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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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왜 무거운 지붕을 얹었을까: 그렝이질과 사개맞춤

spark_icon6분 지식
  • 한옥 기와지붕은 보온과 방수를 위해 흙을 두껍게 깔아 아파트 한 채 크기 기준 약 135톤에 달합니다.
  • 습기를 피하려 주춧돌 위에 기둥을 깎아 맞추는 그렝이질과 기둥 머리를 파서 엮는 사개맞춤으로 못 없이 뼈대를 세웠습니다.
  • 나무가 마르며 생기는 유격을 지붕의 막대한 수직 하중이 위에서 내리누르며 결구 부위를 더욱 단단하게 결속합니다.

아파트 한 채만 한 한옥 한 채를 지으면 지붕 무게만 무려 135톤에 달합니다. 승용차 90대를 지붕 위에 빼곡히 얹어 둔 것과 같은 무게입니다. 기와 틈으로 스며드는 빗물을 흡수하고 겨울철 한기를 차단하기 위해 기와 밑에 진흙을 두껍게 깔기 때문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토록 무거운 지붕은 나무로 짠 뼈대를 무너뜨리는 위험 요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한옥의 전통 목조 구조는 이 거대한 하중을 단순히 버텨내는 데 그치지 않고, 오히려 뼈대를 단단하게 결속하는 핵심 동력으로 역이용합니다. 못 하나 쓰지 않고 나무를 맞물려 세운 한옥이 수백 년을 버티는 공학적 메커니즘은 바로 이 무게에서 출발합니다.

주춧돌과 그렝이질: 땅에서 기둥을 띄워 돌에 맞추는 원리

건물을 가장 쉽게 세우는 방법은 기둥을 땅속에 깊게 박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축축한 땅속에 묻힌 나무 기둥 밑동은 물기를 머금고 금세 썩어버립니다. 기둥 밑이 썩으면 지붕의 하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건물이 주저앉게 됩니다.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한옥의 기둥이 넓적한 주춧돌 위에 놓여 있는 모습.

나무 기둥이 습기로부터 썩지 않도록 주춧돌을 놓아 땅 위로 띄워 올립니다.

그래서 한옥은 기둥을 땅에서 떼어 넓적한 돌 위에 올려놓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춧돌입니다. 주춧돌은 지면의 습기가 목재로 올라오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지붕에서 내려오는 막대한 하중을 지면에 고르게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자연석 주춧돌은 윗면이 울퉁불퉁합니다. 반듯하게 자른 나무 기둥을 그대로 얹으면 닿는 면적이 좁아 기둥이 흔들리고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단단한 돌을 일일이 평평하게 갈아내는 대신, 목수들은 발상을 뒤집어 나무 밑동을 돌의 굴곡에 맞춰 깎아내는 '그렝이질'을 고안했습니다. 컴퍼스 형태의 도구로 돌의 높낮이를 기둥 밑면에 선으로 옮겨 그린 뒤, 그 선을 따라 끌로 나무를 파내 돌과 완벽하게 밀착시킵니다. 불국사 돌 축대나 고궁 기둥 밑동이 자로 잰 듯 반듯하지 않고 들쭉날쭉한 곡선을 이루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사개맞춤과 산지: 횡압력을 견디는 결구 방식

돌 위에 기둥을 세웠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홀로 서 있는 기둥들을 하나로 묶어주지 않으면 지붕을 올릴 상부 틀을 형성할 수 없습니다.

3D 그래픽으로 구현된 한옥 골조의 기초 공사 장면으로, 지면 위에 배치된 6개의 원형 주춧돌 위로 나무 기둥들이 세워져 있고 그 상단에 지붕 구조물이 떠 있는 모습.

그렝이질로 기초 돌과 기둥을 맞춘 뒤, 기둥들이 서로 어긋나지 않게 잡아주는 결구 방식이 필요해집니다.

목수들은 기둥 머리를 가로로 연결하는 '창방'을 올리고, 앞뒤 기둥을 잇는 큰 부재인 '보'를 얹어 하나의 견고한 입체 틀을 만듭니다. 이때 단순히 나무를 얹어두기만 하면 옆에서 가해지는 힘에 밀려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이를 막기 위해 기둥 머리 윗부분을 십자 형태로 깊게 파내어 네 갈래 홈을 만듭니다.

이 홈에 창방은 좌우로, 보는 앞뒤로 엇갈려 끼워 넣는데, 이를 사개맞춤이라 부릅니다. 기둥 홈이 네 방향에서 부재를 감싸 안고, 부재 끝부분을 주먹처럼 넓게 다듬어 꽂기 때문에 옆으로 빠져나가지 않습니다.

나무의 수축과 '산지': 틈을 꿰뚫어 잡는 보완책

나무는 벌채된 이후에도 공기 중의 습도에 따라 숨을 쉽니다. 시간이 지나 수분이 빠져나가면 목재는 자연스럽게 수축하고 뒤틀립니다. 아무리 정밀하게 사개맞춤을 해두어도 나무가 마르면서 틈이 벌어지고, 결구 부위가 헐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목재 부재들이 맞물려 결합된 구조를 보여주는 3D 그래픽 모델입니다. 맞춤 부위 중앙에 산지를 끼워 넣기 위한 사각형 구멍이 뚫려 있습니다.

나무가 건조되며 생기는 틈새로 부재가 빠지지 않도록, 구멍을 뚫고 단단한 나무 막대인 산지를 박아 구조를 꽉 붙잡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맞물린 부재에 구멍을 뚫고 단단한 나무 막대를 관통시켜 박아 넣는데, 이를 산지라고 부릅니다. 나무로 만든 일종의 못인 셈입니다. 산지가 두 부재를 한꺼번에 꿰뚫어 붙잡아주며, 궁궐 같은 대형 건축물에는 산지 겉에 쇠띠를 덧대어 결속력을 한층 끌어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중의 반전: 135톤의 무게가 한옥을 완성한다

모든 뼈대가 갖춰진 후 마지막으로 올라가는 기와지붕의 135톤 하중은 비로소 결구 시스템의 방점을 찍습니다. 위에서 짓누르는 막대한 수직 하중은 사개맞춤으로 맞물려 있던 목재 이음새를 빈틈없이 강하게 압착합니다.

실제 한옥 모형 실험에서도 지붕의 하중이 무거울수록 횡방향 외력에 의해 뼈대가 밀리는 현상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땅에서 띄운 주춧돌, 돌의 곡면을 복제한 그렝이질, 사방을 물고 들어간 사개맞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위에서 꽉 조여주는 135톤의 지붕 무게까지 맞물리며 한옥은 완성됩니다.

고궁이나 전통 사찰을 방문할 때는 화려한 처마선뿐만 아니라 기둥 밑동이 주춧돌과 맞물린 접합면, 그리고 기둥 머리가 네 갈래로 목재를 물고 있는 결구 부위를 살펴보면 전통 목조건축의 구조적 완결성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FAQ

한옥 지붕이 135톤이나 나갈 정도로 무거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기와 자체의 무게뿐만 아니라, 기와 밑에 진흙을 두껍게 깔기 때문입니다. 이 진흙층은 기와 틈으로 스며드는 빗물을 흡수해 누수를 막고, 겨울철 차가운 공기를 차단하는 단열재 역할을 합니다.

그렝이질을 할 때 기둥을 미리 길게 준비하는 까닭은 무엇인가요?

울퉁불퉁한 자연석 주춧돌의 굴곡에 맞춰 기둥 밑면을 끌로 파내며 깎아내야 하므로, 깎여 나갈 여유분을 감안하여 기둥을 원래 치수보다 약간 길게 준비합니다.

지붕 하중이 무거운데도 지진이나 바람에 쉽게 무너지지 않는 원리는 무엇인가요?

못을 쓰지 않고 목재끼리 홈을 파서 끼운 가구식 구조이기 때문에, 상부의 무거운 하중이 결구 부위를 위에서 강하게 눌러 접합부를 더욱 단단하게 밀착시키고 흔들림을 억제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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