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5일 가동되는 새울 1호기가 1년 6개월 만에 65일간의 '계획예방정비'에 돌입하며 발전소 내부의 치열한 정비 현장이 공개되었습니다.
- 67톤의 거대한 터빈 로터를 1mm 오차 없이 조립하고, 방사선 관리구역에서는 삼중 안전화와 비닐 래핑 등 극한의 안전 수칙을 준수합니다.
-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땀 흘리는 작업자들의 정밀한 수고가 향후 18개월간의 무사고와 국민의 안전한 일상을 담보합니다.

탁 트인 바다에서 보는 일출. 365일 단 1초도 멈추지 않고 돌아가는 원자력 발전소의 하루가 밝았습니다. 그런데, 쉼 없이 전기를 뿜어내던 새울 제1발전소 1호기가 긴 숨을 고르며 운행을 멈췄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요? 바로 1년 6개월 만에 찾아온 '계획예방정비'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이 기간 동안 작업자들은 원전 연료를 교체하고 발전소의 심장과도 같은 주요 설비들을 샅샅이 점검합니다.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 만큼, 결코 실수나 타협이 허락되지 않는 65일간의 치열한 현장. 그 숨 가쁜 구슬땀의 기록을 따라가 봅니다.
18개월의 질주를 멈추고 시작된 65일간의 진풍경
원자력 발전소는 크게 세 개의 건물로 나뉩니다. 우라늄 연료로 고온 고압의 증기를 만드는 돔 형태의 원자로 건물, 이를 둘러싼 보조 건물, 그리고 증기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터빈 건물이죠. 지금 작업자들의 온 신경이 집중된 곳은 바로 고압 터빈입니다.
무려 67톤에 달하는 거대한 핵심 부품, '로터'를 안착시키는 작업이 한창인데요. 분해해서 세척하고 점검하는 데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답니다. 이제 기중기로 들어 올려 제자리에 맞춰야 하는데, 수십 명의 작업자가 숨소리조차 크게 내지 못합니다. 1mm의 오차도 없이 과거 분해할 때의 간격과 모양에 딱 들어맞아야 하는, 그야말로 정밀함과의 사투가 벌어지는 것이죠.
원전의 핵심 설비인 고압 터빈을 정밀하게 조립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오차 없는 수평 맞추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티끌 하나가 대형 사고로? 안전을 향한 집념
무게가 수십 톤에 달하는 쇳덩이를 다루면서도 왜 이토록 세밀하게 작업해야 할까요? 정비를 마친 터빈은 앞으로 18개월 동안 1800RPM이라는 무서운 속도로 한순간도 쉬지 않고 회전해야 합니다.
이 엄청난 속도 속에서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작은 티끌 하나, 미세한 이물질 하나가 베어링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고 결국 걷잡을 수 없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업자들은 연결기에 묻은 먼지를 사포로 닦고 또 닦아냅니다. 쉽고 빠르게 끝내려는 조급함 대신, 까다롭고 느리더라도 완벽을 기하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하는 여유. 그것이 바로 무사고를 담보하는 가장 든든한 비결이랍니다.
삼중 안전화와 비닐 래핑, 철통 보안의 원자로 내부
그렇다면 발전소의 심장부, 원자로 건물의 내부는 어떤 모습일까요? 이곳은 방사선 관리구역인 만큼 들어가는 과정부터가 험난합니다. 실시간 피폭량을 알려주는 ADR과 한 달간의 누적량을 축적하는 TLD 선량계 착용은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원자로 건물 내부로 들어가기 전, 작업자의 방사선 피폭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관리하는 절차를 거칩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장비 반입 절차입니다. 외부 공기에 노출되어 오염 물질이 묻는 것을 막기 위해, 카메라나 가방 같은 모든 물건을 비닐로 꽁꽁 싸매야 합니다. 만약 분진이 묻어 제염이 불가능해지면 그대로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죠. 사람 역시 넉넉한 방호복으로 온몸을 감싸고, 구역이 바뀔 때마다 신발 색깔을 구분해 무려 세 번이나 안전화를 갈아 신어야 비로소 원자로 가까이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고방사선 구역에서는 납 조끼까지 덧입고 작업 시간을 철저히 통제받으며 점검을 이어갑니다.
77톤 모터부터 심해 준설까지, 보이지 않는 곳의 수고
원자로 내부에서는 10년에 한 번 볼 수 있다는 진풍경이 펼쳐집니다. 올림픽 수영장 물을 1분 만에 채울 만큼 강력한 '원자로 냉각재 펌프(RCP)'의 모터를 분리하는 작업인데요. 77톤에 달하는 거대한 모터를 협소한 공간에서 주변 설비와 부딪히지 않게 인양하려면 20명이 넘는 작업자들의 완벽한 호흡이 필수입니다.
좁은 공간에서 거대한 모터를 인양하는 작업은 주변 설비와 충돌하지 않도록 작업자들의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한편, 발전소 끝자락 바다와 맞닿은 '취수구'에서도 고단한 작업이 한창입니다. 원자로의 열을 식힐 바닷물을 끌어오는 이곳은, 유입 과정에서 쌓인 1m가 넘는 펄을 빼내야만 정비가 가능합니다. 한겨울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잠수부가 투입되어 펌프로 침전물을 빼내고, 물이 빠진 뒤에는 사람들이 직접 삽으로 펄을 퍼내는 고된 노동이 이어집니다. 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원전이지만, 결국 그 안전을 지탱하는 것은 자연의 혹독함을 견디며 일하는 사람의 정성 어린 손길인 셈입니다.
멈추지 않는 발전소를 위한 가장 고단한 멈춤
수십 미터 상공에서 칼바람을 맞으며 외벽의 미세한 균열을 돋보기로 살피는 사람들. 방사선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29년째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온 숙련된 작업자들. 이들의 땀방울이 모여 새울 1호기의 65일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흘러갑니다.
당연하게 스위치를 켜고 불을 밝히는 우리의 평범한 일상 뒤에는, 이토록 철저하고 고단한 수고가 숨어 있었습니다. 18개월의 안전한 질주를 위해 기꺼이 불편함을 감내하는 원자력 발전소 사람들. 그들의 든든한 구슬땀 덕분에 대한민국의 오늘 방안도 따뜻하게 빛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FAQ
원자력 발전소는 왜 주기적으로 가동을 멈추나요?
원전 연료를 교체하고 주요 설비를 점검하는 '계획예방정비'를 위해서입니다. 보통 1년 6개월 주기로 약 2~3개월 동안 발전을 멈추고 정밀 점검을 진행하여 무사고 운행을 준비합니다.
방사선 관리구역에 들어갈 때 어떤 준비를 하나요?
실시간 피폭량을 보여주는 ADR과 누적량을 재는 TLD 등 선량계를 필수로 착용합니다. 또한 넉넉한 방호복과 전용 안전화를 구역별로 갈아 신으며, 반입하는 모든 장비는 오염을 막기 위해 비닐로 완벽히 밀봉해야 합니다.
터빈 정비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67톤에 달하는 로터의 수평을 1mm 오차 없이 맞추는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이물질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입니다. 작은 티끌 하나도 1800RPM으로 고속 회전할 때 대형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