치에 가라앉히는 방식입니다.


콘크리트 구조물인 거대한 케이슨과 그 옆에 배치된 군함 모형이 함께 나타난 3D 그래픽 이미지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케이슨은 동해의 거친 파도를 견뎌낼 수 있는 핵심 시설입니다.


이 상자가 바다 바닥에 안착하면 그 자체로 강력한 해상 방파벽 역할을 합니다. 즉, 바다 한가운데에 단단한 '콘크리트 거대 장벽'을 먼저 형성하여 외부의 거센 파도를 완벽하게 막아내는 원리입니다. 벽을 세운 뒤 상자 내부와 벽 안쪽 바다 공간에 흙이나 돌을 채워 넣기 때문에, 흙이 파도에 쓸려 내려갈 위험을 근본적으로 차단합니다.

일반 매립 공법과 케이슨 공법의 차이점

사람들이 흔히 오해하는 지점은 케이슨 공법을 단순히 '바다에 흙을 붓는 전통 매립'의 연장선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방식은 순서와 공학적 접근법에서 완전히 반대입니다.

  • 전통적인 해상 매립: 바다 바닥부터 흙과 돌을 차곡차곡 채워 쌓아 올린 후 마지막에 외곽 방파제를 쌓습니다.
  • 케이슨 매립 공법: 속이 빈 거대한 콘크리트 장벽(케이슨)을 바다에 먼저 튼튼하게 내려앉혀 외벽을 완공한 후, 그 안쪽 안전지대에 돌과 흙을 채워 넣습니다.

즉, 바다를 메우고 벽을 치는 것이 아니라, 벽을 먼저 치고 바다 안쪽을 메우는 역발상이 핵심 차이입니다.

울릉공항 현장에 적용된 공학적 극복 과정

울릉공항 현장에서는 이 케이슨 공법이 극적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울릉도 현지에는 거대한 케이슨을 제작할 만한 평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공학진은 육지인 포항에서 한 개에 1만 6천 톤에 달하는 속 빈 콘크리트 상자를 제작했습니다. 웬만한 군함보다 무거운 이 거대 구조물을 바다에 띄워 이틀 넘게 끌고 울릉도 앞바다까지 이동시켰죠.

이렇게 바다를 건너온 케이슨 30개가 바닷속 정위치에 가라앉아 강철 같은 해상 외벽을 완성했습니다. 정합을 마친 서른 개의 케이슨 장벽 안쪽에 가두봉을 헐어낸 돌을 채워 넣음으로써 비로소 1,200m 길이의 안정적인 활주로 터가 조성될 수 있었습니다.


울릉도의 해안 지형과 건설 중인 공항 활주로 부지를 위에서 내려다본 조감도 그래픽. 두 지점 사이를 붉은 선으로 연결하고 그 위에 '한 시간'이라는 자막이 적혀 있음.

험난한 지형을 극복하고 바다를 메워 완성될 공항 활주로는 울릉도의 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입니다.


자연의 한계를 역이용하는 토목공학의 시사점

울릉공항 건설 사례는 물리적 한계와 자연 악조건을 무모하게 힘으로 눌러 덮으려 하지 않고, 공학적 역발상을 통해 통제 가능한 구조로 전환했음을 보여줍니다.

2020년 첫 삽을 뜬 울릉공항은 2028년 개항을 목표로 공정이 진행 중입니다.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7시간에 걸쳤던 고된 뱃길이 1시간의 편안한 하늘길로 단축되는 변화의 밑바탕에는, 1만 6천 톤짜리 콘크리트 상자로 바다를 막아선 케이슨 공법이라는 명쾌한 토목공학의 원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FAQ

케이슨(Caisson)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케이슨은 토목 공사에서 수중 구조물이나 기초를 만들기 위해 제작하는 속이 빈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상자)을 뜻합니다.

울릉도 현장에서 케이슨을 직접 만들지 않고 포항에서 끌고 온 이유는 무엇인가요?

울릉도 전체가 가파른 화산섬이라 1만 6천 톤급 대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제작할 만한 평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육지인 포항에서 제작하여 바다로 견인해 왔습니다.

왜 흙이나 돌을 그냥 부어서 바다를 메우지 못했나요?

울릉도 앞바다는 수심이 급격히 깊어지고 너울성 파도가 매우 거칠어, 흙이나 돌을 그냥 부으면 파도에 전부 쓸려 내려가 매립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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