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젠다도 없이 찾아온 서울시의 미팅 요청을 받고 무작정 달려가는 대신 사전 채널 분석과 질문을 먼저 준비했어.
- 상대의 강점과 목표를 분석하는 '무빙워터 기획 3단계'를 통해 서울시만의 독보적인 팟캐스트 프로그램 '잡담의 미학'을 제안했지.
- 철저한 사전 준비와 명확한 자기 아젠다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성공적인 협업을 만드는 진짜 기본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어.

어느 날 갑자기 서울시 유튜브 채널 담당자에게 메일 한 통이 날아왔어. 내용인즉슨 서울시 홍보를 총괄하는 상사분께서 나와 미팅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지.
너라면 이 메일을 받고 어떻게 회신할 것 같아? 아마 덜컥 "감사합니다, 찾아뵙겠습니다" 하고 날짜부터 잡는 경우가 많을 거야. 하지만 나는 곧바로 회신을 보내지 않았어. 메일 어디에도 미팅에 대한 명확한 아젠다가 없었거든.
수원에 살고 있는 내 입장에서 아젠다도 없는 미팅을 위해 서울까지 왕복하는 건 하루를 통째로 날릴 수 있는 일이었어. 얼마 뒤 담당자분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해보니, 담당자 역시 구체적인 안건은 모르고 상사분이 날 콕 찍어 만나보고 싶어 한다는 사실만 알게 됐지. 다행히 다음 날 서울에서 강연 일정이 있었고, 그 장소가 서울시청과 도보 5분 거리라 강연 직후로 미팅을 조율했어.
업무 메일을 받았을 때 무조건 수락하기보다 상대방의 의도와 미팅의 목적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나는 준비 안 된 미팅을 가장 싫어해. 상대의 의도나 온도를 모른다고 해서 빈손으로 가서 쭈뼛거리고 싶지 않았거든. 그래서 미팅 자리에 가기 전 서울시 유튜브 채널을 철저히 훑어보기 시작했어.
채널을 분석해 보니 몇 가지 명확한 특징이 눈에 띄더라. 구독자가 30만 명으로 규모가 컸고, 슈카님이나 셜록 현주님처럼 거물급 게스트를 모셔 오는 섭외력과 예산 규모가 뛰어났어. 하루에 1~2개씩 영상이 올라올 정도로 물량도 엄청났지. 반면에 구독자 수에 비해 충성도 높은 킬러 콘텐츠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아쉬움이 보였어. 분석을 마치자 내가 그 미팅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릿속에 아젠다가 명확해졌어.
상대방이 나를 부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미팅 전 미리 해당 채널을 꼼꼼히 살펴보기로 했어.
미팅 장소에 도착하니 담당자 세 분이 기다리고 계셨어. 예상대로 그분들의 질문은 "서울시 유튜브에서 어떤 영상을 만들면 좋을까요?"였지. 미리 준비해 간 덕분에 나는 곧바로 '무빙워터 기획의 3단계'를 적용해서 내 제안을 풀어나갔어.
기획의 1단계는 '무엇이 하고 싶은가'야. 서울시는 훌륭한 시민 정책이 많지만 정작 시민들이 몰라서 못 쓰는 상황을 해결하고 싶어 했어. 2단계는 '나의 무기는 무엇인가'였지. 서울시의 무기는 930만 명이라는 인구,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문화, 그리고 지자체 최고 수준의 섭외력과 브랜드 무게감이었어.
3단계는 '그 무기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야. 나는 충주시 유튜브를 무작정 따라 할 필요가 없다고 말씀드렸어. 충주시는 톡톡 튀는 재미로 눈길을 끌어야 하지만, 서울시는 이미 거대한 헤리티지를 가지고 있거든. 서울시의 섭외력을 활용해 각 분야의 거물이나 예술가, 대가들을 모셔 깊이 있는 대담을 나누고, 그 팟캐스트 언저리에 정책 홍보를 한 방울 톡 떨어뜨리는 전략을 제안했지.
미팅을 앞두고 상대방이 가진 자산과 협업 현황을 철저히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해
서울시라는 타이틀이 주는 명분이 있다면 거물급 게스트 섭외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거든. 다른 어떤 지자체도 따라 할 수 없는 서울시만의 독보적인 팟캐스트 채널, 그것이 내가 던진 아젠다였어. 프로그램 이름으로는 '잡담의 미학'을 제안했지.
사실 미팅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아이디어가 검토 단계에서 드롭되듯 이번에도 일회성 미팅으로 끝날 줄 알았어. 그런데 일주일 만에 실제로 진행하자는 연락이 왔어. 파일럿 테스트를 거쳐 내가 직접 MC를 맡아 김경일 교수님, 장동선 박사님, 권일용 교수님, 최재봉 교수님 등 수많은 게스트들과 함께 시즌 1의 20편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지.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를 바탕으로 제안한 콘텐츠 아이디어가 실제 프로그램 기획으로 이어졌어
이 경험을 통해 내가 진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서울시와의 작업 비하인드가 아니야. 바로 '비즈니스 미팅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이야기지.
반대로 준비가 전혀 안 된 미팅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경험도 있었어. 작년에 디자인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월 300만 원짜리 계약을 검토하던 중 첫 화상 킥오프 미팅을 가진 적이 있어. 나는 사전 자료를 미리 다 전달해 둔 상태였는데, 막상 미팅에 들어온 담당자는 내가 공유한 자료를 처음 보는 표정이었고 참석하기로 했던 매니저는 나타나지도 않았어.
나는 그 자리에서 미팅을 즉시 중단했어. "서로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다음에 다시 잡읍시다" 하고 정리한 뒤 한 달 만에 그 서비스를 해지했지. 사전 준비 없이 일단 만나서 얼굴 보고 이야기하자는 식의 미팅은 서로의 자원을 갉아먹는 가짜 일일 뿐이야.
지자체의 정책 홍보나 기획 방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려면, 무작정 유행을 따르기보다 각 조직이 가진 고유한 강점과 정체성을 깊이 있게 활용해야해
누군가와 협업을 성사시키고 싶다면 최소한 상대방에 대한 기본 정보를 파악하고, 그 미팅에서 내가 던질 아젠다를 명확히 세운 뒤 참석해야 해. 미팅 장소는 내 아이디어와 상대의 아이디어를 부딪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곳이어야 하지, 만나서 뭘 할지 고민하는 장소가 아니거든.
철저한 사전 준비로 상대에게 깊은 신뢰를 안겨주는 것, 그게 바로 사회초년생이든 연차 쌓인 기획자든 반드시 지켜야 할 협업의 진짜 기본이야.
FAQ
아젠다 없는 미팅 요청이 오면 어떻게 거절하거나 조율하는 게 좋을까?
무조건 수락하기보다는 미팅의 목적이나 구체적인 의제를 먼저 물어보는 편이 좋아. 만약 사전 정보가 부족하다면 내가 미팅에서 어떤 제안이나 분석을 준비해 갈 수 있는지 스스로 아젠다를 정리해 보는 것도 방법이야.
'무빙워터 기획 3단계'를 실무에 적용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뭐야?
상대방이 진짜 원하는 목적(하고 싶은 것)과 상대가 이미 가진 강점(무기)을 냉정하게 구분하는 거야. 이 두 가지가 명확해져야 가지고 있는 무기를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 현실적이고 차별화된 전략이 나오거든.
사전에 준비가 안 된 상대를 만났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해?
준비 없는 미팅에 비효율적으로 시간을 쏟기보다는, 서로 자료를 제대로 검토한 뒤 다시 이야기하자고 정중하고 명확하게 미팅을 중단하는 배짱도 필요해. 그게 결국 서로의 시간을 아끼는 길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