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은 엔비디아 GPU 수출 통제로 중국의 AI 발전을 봉쇄하려 했으나, 중국 기업들은 다양한 우회 경로를 통해 컴퓨팅 파워와 모델 기술을 지속해서 확보해 왔습니다.
- 제3국 위장회사를 활용한 GPU 밀반입, 해외 데이터센터 원격 접속, 미국 최첨단 AI 모델의 추론 방식을 복제하는 '증류' 기법이 중국 추격의 핵심 3대 우회로입니다.
- 막대한 투자를 집행해 온 미국 AI 기업들이 중국의 초저가·고성능 AI 모델 등장으로 수익성 악화 위기에 직면하면서 AI 패권 경쟁의 양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미국이 엔비디아의 최첨단 GPU와 반도체 장비의 대중국 수출을 강하게 통제해 왔음에도, 중국 AI 기업들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미국의 최신 AI 기술을 추격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반도체 칩 출하를 막는 봉쇄 정책만으로는 AI 소프트웨어 기술의 이전을 완벽히 차단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제3국 위장회사를 통한 GPU 밀반입, 해외 데이터센터 원격 접속, 그리고 미국의 최첨단 AI 모델에 대량 질의를 던져 추론 방식을 복제하는 ‘증류(Distillation)’ 기법이라는 3가지 핵심 우회로를 뚫어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비용으로 개발된 중국의 초저가 AI 모델들이 시장에 풀리면서, 막대한 자본을 투입해 온 미국 AI 기업들의 수익성 기반 자체가 흔들리는 새로운 양상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미국의 반도체 봉쇄에도 중국 AI가 무섭게 추격하는 이유
요즘 AI 산업을 보면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바뀌고 있죠. 미국이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새로운 거대언어모델(LLM)을 내놓으면, 한동안 조용한가 싶다가도 중국 기업들이 금방 비슷한 성능의 모델을 들고 따라옵니다. 그럴 때마다 글로벌 증시가 휘청이고 많은 분이 깜짝 놀라곤 하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중국이 첨단 AI 기술을 개발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반도체 봉쇄 정책을 펴왔거든요. AI 모델을 개발하려면 대규모 데이터센터에서 수만 개의 엔비디아 GPU를 돌려 학습을 시켜야 하는데, 미국은 최신 GPU는 물론이고 반도체를 직접 만들지 못하게 첨단 노광장비 수출까지 막았습니다. 하드웨어 공급망을 잘라버리면 중국이 감히 따라오지 못할 것이라고 본 거죠.
엔비디아의 GPU를 중심으로 구축된 미국 AI 생태계와, 이를 직간접적으로 활용하며 추격하는 중국 AI 산업의 구조적 차이입니다.
위 구조를 보면 엔비디아가 만든 GPU가 하이퍼스케일러의 데이터센터로 가고, 이를 임대해 오픈AI나 구글 같은 기업들이 AI 모델을 학습시킵니다. 미국 정책의 핵심은 바로 이 첫 단추인 GPU 공급 통제였습니다. 하지만 통념과 다르게 중국 AI는 무너지지 않았습니다. 화웨이가 자국산 AI 칩을 내놓는가 하면, 딥시크(DeepSeek)나 문샷 AI 같은 신생 기업들이 놀라운 성능의 모델을 연이어 발표했죠. 바이든 행정부부터 이어진 철통같은 수출 통제망에 거대한 구멍이 뚫려 있었던 겁니다.
첫 번째 우회로: 제3국 위장회사와 가짜 서버를 활용한 GPU 밀반입
중국이 통제망을 피한 첫 번째 방법은 고전적이면서도 치밀한 밀수 및 제3국 우회로입니다. 미 연방 검찰이 미국 AI 서버 및 데이터센터 장비 기업인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 관련자들을 기소한 사건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수법은 생각보다 대담했습니다. 동남아시아 거래처를 내세워 미국 본사에서 엔비디아 GPU가 탑재된 최신 서버를 정식으로 주문합니다. 그리고 이 물건을 대만에 있는 물류창고로 보낸 뒤, 서버에서 시리얼 번호가 적힌 라벨 스티커를 떼어냅니다. 이 진짜 라벨을 껍데기만 있는 ‘더미(Dummy) 가짜 서버’에 붙여 자신들의 데이터센터에 갖다 놓는 것이죠. 미국 산업안보국(BIS) 등 규제당국이 감사를 나오면 불이 들어오는 가짜 서버를 보여주며 "정상 작동 중"이라고 속이고, 떼어낸 진짜 서버는 중국 본토로 몰래 보내버렸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2년간 유출된 물량만 무려 25억 달러(약 3조 원 이상)에 달합니다.
미국 정부의 강력한 수출 통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어떻게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을 몰래 확보하는지 그 유통망 구조를 살펴봤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엔비디아의 동남아 최대 파트너사 메가스피드 인터내셔널 역시 밀반입 의혹으로 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회사가 보유한 엔비디아 칩의 실제 물량을 조사해 보니, 정식 구매한 수량보다 현장에 남아 있는 칩이 훨씬 적었던 겁니다. 사라진 물량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갔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미국 연구기관 에포크 AI(Epoch AI) 추정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중국이 합법적으로 확보한 컴퓨팅 파워가 H100 환산 기준 약 112만 개 수준인 데 반해, 밀반입을 통해 확보한 불법 컴퓨팅 파워가 최소 29만 개에서 최대 160만 개(중간값 약 66만 개)에 달한다고 합니다. 66만 개라는 수치는 일론 머스크의 xAI가 보유한 전체 컴퓨팅 파워와 맞먹는 규모입니다. 수출을 통제했음에도 거대한 AI 데이터센터 하나를 통째로 돌릴 분량이 이미 중국으로 흘러 들어간 셈입니다.
두 번째 우회로: 사지 않고 빌려 쓴다, 해외 데이터센터 원격 접속
하지만 밀수보다 미국 정부를 더 당혹스럽게 만든 핵심 구멍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해외 데이터센터 원격 접속(Remote Access)입니다.
엔비디아 칩을 중국 땅으로 직접 사 올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미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있는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파워를 돈 주고 원격으로 빌려 쓰면 됩니다. 중국 사무실에 앉아 인터넷 네트워크로 미국 내 데이터센터에 접속해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완성된 모델의 결과값만 중국으로 다운로드하는 방식입니다.
수출부터 재수출, 간주수출까지 촘촘한 규제망이 마련되어 있지만, 미국 내 GPU 연산 능력을 빌려 쓰는 원격 접속 방식은 여전히 통제 범위 밖의 빈틈으로 남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품 수출 통제는 물리적인 반도체 칩이나 소프트웨어가 국경을 넘어가는 것을 막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클라우드 파워를 빌려 쓰는 행위는 기존 수출 통제 법률의 범주에 넣기 대단히 애매합니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오랫동안 고민했음에도 클라우드 사용 자체를 물품 수출로 규정하진 못했습니다.
실제로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오라클의 미국 데이터센터에 탑재된 최첨단 H100 서버를 대량 임대해 자신들의 AI 모델을 학습시킨 뒤 유유히 철수해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이에 놀란 미국 의회가 원격 접속 보안법을 발의하려 했으나, "중국 손님까지 막으면 미국 데이터센터 사업자들의 수익이 꺾이고 AI 생태계 주도권을 잃는다"는 엔비디아 등 빅테크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연방 상원에 계류되는 등 제도적 표류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우회로: 수백만 번의 질문으로 기술을 복제하는 '증류(Distillation)'
물리적 칩 확보도 어렵고 원격 접속 규제까지 촘촘해진다면 중국 AI는 이대로 막히는 걸까요? 아닙니다. 중국 기업들은 컴퓨팅 파워가 거의 들지 않는 가장 강력한 세 번째 우회로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증류(Distillation)’ 기법입니다.
증류란 쉽게 말해 미국이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최첨단 프론티어 AI(오픈AI의 챗GPT, 앤트로픽의 클로드 등)에 수백만, 수천만 건의 질문을 연이어 던진 뒤, 그 답변 구조를 분석해 AI의 추론 알고리즘을 역으로 복제해 오는 기술입니다.
고성능 모델이 내놓는 미세한 확률 차이까지 학습하여 지식을 복제하는 증류 기법의 원리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어떤 유명 맛집에 공개되지 않는 비법 레시피가 있고, 이 레시피를 개발하는 데 수백억 원의 연구비가 들었다고 해보죠. 그런데 누군가 그 식당에서 음식 100만 접시를 시켜 먹어봅니다. 성분과 맛의 미세한 변화를 디테일하게 데이터로 기록한 뒤, 자기 집 주방으로 돌아와 가성비 높게 비슷한 맛의 요리를 만들어 내는 셈입니다.
중국 기업들은 수만 개의 프록시(부정) 계정을 생성해 미국 AI 서비스의 API 통로에 융단폭격하듯 질문을 던졌습니다. 올해 앤트로픽 발표에 따르면 딥시크, 문샷, 미니맥스 같은 중국 기업들이 2만 4천 개가 넘는 부정 계정을 이용해 1,600만 건 이상의 질문을 던져 클로드의 추론 방식을 사실상 복제해 갔다고 폭로했습니다. 알리바바 역시 2,800만 건이 넘는 증류 공격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죠. 최근 중국 AI 모델의 출력 결과물에서 미국 AI의 워터마크가 유출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도 바로 이 증류 때문입니다.
규제의 한계와 초저가 중국 AI가 미국 빅테크에 미치는 위협
결국 미국 정부의 고민은 여기서 깊어집니다. 칩 수출을 아무리 철저히 막아도, 네트워크를 타고 이뤄지는 원격 접속과 서비스 답변을 통한 '증류'는 하드웨어 규제만으로 차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미국 상무부가 기업 간 계약을 통제하는 '간주 수출(Deemed Export)' 항목을 확대하려 해도, 기술적·법적으로 완벽히 차단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진짜 핵심 문제는 시장 패권의 경제학에 있습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초거대 AI 모델 하나를 개발하고 고도화하기 위해 수십조 원의 자본(Capex)과 막대한 전력, 엔비디아 GPU 비용을 쏟아붓습니다.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높은 구독료나 토큰 사용료를 받아야만 하죠.
하지만 중국 기업들은 증류와 원격 학습을 통해 미국의 10분의 1, 100분의 1도 안 되는 비용으로 미국 최신 모델 성능의 90~95%에 달하는 초저가 AI 모델을 내놓고, 가중치(Weight)까지 무상으로 공개해 버립니다. B2B 솔루션을 개발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굳이 비싼 미국산 AI를 쓸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죠. 미국 기업이 엄청난 돈을 들여 개척해 놓은 시장을 중국 기업이 헐값 무기로 침투해 수익성을 파괴하는 'AI판 저가 전기차 공습'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봉쇄망의 실효성과 향후 AI 패권의 향방
그렇다면 앞으로 미·중 AI 전쟁은 어떻게 진행될까요?
미국은 기존의 물리적 수출 통제 범위를 넘어 AI 모델의 API 접근이나 원격 접속까지 규제 영역에 포함하려 애쓰고 있습니다.
미국 내부에서도 규제론자와 젠슨 황 엔비디아 CEO 같은 기술 발전론자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통제망을 아무리 촘촘히 짜더라도 중국은 계속해서 새로운 물리적·소프트웨어적 우회로를 찾아낼 가능성이 큽니다. 차라리 어설픈 빗장으로 동남아나 중국의 자체 생태계 독립을 자극하기보다, 미국의 기술 발전 속도를 압도적으로 높여 중국이 증류나 우회로조차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격차를 벌려 달아나는 것만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이유입니다.
결국 미·중 AI 경쟁의 본질은 단순히 "중국이 미국의 기술 수준을 넘어서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막대한 자본을 집행하는 미국 빅테크가 수익성 방어에 성공할 수 있느냐, 아니면 우회로를 활용한 중국의 초저가 무임승차 전략에 미국 AI 산업의 재무적 기반이 흔들리느냐의 생존 싸움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향후 미국 의회가 원격 접속과 API 증류 행위를 얼마나 강하게 법제화할지, 그리고 미국 AI 기업들이 중국의 가성비 공습을 뚫고 압도적인 초격차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속해서 눈여겨봐야 하겠습니다.
FAQ
미국이 엔비디아 GPU 수출을 막았는데 중국은 어떻게 칩을 구하나요?
제3국 위장회사나 동남아 파트너사를 통해 주문한 뒤, 대만 등 물류 거점에서 스티커를 교체하고 더미 서버를 배치하는 방식을 활용해 정식 통제망을 피하여 중국 본토로 GPU를 밀반입하고 있습니다.
중국으로 반도체를 반입하지 않고도 AI를 학습시킬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중국 기업들은 반도체를 직접 수입하는 대신 미국이나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데이터센터의 컴퓨팅 파워를 클라우드 형태로 원격 임대하여 AI 모델을 학습시킨 뒤, 결과물만 다운로드하는 방식을 활용합니다.
AI 모델의 '증류(Distillation)'란 무엇인가요?
최첨단 미국 AI 모델에 수백만~수천만 건의 질문을 던진 후, 그 답변 데이터를 바탕으로 AI의 추론 및 생각 방식을 역으로 학습해 저비용으로 유사한 성능의 AI를 복제해 내는 기술적 기법입니다.
미국 AI 기업들이 중국의 이러한 우회 전략으로 가장 염려하는 점은 무엇인가요?
미국 빅테크는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들여 AI를 개발하는 반면, 중국 기업들은 헐값에 유사한 성능의 초저가 AI 모델을 공급함에 따라 미국 AI 기업들의 과금 체계와 수익성이 악화되는 점을 가장 우려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