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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ASML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독일의 178년 차 광학 기업 자이스와 손잡기 위해 몰려들고 있습니다.
  • 자이스는 초미세 회로를 그리는 EUV 노광 장비 핵심 부품 3만여 개와 독점적 렌즈 연마 기술을 보유해 반도체 제조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습니다.
  • 칼자이스 재단 중심의 파격적인 R&D 재투자와 광학 기술력은 반도체를 넘어 안경, 의료, 3차원 측정 품질 관리까지 산업 전반을 이끌고 있습니다.

2024년 4월,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이 독일의 작은 도시 오버코헨을 전격 방문했습니다. 그가 찾아간 곳은 바로 178년 역사를 지닌 독일의 광학 기술 기업 자이스(ZEISS)였습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 그리고 세계 유일의 EUV 노광 장비 제조사인 네덜란드의 ASML까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호령하는 거인들이 일제히 자이스로 향하고 있습니다.

많은 분에게 자이스는 안경 렌즈나 카메라 렌즈, 혹은 학창 시절 과학실에서 보던 현미경 브랜드로 친숙할 텐데요. 그렇다면 대체 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들이 앞다투어 이 광학 회사를 찾는 걸까요? 저 이찌라와 함께 반도체 산업의 '눈'을 담당하는 자이스의 숨겨진 비하인드를 싹 다 파헤쳐 보겠습니다.

왜 글로벌 반도체 전쟁의 향방이 자이스에 달렸을까?

반도체를 만든다는 것은 손톱보다 작은 웨이퍼 공간 안에 수억 개의 촘촘한 회로 패턴을 그려 넣는 정밀 작업입니다. 이 미세한 회로를 찍어내려면 레이저 빛을 웨이퍼에 정확하게 쏘아 보내는 노광 장비가 필수적인데요. 이 노광 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ASML의 핵심 파트너가 바로 자이스입니다.


화면이 이분할되어 왼쪽에는 거대한 금속제 장비가, 오른쪽에는 안경을 쓴 연구원 두 명이 테이블 위 부품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상단 좌측에 ZEISS 로고가 있으며 하단에는 한국어 자막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반도체 미세 공정의 핵심인 노광 장비 제작에 필수적인 자이스의 정밀 광학 기술과 연구 과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이스가 ASML에 공급하는 EUV(극자외선) 반사경의 정밀도는 가히 경이로운 수준입니다. 렌즈 표면의 오차를 독일 전체 면적에 비유하면, 독일 땅 전체에서 단 1mm의 높낮이 편차도 허용하지 않는 수준으로 오차 없이 연마한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만 3만 개 이상에 달합니다. 렌즈뿐만 아니라 빛을 다루는 광학 모듈 전체를 자이스가 책임지고 있어, 자이스 없이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 자체가 불가능한 셈이죠.

178년 전 현미경 공방에서 시작된 우직한 기술 고집

그렇다면 자이스는 어떻게 이런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게 되었을까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1846년 창업자 칼 자이스가 독일 예나에서 시작한 작은 현미경 공방이 나옵니다. 당시 현미경 제작은 기술자의 감과 경험에만 의존하던 '시행착오 방식'이었습니다. 칼 자이스는 이 방식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수학적 계산을 통해 정밀한 렌즈를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여기서 자이스의 역사를 바꾼 두 인물이 합류합니다. 첫 번째는 분해능의 원리를 수학적으로 증명한 에른스트 아베 교수였고, 두 번째는 새로운 광학 유리를 용해·개발해 낸 유리 화학자 오토 쇼트였습니다. 기술자, 과학자, 화학자의 삼각 편대가 완성되면서 자이스의 현미경 기술은 폭발적으로 진화했습니다. 인류는 자이스 현미경 덕분에 결핵균과 콜레라 병원체를 최초로 발견할 수 있었고, 자이스 현미경을 이용해 노벨상을 받은 학자만 무려 36명에 달합니다.

여기서 진짜 대박인 점은 기업 지배구조입니다. 1888년 칼 자이스가 사망하자 아베 교수는 칼자이스 재단을 설립해 소유 지분을 모두 재단에 넘겼습니다. 개인이 이익을 독식하는 대신, 매출의 일부를 기업 재투자와 직원 배당, 그리고 학술 발전 기금으로 돌리도록 정관에 명시한 것이죠. 이 전통 덕분에 자이스는 지금도 전체 인력의 16%가 R&D 연구원이며, 총수익의 15%를 R&D에 쏟아부어 하루 평균 약 2건의 특허를 내는 독보적인 기술 집착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반도체부터 안경, 의료, F1까지 라이프 스타일 전체를 지배하는 스펙트럼

오늘날 자이스의 사업 스펙트럼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습니다.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순간을 담아낸 카메라 렌즈부터, <반지의 제왕>, <오징어 게임> 같은 거작들을 촬영할 때 사용된 영화용 렌즈의 특유한 '자이스 룩'까지 영상 산업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소비자에겐 1초마다 2개씩 팔리는 안경 렌즈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죠.


내부에 정밀한 기계 부품과 렌즈가 배치된 자이스의 X선 현미경 장비 정면 모습

현미경 기술의 발전에 따라 빛, 전자, 레이저, X선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미세한 나노 세계를 정밀하게 관찰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의료 및 측정 기술 분야에서도 자이스의 존재감은 절대적입니다. 시력 교정술인 스마일 라식 장비는 물론, 뇌종양이나 뇌혈관 수술처럼 초정밀도가 필요한 대형 병원의 첨단 수술용 마이크로스코프를 공급합니다. 또한 0.001초 차이로 승부가 갈리는 F1 레이싱 카 부품이나 전기차 배터리 내부의 미세한 크랙을 검사하는 3차원 CT 측정 솔루션까지 자이스의 광학 검사 기술이 빠지는 곳이 없습니다.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시대, 자이스가 그릴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최근 반도체 업계의 최대 화두는 3나노미터 이하 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High NA EUV 기술입니다. High NA란 쉽게 말해 렌즈 크기를 대폭 키워 훨씬 더 미세한 회로 피치를 집적하는 기술인데요. 인텔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TSMC 등 글로벌 파운드리 거인들이 High NA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복잡한 금속 부품과 전선으로 구성된 정밀 산업용 장비의 내부 모습.

반도체 초미세 공정을 가능하게 하는 하이 NA EUV 장비는 차세대 노광 기술의 핵심으로 꼽힙니다.


결국 이 High NA 노광 장비에 들어갈 대형 초정밀 반사경을 만들 수 있는 곳 역시 자이스가 유일합니다. 렌즈가 커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광학적 왜곡과 연마 기술의 난제를 자이스가 얼마나 신속하게 해결해 내느냐에 따라 전 세계 반도체 패권의 향방이 달라집니다.

2023년 기준 그룹 매출 101억 유로(한화 약 14조 원), 전 세계 50여 개국 4만 3천 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광학 제국 자이스. 한국 법인인 자이스 코리아 역시 글로벌 매출 탑 5 안에 들 정도로 한국의 주요 IT·반도체 기업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기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178년간 묵묵히 빛을 연구해 온 우직한 원칙이 어떻게 첨단 산업 생태계를 좌지우지하는지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습니다.

자이스 읽어 드렸습니다.


FAQ

자이스는 안경 렌즈 회사인가요, 반도체 장비 회사인가요?

자이스는 광학 기술을 기반으로 안경 렌즈(소비자 시장)뿐만 아니라 반도체 노광 장비 부품, 의료용 수술 장비, 연구용 현미경, 산업용 3차원 품질 검사 솔루션 등 다양한 사업부를 함께 운영하는 종합 광학 기술 기업입니다.

반도체 제조 장비 기업인 ASML과 자이스는 어떤 관계인가요?

ASML은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그리는 EUV 노광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기업이며, 자이스는 그 EUV 장비의 핵심이 되는 초정밀 렌즈 및 광학 부품 3만여 개를 독점 공급하는 핵심 전략 파트너입니다.

자이스가 기술력을 오랜 기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요?

칼자이스 재단 구조 덕분에 지분이 사유화되지 않고, 수익의 15% 이상을 끊임없이 R&D에 재투자하며 매일 약 2건의 특허를 출원하는 독보적인 연구 개발 문화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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