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1월 도쿄 토요스 첫 경매에서 아오모리현 오마산 참다랑어 한 마리가 역대급 금액인 43억 원에 낙찰되었습니다.
- 이 천문학적인 낙찰가는 초밥 판매 마진이 아니라 전 국민적 미디어 노출 효과와 끝까지 베팅한 2등 경쟁자가 만들어낸 합작품입니다.
- 반면 동해안에서 쏟아진 참다랑어가 kg당 2,300원까지 폭락한 사례는 프리미엄 무대와 이력 관리 시스템의 부재가 낳은 비즈니스 격차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2026년 새해 벽두 도쿄 토요스 시장에서 믿기 힘든 거래가 성사되었습니다. 아오모리현 오마에서 잡힌 243kg짜리 참다랑어 한 마리가 5억 1,030만 엔, 우리 돈 약 43억 원에 팔려나간 것입니다. kg당 단가로 환산하면 무려 1,785만 원에 달합니다. 반면 같은 날 두 번째로 비싸게 팔린 174kg 참치는 783만 엔(약 6,700만 원)에 그치며 1등 참치의 15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충격적인 대조는 바다 건너에서도 벌어졌습니다. 불과 5개월 뒤인 2026년 6월, 동일한 어종인 태평양 참다랑어가 대한민국 경북 동해안 정치망에 이틀 만에 220톤이나 쏟아져 들어오며 위판 가격이 kg당 2,300원까지 폭락했습니다. 1kg에 1,785만 원과 2,300원, 무려 7,700배가 넘는 극단적인 가격 차이가 발생한 이유는 참치라는 생물 자체의 품질 차이가 아니라, 이를 거래하는 경매 시스템의 역학 관계와 브랜딩 구조 때문입니다.

경매에 참여한 중도매인들은 오직 잘린 꼬리 단면 하나만으로 참치의 상태를 판단해야 합니다.
43억 원짜리 참치, 초밥으로 팔면 얼마나 손해일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참치는 초밥으로 팔아서는 절대 본전을 건질 수 없습니다. 초밥 한 점에 들어가는 참치 살코기를 10~15g으로 잡아도 순수 원가만 한 점당 17만 원에서 25만 원에 육박합니다. 머리와 뼈를 제외한 실질 수율까지 감안하면 원가는 이보다 훨씬 더 치솟습니다.
실제로 2019년 28억 원(3억 3,360만 엔)에 낙찰받았던 당시의 수익 구조를 시뮬레이션해 보면 적자 규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278kg 참치에서 초밥 15,000점이 나온다고 가정하고 대뱃살 398엔, 중뱃살 298엔, 붉은살 158엔이라는 정가로 판매했을 때 총매출은 고작 378만 엔에 불과했습니다. 참치 원가만으로 3억 3천만 엔(약 28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 거래의 본질은 단순한 식자재 매입이 아니라 광고 마케팅 집행에 있습니다. 1월 5일 새해 첫 경매 소식은 일본 내 약 130개 방송사 메인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됩니다. 15초짜리 황금시간대 TV 광고 단가를 감안할 때 얻게 되는 홍보 효과는 13억 엔 이상으로 추산됩니다. 새해 첫날 참치 앞에서 양팔을 벌린 스시 체인 대표의 모습은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전국적 인지도를 각인시키며, 일본 특유의 '축하 시세(새해 첫 물건이 복을 부른다는 관습)'와 맞물려 천문학적 ROI를 창출합니다.

2011년, 홍콩 자본과 긴자 고급 초밥집이 연합해 10년 넘게 깨지지 않던 경매 최고가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1등 가격은 승자가 아니라 '2등이 멈춘 자리'가 결정한다
그렇다면 왜 하필 43억 원이었을까요? 43억 원이라는 금액을 만든 진짜 주인공은 낙찰자인 '스시잔마이' 운영사 기요무라가 아니라, 마지막 순간에 손을 내린 2등 경쟁자였습니다.
경매의 최종 낙찰가는 1등의 최대 지불 의사가 아니라 2등이 베팅을 포기한 지점 바로 윗선에서 결정됩니다. 2026년 1월 5일 경매에서 고급 스시 그룹 오노데라와 연합한 중도매인 '야마유키'가 kg당 200만 엔(총액 약 41억 3천만 원)을 부르고 멈췄기 때문에 기요무라의 210만 엔(43억 원) 낙찰이 확정된 것입니다. 만약 2등이 1억 엔만 일찍 포기했다면 최종 가격은 수십억 원 낮아졌을 것입니다.
이 메커니즘은 과거 데이터에서도 명확히 증명됩니다. 2013년 홍콩 스시 체인 '이타마에 스시'와 기요무라가 맞붙었을 당시 낙찰가는 1억 5,540만 엔(약 13억 원)까지 치솟았습니다. 그러나 이타마에가 무리한 입찰 경쟁을 포기하고 퇴장한 이듬해(2014년), 기요무라가 단독으로 거머쥔 1등 참치의 가격은 1년 전의 20분의 1 수준인 736만 엔으로 수직 하락했습니다. 참치의 가치가 변한 것이 아니라, 경쟁자가 사라지자 가격 형성의 천장이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대중 초밥 체인은 더 많은 고객에게 최고급 참치를 선보이는 가치에 집중하며 경매에 참여하곤 합니다.
오마산 1마리의 독점 무대 vs 동해 2,000마리의 덤핑 비극
15년 연속 토요스 경매 1등을 휩쓴 아오모리현 오마 참치와 한국 동해안 참치의 격차는 비즈니스 설계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오마 참치는 낚싯줄로 한 마리씩 건져 올려 선상에서 즉시 피를 빼고 신경을 차단한 뒤 얼음 소금물에 담급니다. 어협은 모든 개체에 고유 번호와 이력 스티커를 부착하고, 1년에 단 한 번 전국 미디어가 집중하는 무대에 단 한 마리씩 올립니다. 철저한 희소성과 이력 관리를 통해 프리미엄 가격을 탄탄하게 지탱하는 셈입니다.
반면 대한민국 동해안의 참다랑어는 전혀 다른 구조에 갇혀 있습니다. 최근 56년간 동해 수온이 1.9도 상승하면서 고등어를 쫓아 올라온 참다랑어 떼가 정치망에 대량으로 걸려들고 있습니다. 어민들이 참치만 골라 방류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 속에서, 이틀 만에 2,000마리가 한꺼번에 위판장으로 쏟아져 들어옵니다.
- 공급 과잉과 쿼터 제한: 배정된 어획 쿼터가 순식간에 소진되면서 귀한 참다랑어를 바다에 폐기하거나 kg당 2,300원이라는 헐값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 경쟁 무대의 부재: 개별 이력과 브랜딩 없이 이름 없는 원물 형태로 쏟아지다 보니, 사려는 사람보다 매물이 압도적으로 많아 2등의 경쟁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준비하고 지켜보아야 하는가
국제수산기구들의 자원 관리 덕분에 태평양 참다랑어 성어 자원량은 2009년 저점 대비 23% 이상 회복되었으며, 2027~2028년 태평양 전체 쿼터 역시 18%가량 늘어날 예정입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동해안으로 유입되는 대형 참다랑어 개체 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관건은 '물건을 어떻게 파는가'에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참치를 잡아도 한 번에 쏟아지는 원물 형태로는 제값을 받기 어렵습니다. 개체별 품질 보증, 콜드체인 유통망 확충, 그리고 구매자들을 경쟁시키는 체계적인 시장 플랫폼 구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민들에게 참치는 여전히 '그물만 찢는 골칫거리'로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산과 상품의 가치는 홀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나씩 고유한 이력을 부여하고, 그것을 열망하는 두 명 이상의 강력한 매수자를 무대 위로 불러올릴 수 있을 때 비로소 43억 원의 신화가 완성됩니다.
FAQ
참치 한 마리에 43억 원을 지불해도 사업적으로 손해가 아닌가요?
초밥 메뉴 판매만으로는 수십억 원의 원가 적자가 발생하지만, 새해 첫날 일본 전역 방송 및 미디어에 집중 노출되는 마케팅과 기업 브랜딩 효과가 수백억 원대에 달하므로 종합적인 광고 대비 투자 가치는 충분히 회수되는 구조입니다.
경매에서 2등의 역할이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오름차순 경매에서는 낙찰자의 최대 지불 의사가 아니라 2등 경쟁자가 포기하고 멈춘 호가 바로 다음 단위에서 최종 낙찰가가 확정되기 때문입니다. 2등의 입찰 의지가 팽팽할수록 낙찰 가격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치솟게 됩니다.
동해안 참다랑어 가격이 kg당 2,300원까지 폭락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온 상승으로 고등어잡이용 정치망에 수천 마리의 대형 참다랑어가 한꺼번에 혼획된 반면, 국내 배정 쿼터 한계와 개체별 이력 관리 및 유통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아 공급 과잉에 따른 가격 붕괴가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