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은 역삼투막 기술로 하루 45,000톤의 식수를 생산하고자 1,954억 원을 투입해 완공되었습니다.
- 수질 검사를 통과했으나 취수원 인근 고리원전의 삼중수소 오염 우려로 주민 수용성을 얻지 못해 2018년 가동이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 부산시는 식수 공급 대신 하수처리수를 역삼투막으로 재처리해 산업단지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대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부산 기장군 바닷가에는 바닷물을 걸러 식수로 바꾸기 위해 1,954억 원을 투입해 지은 대규모 해수담수화 공장이 있습니다. 2009년 착공해 2014년 완공되었으며, 하루에 2L 생수병 2,250만 개 분량인 45,000톤의 물을 생산할 수 있는 첨단 시설입니다. 하지만 이 공장은 완공 이후 단 한 번도 일반 가정의 수도꼭지로 수돗물을 보내지 못했습니다. 시설 결함이나 기술적 실패가 아니라, 수처리 인프라가 맞닥뜨린 사회적 수용성의 벽 때문이었습니다.
해수담수화와 역삼투막의 기본 원리
해수담수화 공정의 핵심은 바닷물에서 염분과 불순물만 분리해 순수한 물을 얻어내는 데 있습니다. 기장 시설은 이를 위해 역삼투막(Reverse Osmosis Membrane)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바닷물이 공장 안으로 들어오면 1차 관문에서 모래와 부유 물질 같은 찌꺼기를 먼저 걸러냅니다. 미세한 막이 오염물질로 막히는 현상을 막기 위한 전처리 과정입니다. 이후 고압 펌프가 바닷물을 아주 얇은 역삼투막 쪽으로 강하게 밀어붙입니다. 자연적인 삼투압을 거스르는 강한 압력을 가하면, 미세한 구멍으로 물 분자만 통과하고 나트륨이나 염소 같은 이온 물질은 막 앞에 남아 짙은 농축염수로 분리됩니다.

2009년 착공 당시만 해도 안정적인 식수 공급을 위해 기대를 모았던 대규모 담수화 시설입니다.
기술적 검증과 대중적 인식의 충돌
부산시가 낙동강 표류수 의존도를 낮추고 대체 수원지를 확보하고자 막대한 예산을 들였음에도 물길이 막힌 원인은 취수구 위치에 있었습니다. 해수 취수구가 고리원자력발전소 배수구와 불과 11km 떨어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닷물에서 염분과 불순물을 정교하게 걸러내는 역삼투막 시설은 기술적으로는 완벽했으나, 정작 수돗물을 공급하는 과정에서는 현실적인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부산시는 미국 전문 검사 기관을 포함한 247개 수질 검사 항목을 모두 통과했고 방사성 물질 역시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의 판단 기준은 달랐습니다. 공학적 '불검출' 기준이 방사성 물질의 '완전한 부재'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우려가 이어졌고, 특히 물 분자 구조와 비슷해 분리가 까다로운 삼중수소에 대한 불안감이 컸습니다. 거듭된 검사와 설명에도 주민 찬반 투표가 열리는 등 반대가 계속되자 위탁 운영사가 철수했고, 공장은 2018년 1월 가동을 완전히 멈췄습니다.
마시는 물 대신 공장용수로: 하수 재이용 전환
완공된 정수 인프라를 그대로 방치할 수 없게 되자, 부산시는 식수 생산이라는 본래 목적을 내려놓고 하수처리수를 공업용수로 전환하는 역발상을 내놓았습니다.

바닷물 식수화의 대안으로, 하수를 정화해 공업용수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공장의 수처리 라인 중 하나를 활용해 인근 기장일광 하수처리장에서 1차 정화된 방류수를 공급받은 뒤, 기존 역삼투막 설비로 다시 고도 정수하는 방식입니다. 마시는 물이 아닌 산업용 용수를 공급하기 때문에 원전 인근 해수 취수로 인한 방사능 불안 문제를 근본적으로 배제할 수 있습니다.
생산된 용수는 동부산 산업단지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기존에 공업용수 관로가 없어 톤당 2,410원의 비싼 수돗물을 쓰던 입주 기업들은 톤당 800원 수준으로 약 3분의 1 가격에 물을 공급받게 됩니다. 하루 36,000톤 공급을 목표로 24km의 관로를 신설하는 데 약 799억 원이 투입될 계획이며, 나머지 한 개 라인은 담수화 기술 연구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환경 인프라가 남긴 시사점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의 사례는 공학적 완성도와 수치상의 안전 검증만으로는 공공 인프라가 성립할 수 없음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역삼투막은 바닷물에서 염분을 분리해내는 물리적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지만, 사회적 불신과 위험 인식까지 걸러내지는 못했습니다.
결국 인프라의 활로를 연 것은 무리한 추진 대신 용도와 원수를 바꾸어 수요처를 재설정한 유연한 전환이었습니다. 첨단 수처리 기술을 다룰 때는 초기 입지 선정 단계부터 대중의 위험 수용성을 면밀히 따져보고, 유사시 용도 전환이 가능한 유연한 설계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FAQ
역삼투막 방식의 담수화 원리는 무엇인가요?
삼투압보다 높은 인위적인 고압을 바닷물에 가해, 미세한 구멍이 있는 반투막(역삼투막)으로 물 분자만 통과시키고 소금과 이온 물질을 걸러내는 수처리 방식입니다.
수질 검사를 통과했는데도 식수 공급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취수구가 고리원전 배수구와 11km 거리에 있어 주민들의 삼중수소 등 방사능 오염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고, '검출 한계 미만'이라는 공학적 설명이 주민들의 정서적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하수 재이용 공업용수 사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기장일광 하수처리장의 방류수를 역삼투막으로 고도 정수해 하루 36,000톤의 공업용수를 생산하며, 2030년 공급을 목표로 동부산 산업단지까지 24km의 전용 관로를 신설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