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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요즘 영화, 예능, 음악은 예전만 못한 것처럼 느껴질까?

spark_icon7분 지식
  • 영화나 예능, 음악, 유튜브가 예전보다 덜 재미있게 느껴지는 현상은 단순한 개인의 노화나 도파민 중독 탓만은 아닙니다.
  • 창작자의 원천적 경험과 재능이 고갈될 때 이를 이성적 분업과 체계화로 메우려 하면서 콘텐츠가 점차 무색무취해지기 때문입니다.
  • 체계화는 단기적인 양과 수익을 보장할 뿐 개인 고유의 상상력을 대체할 수 없으므로, 익숙한 주류 밖의 새로운 영역으로 시선을 넓혀야 합니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나 주변 대화를 둘러보면 영화든 TV 예능이든, 심지어 음원 차트나 즐겨보던 유튜브 채널마저 “예전만큼 재미있거나 가슴을 울리는 콘텐츠가 없다”고 털어놓는 목소리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과거에는 신선한 충격을 주던 창작자가 어느 순간 진부해지고, 몇 년 전 즐겨 듣던 노래만 다시 찾아 듣게 되는 콘텐츠 피로감이 사회 전반에 번지고 있습니다.

이 현상을 두고 흔히 나오는 설명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변한 것이 콘텐츠가 아니라 나이를 먹으며 감각이 무뎌진 우리 자신이라는 가설이고, 다른 하나는 숏폼과 스마트폰으로 촉발된 도파민 과잉 탓에 웬만한 자극에는 뇌가 반응하지 않게 되었다는 진단입니다. 하지만 이런 심리적·생리적 요인만으로는 여러 장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는 질적 저하 체감을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단기적 성공 뒤에 숨은 위험: 왜 콘텐츠는 체계화될수록 무색무취해지는가

이 문제를 가장 생생하게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은 유튜브 생태계입니다. 초창기 유튜브 채널은 창작자 한두 명이 기획부터 촬영, 편집까지 전담하며 개인 고유의 날것 그대로의 매력과 세계관을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시청자들은 바로 그 독특한 개성에 매료되어 팬이 되곤 합니다.

흰 셔츠를 입은 남성이 야외 공원에서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하는 모습

콘텐츠 제작이 체계화될수록 초기 창작자가 가졌던 고유의 매력과 개성이 점차 옅어지는 것은 아닐까요.

그런데 채널 규모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분업과 체계화가 시작됩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는 수익의 안정화입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지속적으로 업로드해야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조회수와 광고 단가가 커질수록 전문가를 고용해 생산량을 늘리는 편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이 됩니다.

둘째는 한층 근본적인 문제인 인간의 영감과 원천 경험의 고갈입니다. 창작자가 10여 년간 쌓아온 삶의 궤적을 쏟아부어 콘텐츠를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밑천이 바닥나는 슬럼프를 맞이합니다. 이상적으로는 잠시 업로드를 쉬며 재충전해야 하지만, 직원 월급과 회사 운영비가 걸려 있는 시스템 안에서는 멈추기가 어렵습니다. 결국 창작자는 '자신의 재능을 직접 갈아 넣지 않아도 돌아가는 외주 기획과 편집 중심 공정'을 도입하게 됩니다. 당장은 시스템 덕분에 양적 팽창과 수익 증대가 따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창작자만의 날카로운 개성이 옅어지며 무색무취한 공산품처럼 변하고 맙니다.

셸리가 통찰한 상상력과 이성의 결정적 차이

이 현상은 유튜브를 넘어 K-POP 아이돌 기획사나 대형 영화 제작사 등 대중문화 산업 전반에서 반복됩니다. 한 아티스트의 고유한 역량에 기대던 기획사가 공정 시스템을 갖춰 그룹을 대량으로 제작해 내면 단기 매출은 급증하지만, 10년 뒤에도 기억될 만한 진정한 명작을 남기기는 점점 어려워집니다.

푸른 나무와 산책로가 보이는 양재천을 배경으로 흰 셔츠를 입은 남성이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

우리가 상상력으로 직접 느끼는 생생한 감각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이성의 설명만으로는 결코 완벽히 대체될 수 없습니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퍼시 비시 셸리(Percy Bysshe Shelley)는 인간의 정신 능력을 상상력과 이성으로 명확히 구분한 바 있습니다. 셸리에 분석에 덧붙이자면 상상력은 대상의 고유한 질(Quality)을 직접 감지하고 파악하는 능력이며, 이성은 그렇게 이미 발견된 질들 사이의 관계를 계산하고 규칙을 세워 체계화하는 능력입니다.

예컨대 산책로를 걸으며 느끼는 유년 시절의 향수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미적 감흥은 순전히 개인의 상상력이 포착해 낸 고유한 질입니다. 이성은 그 감흥을 언어로 분석하고 규칙으로 정리해 타인에게 전달할 수는 있지만, 이성적 설명이 상상력의 직접적인 체험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체계화와 분업은 이성의 영역을 극대화하는 작업입니다.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들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탁월하지만, 체계화 자체가 상상력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상상력의 빈곤을 이성적 체계화로 메우려 할 때, 콘텐츠는 껍데기만 남게 됩니다. 콘텐츠의 본질은 결국 '한 개인의 깊은 통찰'이 '다른 개인의 내면'에 닿아 울림을 주는 데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문화 생태계의 변화와 수용자가 취해야 할 태도

결국 주류 미디어와 거대 플랫폼에 포섭된 기성 콘텐츠가 점차 지루해지는 것은 필연적인 산업화의 대가일지도 모릅니다. 창작자 개인이 시스템의 부품이 되는 순간, 독창적인 예술적 질감보다는 안전하고 표준화된 공정 결과물이 양산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흰 셔츠를 입고 백팩을 멘 남성이 야외 산책로에서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하고 있으며, 화면 하단에는 자막이 떠 있습니다.

산업화된 콘텐츠 시스템 속에서도 여전히 새로운 도전과 시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에 재미있고 훌륭한 콘텐츠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머무는 거대 플랫폼의 중심부 곁, 아직 자본의 정교한 체계화가 침투하지 않은 비주류 영역과 새로운 장르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고유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창작자들이 숨 쉬고 있습니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무뎌진 콘텐츠 생태계에 갇혀 익숙한 피드만 무기력하게 새로고침하는 태도입니다. 이미 시스템화되어 질적 한계를 드러낸 주류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만의 색채를 지키며 분투하는 새로운 영역의 상상력으로 감상의 지평을 넓혀갈 때입니다.


FAQ

요즘 콘텐츠가 재미없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제 나이 탓이나 도파민 중독 때문인가요?

나이가 들면서 감각이 무뎌지거나 숏폼 등으로 도파민 역치가 높아진 영향도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콘텐츠 산업 현장에서 일어나는 과도한 분업화와 체계화로 인해, 작품 자체의 고유한 개성과 깊이가 옅어진 구조적 원인이 매우 큽니다.

콘텐츠 제작에서 체계화와 분업은 무조건 나쁜 것인가요?

체계화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창작자의 원천적인 경험과 상상력이 고갈되었을 때, 이를 성찰과 휴식으로 채우지 않고 이성적인 분업 시스템으로만 대체하려 하면 콘텐츠가 무색무취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시인 퍼시 비시 셸리가 말한 '상상력'과 '이성'은 콘텐츠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상상력은 개인이 세상의 고유한 질을 직접 느끼는 독창적인 능력이며, 이성은 이를 분석하고 규칙화하여 타인과 공유하는 능력입니다. 훌륭한 콘텐츠는 개인의 상상력에서 출발해 타인에게 가닿아야 하는데, 산업화된 시스템은 공유하기 쉬운 이성적 효율성만 극대화하기 때문에 본래의 감동을 잃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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