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채꽃 벚꽃 명소 가시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제주에서 유채꽃과 벚꽃이 동시에 피는 길은 딱 한 곳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를 관통하는 녹산로다.
한라산 동쪽 기슭에서 시작해 가시리 들판을 가로지르는 이 약 10km의 길은 해발 200~300m 제주 중산간을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다. 차도 바로 옆으로 유채꽃밭이 시작되고, 그 너머 흙길을 따라 왕벚나무가 줄지어 서 있어 노란 유채꽃과 연분홍 벚꽃이 켜켜이 겹쳐 보이는 장면이 완성된다.
3월 말은 이 길의 절정 시기다. 유채꽃과 벚꽃이 동시에 만개하는 구간은 제주에서도 여기뿐이라는 것이 해마다 이곳을 찾는 이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노란 꽃물결 위로 쏟아지는 벚꽃잎
제주 유채꽃 벚꽃 명소 가시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녹산로의 봄 풍경이 다른 유채꽃 명소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는 두 꽃이 겹치는 구조에 있다. 도로 양편에 노란 꽃물결이 펼쳐지는 가운데 왕벚나무 가지에서 흩날리는 흰 꽃잎이 그 위로 쌓이며 색채의 대비가 선명해진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중산간 지형 위로 유채꽃밭과 왕벚나무가 차례로 이어지며 어느 방향으로 시선을 두어도 막힘이 없다. 배경으로는 따라비오름, 갑선이오름 등 오름군 능선이 이어지고 맑은 날에는 멀리 한라산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가시리 풍력단지 풍차가 꽃밭 사이에 서 있는 풍경도 이 길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제주 유채꽃 벚꽃 명소 가시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다만 벚꽃은 만개 후 2~3일이면 꽃잎이 빠르게 떨어지는 편이라 두 꽃이 함께 피는 절정을 맞히려면 방문 전 개화 상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제주 봄 여행에서 가장 운이 따라야 하는 곳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매년 이 시기를 맞춰 찾아오는 여행객들의 반응도 뜨겁다. "이른 아침에 가면 안개가 살짝 걷히면서 유채꽃밭이 드러나는 순간이 압도적이었다", "차 창문 열고 달리면 유채꽃 향이 차 안으로 밀려드는 경험은 여기서만 할 수 있다"는 후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조선시대 갑마장 터 위에 피어난 봄꽃
제주 유채꽃 벚꽃 명소 가시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가시리가 단순한 드라이브 코스를 넘어서는 이유는 이 땅이 품고 있는 역사에 있다. 조선시대 최고 등급의 말을 키우던 갑마장이 있던 자리로, 7.4㎢ 규모의 공동 목장 터 위에 유채꽃단지와 조랑말박물관,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며 지금의 경관이 완성됐다.
1983년부터 시작해 43회를 이어온 서귀포유채꽃축제는 제주 대표 봄 축제로 자리매김했다. 2026년에는 3월 30~31일 가시리 유채꽃광장에서 열렸으며 축제 기간에는 녹산로 1.5km 구간이 차 없는 보행자 전용도로로 전환된다. 평소 차량이 다니는 도로를 직접 걸을 수 있는 이 드문 기회는 매년 축제를 찾는 핵심 이유 중 하나다. 야간 조명 프로그램도 새로 도입되어 낮과 밤 모두 즐길 수 있는 코스로 거듭났다.
제주 공항에서 차로 50분, 무료 입장
제주 유채꽃 벚꽃 명소 가시리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가시리 유채꽃길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위치하며 입장료는 무료다. 제주 공항에서 차로 약 50분, 서귀포 시내에서는 약 30분 거리다.
오후에 가면 갓길에 주차할 자리가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리므로 이른 아침 방문이 여유롭고 풍경도 더욱 아름답다. 가을에는 황화코스모스가 5~6km 구간을 뒤덮어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것도 이 길만의 특징이다.
산책로를 걷고 난 방문객들의 소감도 한결같다. "오전에 방문했는데 안개가 서서히 걷히며 유채꽃밭이 드러나는 그 순간만으로도 제주까지 내려온 보람이 충분했다", "유채꽃과 벚꽃이 동시에 피는 이 타이밍을 맞히기 위해 매년 개화 소식을 체크하게 되는 유일한 여행지다"는 반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