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다니다 보면 저크 치킨집, 비프 패티 가게를 어렵지 않게 마주치게 됩니다. 이제는 런던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메뉴가 됐지만, 이 음식들이 오늘날 이 자리에 오기까지는 결코 가볍지 않은 역사가 있습니다.
노예제 시대의 생존 음식에서, 자메이카 마룬족의 저항 문화에서, 콘월 광부와 카리브해 이주민이 만나며 탄생한 퓨전 요리까지. 지금부터 소개할 네 가지는 단순한 맛집 리스트가 아니라, 흑인 디아스포라의 역사가 그대로 녹아있는 음식들입니다.
저크
저크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흑인 공동체가 있는 곳이라면 세계 어디를 가도 옥스테일 요리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 음식의 시작은 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노예들의 식탁이었습니다. 소꼬리는 원래 노예 소유주들이 버리던 부위였고, 이걸 어떻게든 먹을 만하게 만들어야 했던 이들의 손에서 지금의 요리법이 탄생했습니다. 완두콩, 당근, 플랜테인을 넣고 오랜 시간 뭉근하게 끓여 진하고 깊은 국물을 만들어내는 것, 그것이 그들이 찾아낸 답이었습니다.
옥스테일
옥스테일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저크 치킨은 많은 분들이 이름 정도는 들어보셨을 텐데, 사실 저크는 특정 메뉴가 아니라 하나의 조리법입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바비큐에 가깝습니다. 유래는 자메이카 언덕으로 숨어든 마룬족(탈출한 노예들의 공동체)에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들이 야외에서 불을 피워 고기를 구우면 피어오르는 연기가 위치를 노출시켜 현상금 사냥꾼들에게 발각되곤 했습니다. 그래서 피망 잎과 나무로 불을 덮어 지하에서 조리하는 방식을 고안했고, 그 과정에서 피망 향이 밴 연기가 고기에 스며들면서 다른 방식으로는 낼 수 없는 독특한 풍미가 만들어졌습니다.
비프 패티
비프 패티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자메이카 비프 패티의 뿌리가 영국 콘월 지방에 있다는 사실은, 런던 음식 투어에 참여하는 분들이 가장 놀라워하는 대목입니다. 1500년대 보크사이트 채굴을 위해 카리브해로 건너간 콘월 광부들이 즐겨 먹던 양념 없는 페이스트리(코니시 패스티)를, 자메이카 사람들은 밋밋하다고 느껴 자기만의 방식으로 바꿔나갔습니다. 반죽에 강황과 카레가루를 넣어 특유의 주황빛을 내고, 속은 매콤하게 양념한 고기로 채웠습니다. 좀 더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코코넛이 들어간 부드러운 브리오슈 빵인 코코 브레드 사이에 비프 패티를 끼워 먹는 방법도 있습니다.
럼
럼 /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 |
흑인 음식의 마무리는 음료로 마무리해도 될까요? 자메이카 럼 펀치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도수가 126프루프에 달할 만큼 독하다 보니, 한 럼 바에서는 이 펀치에 좀비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다른 일정이 있으시다면 한 잔 정도로 즐기시는 걸 권해드리지만, 선택은 여러분의 몫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