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공원의 상탈 러닝 금지 안내판을 계기로 공공장소 내 복장과 민폐 논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 소음이나 악취와 달리 시각적 불편함은 시선을 회피할 수 있으며, 주관적 불쾌감만으로 타인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위험합니다.
- 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규제가 아니라 타인의 영역을 존중하며 시선을 거두는 법을 배우는 일입니다.

며칠 전부터 상탈 러닝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뜨겁게 떠올랐어요. 여의도 공원에 무리지어 달리거나 구호를 외치는 행위와 함께 상의 탈의를 자제해 달라는 안내판이 걸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부터죠. 올여름 유난히 무더운 날씨 속에 옷을 벗고 뛰는 러너들을 두고 온라인상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여론의 분위기예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공공장소에서 왜 옷을 벗고 다니냐는 비판 댓글이 지배적이었는데, 최근 뉴스의 댓글 창을 보면 타인의 행동에 너무 참견하지 말라는 반응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이 왜 이렇게 바뀌기 시작했을까요?
상탈 러닝을 바라보는 온라인의 시선이 타인의 자유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점차 달라지고 있어요.
우선 여의도 공원에 설치된 안내판을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이 안내판은 법적 강제력이 전혀 없습니다. 처벌할 수 있는 법령도, 지자체 조례도 없죠. 공공기관 입장에서 상의 탈의나 러닝크루가 불편하다는 민원이 반복되니까, 강제할 순 없고 자율적인 자제를 요청하는 안내판이라도 세워둔 겁니다. 결국 이건 법의 영역이 아니라 대중적 합의와 문화의 영역이라는 뜻입니다.
우리 사회는 최근 몇 년간 민폐에 지극히 예민해졌습니다. 스스로 진상이 되지 않으려 노심초사하죠. 하지만 한편으로 한국 사회는 오랫동안 타인에게 지나치게 관심이 많은 사회였습니다. 좁은 마을 공동체에서 옆집 사정을 아는 것이 생존 조건이었던 시대를 거쳤기 때문입니다. 문제의 원인은 우리가 수세기에 걸쳐 개인주의로 이행한 서구와 달리, 단 한 세대 만에 공동체 사회에서 개인주의 사회로 급격히 넘어왔다는 데 있습니다.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 법은 알지만, 그 관심의 경계를 어디까지 설정해야 하는지 프라이버시 감각을 훈련할 시간이 부족했던 거죠. 그러다 보니 나이나 결혼 여부를 서슴없이 묻는 것처럼,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조금이라도 내 눈에 불편하면 교정하려 드는 태도가 남게 되었습니다.
시각적 불쾌함을 이유로 타인의 행동을 규제하려는 논리가 과연 어디까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지만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 곧 상대방의 행동을 금지할 근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불편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고, 가장 예민한 사람의 기준에 사회적 규범을 맞추기 시작하면 사회 전체가 경직되기 때문이죠.
여기서 우리는 실질적인 피해와 시각적 불쾌감을 구분해야 합니다. 층간 소음이나 심야 소음, 흡연 같은 문제는 당사자가 귀를 막거나 코를 막을 수 없어 사적 영역을 직접 침해합니다. 회피가 불가능한 물리적 피해이기에 당연히 규제 대상이 됩니다. 반면 시각적 불편함은 다릅니다. 누군가 공원에서 옷을 벗고 뛰거나 특이한 옷을 입었을 때, 그것이 불쾌하다면 단순히 시선을 돌리면 됩니다. 보지 않을 권리가 이미 우리에게 주어져 있는 셈입니다.
공공장소에서의 자유와 타인의 불편함에 대한 기준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계속해서 재정립되고 있습니다.
해외 주요 도시들의 사례를 봐도 이 맥락은 명확합니다. 파리나 바르셀로나 같은 곳은 도심 한복판의 일반 도로에서 상의를 벗고 다니면 벌금을 물립니다. 하지만 공원이나 해변처럼 운동과 휴식이 이루어지는 공간은 예외로 둡니다. 즉 장소의 맥락과 행위의 목적이 정당하다면, 단순히 누군가의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자유를 규제하지 않는다는 합의가 존재하는 겁니다.
내가 낯설게 느낀다고 해서 타인의 자유를 교정할 권리가 생기는 나라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더 위험하고 무서운 사회일지도 모릅니다. 연간 6천만 명이 이용하는 한강공원에서 모두가 내 눈에 편안한 풍경만을 제공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차별적인 통제와 민원이 아니라, 타인의 영역을 인정하고 조용히 시선을 거둘 줄 아는 성숙한 감각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적절한 간격과 존중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시간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까지 사유하는 사람들을 위한 고요한 식당이었고요. 여러분의 생각도 댓글로 많이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바이.
FAQ
여의도 공원에 붙은 상탈 러닝 금지 안내판은 법적 강제력이 있나요?
전혀 없습니다. 관련 법령이나 지자체 조례가 없기 때문에 강제 처벌 근거는 없어요. 공공기관에 들어온 민원을 달래기 위해 자율적인 자제를 당부하는 수준의 안내판에 불과합니다.
시각적 불쾌감과 층간 소음 같은 실질적 피해는 어떻게 다른가요?
소음이나 악취는 개인이 피할 수 없이 사적 영역을 침범하지만, 시각적인 장면은 고개를 돌리거나 시선을 거두면 쉽게 피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상의 탈의를 어떻게 규제하나요?
파리나 바르셀로나 같은 도시도 도심 일상 도로에서의 상의 탈의는 벌금을 물리지만, 공원이나 해변처럼 운동과 휴식이 이뤄지는 맥락의 공간은 예외로 인정합니다.
낯선 복장이나 행동을 접했을 때 사회가 취해야 할 올바른 태도는 무엇인가요?
개인의 주관적인 불쾌함을 이유로 남의 자유를 모두 통제하려 하기보다는, 타인의 영역을 인정하고 시선을 거두는 연습을 하는 것이 성숙한 시민의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