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 사진=뉴스클립 |
같은 라면인데 어떤 날은 면이 탱탱하고 어떤 날은 푹 퍼져 있다면, 스프를 넣은 순서부터 되짚어 볼 일이다. 물이 끓기 전에 스프를 먼저 푸느냐, 끓은 뒤 면과 함께 넣느냐에 따라 면의 식감이 눈에 띄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비밀은 끓는점에 있다. 물에 스프를 먼저 풀면 소금을 비롯한 성분들 덕분에 끓는점이 조금 올라가고, 그만큼 면이 더 높은 온도에서 익는다. 겉면이 빠르게 익으면서 전분이 덜 빠져나오니, 면발이 붇지 않고 탄력이 살아 있게 된다.
라면 / 사진=뉴스클립 |
반대로 끓는 물에 면부터 넣으면 면에서 빠져나온 전분이 국물에 퍼져 걸쭉하고 탁해진다. 진하고 걸쭉한 국물을 좋아한다면 이 방법도 나쁘지 않지만, 면은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익어 그만큼 잘 퍼진다.
결국 탱탱한 면이 목표라면 스프 먼저, 걸쭉한 국물이 목표라면 면 먼저인 셈인데, 대개는 스프를 먼저 넣는 쪽이 실패가 적다. 같은 봉지, 같은 물인데도 순서 하나로 결과가 갈리는 셈이다.
소금이 끌어올리는 끓는점, 살아나는 면발
라면 / 사진=뉴스클립 |
순수한 물은 100도에서 끓지만 소금 같은 성분이 녹아 있으면 끓는점이 그보다 올라간다. 스프를 미리 풀어 두는 것은 바로 이 원리를 빌리는 일로, 몇 도 차이라도 더 뜨거운 물에서 면이 익기 시작하면 겉이 단단하게 익어 쫄깃함이 오래간다.
이때 불 세기가 받쳐 줘야 한다. 센 불로 팔팔 끓는 상태를 유지해야 면이 온도를 충분히 받는데, 불이 약해 물이 뭉근하게만 끓으면 스프를 먼저 넣은 보람도 없이 면이 퍼지기 쉽다.
라면 / 사진=뉴스클립 |
끓이는 중간에 젓가락으로 면을 들었다 놓기를 몇 번 반복하는 것도 요령이다. 면이 공기에 잠깐씩 닿으며 생기는 온도 차가 면발에 탄력을 더해 주는데, 분식집 라면이 유난히 쫄깃한 데에는 이런 잔손질이 숨어 있다.
물 양 계량과 계란 넣는 타이밍
라면 / 사진=뉴스클립 |
순서 못지않게 기본이 되는 것이 물 양이다. 물이 많으면 국물이 싱겁고 적으면 짠 데다 면도 고르게 익지 않으니, 봉지에 적힌 물 양을 계량컵으로 한 번만 정확히 재 보면 국물 맛이 확실히 달라진다. 매번 눈대중으로 붓던 사람일수록 차이를 크게 느낀다.
계란은 넣는 시점이 맛을 가른다. 일찍 깨 넣고 휘저으면 국물 전체가 탁해지지만, 면이 거의 익었을 때 넣고 살짝만 저으면 국물이 맑게 유지된다. 노른자를 터뜨리지 않은 채 반숙으로 익혀 두었다가, 마지막에 밥을 말면서 터뜨려 먹는 재미도 있다.
뚜껑도 쓰임이 있다. 처음에는 덮어 두어야 물이 빨리 끓고, 면을 넣은 뒤에는 열어 두어야 면이 고루 익는다. 마지막에 어슷 썬 파나 콩나물을 더하면 국물이 한결 개운해지는데, 라면은 불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붇기 시작하니 끓는 대로 바로 상에 올리는 것까지가 조리의 마지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